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설계한 경량 격자, 강성 지키며 진동 차단 구간 넓혔다

가볍고 단단한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넓은 주파수 범위의 진동을 막을 수 있는 격자형 메타물질이 개발됐다. 이화여자대학교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 이상륜 교수 연구팀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인공지능 기반 형상 최적화를 적용해 진동 차단 성능과 구조적 강성 사이의 상충 문제를 개선한 탄성 메타물질을 설계했다.
탄성 메타물질은 재료의 성분뿐 아니라 내부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 진동이나 탄성파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인공 구조물이다. 핵심 성능을 나타내는 ‘밴드갭’은 특정 주파수 범위에서 진동이 구조를 따라 전달되지 않거나 크게 줄어드는 구간을 뜻한다. 밴드갭이 넓으면 그만큼 여러 주파수의 진동을 억제할 수 있다.
기존 격자 구조에서는 진동 감쇠 범위를 넓히는 일과 구조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 서로 충돌했다. 높은 강성을 확보하면 밴드갭이 좁아지거나 고주파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반대로 저주파 진동까지 넓게 줄이기 위해 별도의 공진 질량체를 넣거나 연결부를 가늘게 만들면 구조적 견고성이 낮아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격자를 이루는 부재의 형상을 베지어 곡선으로 연속적으로 바꿨다. 베지어 곡선은 몇 개의 기준점을 이용해 부드러운 곡선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베이지안 최적화를 적용해 부재 내부의 질량과 강성이 어떻게 분포해야 하는지를 탐색했다. 베이지안 최적화는 앞선 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에 시험할 설계를 효율적으로 고르는 인공지능 기반 탐색 방법이다.
이 방식은 별도의 질량체를 단순히 덧붙이는 대신 격자 부재 자체의 굵기와 형태를 바꾸면서 질량과 강성을 연속적으로 재배치한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밴드갭을 닫는 진동 모드가 나타나는 시점을 늦추고, 진동 감쇠 범위를 넓히면서 구조적 강성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원논문에 따르면 최적 격자의 진동 감쇠 구간은 정규화 주파수 0.23에서 1.03까지였으며, 상대 밴드갭 폭은 126%로 나타났다. 정규화 주파수는 구조의 조건에 맞춰 실제 주파수를 공통 기준으로 바꾼 값이다. 상대 밴드갭 폭은 균일한 원통형 격자보다 123%포인트 넓었고, 두 종류의 이산 집중질량 격자와 비교하면 각각 32%포인트와 40%포인트 넓었다.
강성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최적 구조의 정규화 유효탄성계수는 비교 대상인 두 집중질량 격자보다 각각 약 3.3배와 18.9배 높았다. 유효탄성계수는 구조 전체가 힘을 받을 때 얼마나 잘 버티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값이 클수록 같은 조건에서 변형에 더 강하다는 뜻이다. 이번 결과는 진동 감쇠 범위를 넓히기 위해 구조적 견고성을 크게 희생해야 했던 기존 설계의 한계를 줄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먼