[기획] 한 번 세게보다 두 번 맞춰서…WTe₂ 원자층 진동, 포화선 넘어 최대 50% 커졌다

그네를 더 크게 흔들고 싶다면 한 번에 온 힘을 다해 미는 것이 최선일까. 너무 세게 밀 때 오히려 움직임을 방해하는 힘이 생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네가 돌아오는 박자에 맞춰 같은 총힘을 두 번으로 나눠 미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원자층이 포개진 물질 텅스텐다이텔루라이드(WTe₂)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관측됐다. 연구진은 한 번의 강한 빛 대신 시간차를 둔 두 번의 빛을 사용해, 시간분해 제2고조파발생(trSHG) 신호에서 추출한 층간 미끄럼 모드의 상대 진폭을 최대 50% 높였다고 밝혔다.
뷔르츠부르크대와 ETH 취리히, 킬대, 그르노블 알프스대·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넬연구소, 로스토크대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는 2026년 10월 21일 《Nature Physics》에 공개됐다. 연구 대상은 상온의 벌크 Td-WTe₂였다. WTe₂를 카드 더미처럼 포개진 원자층 구조라고 보면, 연구진이 제어한 것은 이웃한 카드들이 면 안쪽 방향으로 서로 엇갈려 움직이는 집단 진동이다. 이 구조 좌표는 층에 수직인 면외 분극과 연결돼 있다.
빛을 더 세게 하자 진동이 오히려 줄었다
빛으로 고체의 집단운동을 일으키는 전통적인 설명에서는 광여기로 생긴 운반자가 많아지면 포논 진폭도 커질 것으로 예상하기 쉽다. 포논은 결정 속 원자들이 제각기 움직이는 대신 일정한 양식으로 함께 진동하는 집단운동을 뜻한다. 이 가운데 WTe₂의 층간 미끄럼 포논은 약 0.24테라헤르츠(THz), 즉 초당 약 2,400억 회 진동한다. 한 주기는 약 4.17피코초(ps)이며, 1피코초는 1조분의 1초다.
하지만 단일 펄스를 쓴 실험은 단순한 비례관계를 따르지 않았다. 연구진이 0.4~6.5밀리줄 퍼 제곱센티미터(mJ·cm⁻²)의 흡수 플루언스 범위에서 조사한 결과, 미끄럼 모드의 상대 진폭은 약 1.6mJ·cm⁻²에서 최대가 됐다. 플루언스는 단위 면적이 흡수한 빛 에너지다. 이 경계를 지나 빛을 더 강하게 하자 진폭은 더 커지지 않았고 오히려 감소했다. 에너지를 더 붓는 방식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포화선’이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그 원인을 전자가 점유하는 에너지 상태에 따라 격자에 가하는 힘의 방향이 달라지는 데서 찾았다. 제일원리 계산은 낮은 에너지 전자상태와 높은 에너지 전자상태가 격자에 서로 반대 방향의 힘을 낼 수 있음을 가리켰다. 약한 빛에서는 전자들이 원자층을 한 방향으로 미는 데 주로 기여하지만, 너무 강한 빛은 반대 방향의 힘을 보태는 높은 에너지 상태까지 과도하게 채워 순 구동력을 줄인다는 해석이다.
계산에서는 진폭 포화에 대응하는 유효 전자온도가 약 3,100켈빈(K)으로 나타났다. 이는 빛을 받은 전자분포를 온도로 표현한 계산상의 유효 전자온도이지, 시료나 결정격자 전체가 3,100K까지 가열됐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상태별 전자가 내는 힘을 실험에서 각각 분리해 직접 본 것도 아니다. 계산 결과와 관측된 시간척도가 지지하는 유력한 설명으로 남아 있다.
8.3피코초 뒤 두 번째 빛, 같은 에너지로 더 큰 진동
연구진은 빛의 총량을 늘리는 대신 전달 시점을 바꿨다. 한 펌프의 에너지를 두 펄스로 나누고, 첫 번째 펄스가 만든 진동의 위상에 맞춰 두 번째 펄스를 보냈다. 대표 실험에서는 포논의 약 두 주기에 해당하는 8.3ps의 시간차를 뒀다. 먼저 생긴 진동과 두 번째 펄스가 만든 진동 파동묶음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순간에 겹쳐 보강 간섭을 일으키도록 한 것이다.
총 흡수 플루언스 2.1mJ·cm⁻² 조건에서 시간차를 둔 순차 조사는 두 펄스가 0ps에서 겹친 조건보다 상대 미끄럼 진폭을 최대 50% 높였다. 두 번째 실험에 에너지를 더 넣은 결과가 아니다. 두 조건의 총 흡수 플루언스는 같았고, 달라진 것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시간 배열이었다. ‘최대 50%’ 역시 모든 에너지와 모든 시간차에서 얻어지는 보편적인 증가율이 아니라, 적절한 시간차를 둔 조건과 겹친 펄스 조건을 비교해 얻은 실험 최댓값이다.
두 펄스를 단순히 떨어뜨려 놓기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니었다. 간격이 약 2ps보다 짧을 때는 두 번째 펄스의 구동 효과가 강하게 억제됐다. 연구진은 첫 번째 펄스가 만든 고에너지 전자분포가 충분히 이완되지 않아, 반대 방향의 격자 힘을 내는 상태의 영향이 남았기 때문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두 펄스로 에너지를 나누면 이런 고에너지 상태의 과도한 점유를 줄이면서 포논의 박자에 맞춰 구동력을 보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폭이 커질수록 진동은 더 빨리 감쇠했고 진동수도 낮아지는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감쇠를 미끄럼 광학 포논이 반대 운동량을 지닌 두 음향 포논으로 붕괴하는 Klemens형 과정으로, 진동수 저하는 큰 진폭에서 두드러지는 격자 비조화성으로 해석했다. 비조화성은 원자의 복원력이 변위에 완전히 비례하지 않는 성질이다. 다만 붕괴 과정에서 생겼다고 본 음향 포논을 직접 검출한 것은 아니다.
원자를 직접 찍은 실험은 아니다
이번 측정은 원자의 이동을 시간분해 회절 영상으로 직접 촬영한 방식이 아니다. 연구진은 약 1.5마이크로미터 파장의 130펨토초(fs) 펌프광으로 시료를 자극한 뒤 trSHG로 변화를 읽었다. 제2고조파발생(SHG)은 들어온 빛의 두 배 주파수를 지닌 빛이 생성되는 현상으로, 결정의 반전대칭이 깨진 정도에 민감하다. 연구진은 이 시간곡선을 맞춤 분석해 미끄럼 모드의 상대적 기여인 진폭을 구했다.
따라서 최대 50% 커진 값은 옹스트롬이나 피코미터로 표시한 절대 원자 이동거리가 아니다. SHG에서 추출한 층간 미끄럼 모드의 상대 진폭이다. 주요 적합값의 오차막대도 69% 신뢰구간으로 제시돼, 흔히 쓰이는 95% 신뢰구간과 다르다. 각 데이터점은 5초 동안 5,000펄스를 평균한 결과이므로 한 번의 펄스 쌍만으로 소자 동작을 실증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실험 시료는 두께가 수십 마이크로미터인 벌크 단결정이었다. SHG 신호는 주로 표면 아래 50나노미터 미만 깊이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2층이나 3층처럼 매우 얇은 WTe₂에서도 약 1.6mJ·cm⁻²의 포화점이나 최대 50% 향상이 그대로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공개된 자료에서는 독립된 결정 몇 개에서 최대 향상을 반복 확인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논문 공개 뒤 며칠밖에 지나지 않아 같은 조건의 독립 재현 결과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더 크게 흔드는 기술과 ‘스위치’ 사이의 거리
이번 연구의 의미는 빛의 세기를 계속 높이지 않고도 시간 배열을 설계해 포논의 진폭 포화를 넘어섰다는 데 있다. 특히 높은 여기 영역에서는 광여기 운반자 밀도와 결맞은 포논 진폭이 단순히 비례한다고 보는 설명만으로 부족하며, 서로 다른 전자상태가 격자에 가하는 힘의 방향까지 고려해야 함을 보여줬다. 이는 분극과 연결된 구조운동을 더 정교하게 제어하는 방법을 제시한 결과다.
그러나 더 크게 흔드는 것과 물질의 상태를 뒤집는 것은 다른 단계다. 이번 진폭은 중심대칭 구조를 지나 반대 극성 상태에 도달하기에 부족했고, 전기적 강유전 분극의 반전도 측정하지 않았다. 순간 분극을 전극으로 읽은 실험이 아니며 메모리 비트의 쓰기·읽기나 상온 광메모리 소자 작동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Td 구조가 1T′ 구조로 바뀌는 상전이도 일어나지 않았다. 구조 분석과 공개심사 뒤 추가된 고체 NEB 계산은 층간 미끄럼 하나만으로 두 구조가 직접 연결되지 않으며, 전환에는 층 내부의 전단 변형도 함께 필요하다는 결론을 뒷받침했다. 결국 이번 성과는 완성된 스위치가 아니라, 포화가 나타나는 강한 여기 영역에서 ‘얼마나 세게’뿐 아니라 ‘언제 나눠 밀 것인가’가 원자층의 집단운동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연구다. 앞으로는 상태별 전자 점유와 격자 힘을 직접 검증하고, 벌크에서 확인한 제어가 얇은 시료와 실제 분극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자료: 뷔르츠부르크대·ETH 취리히·킬대·그르노블 알프스대·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로스토크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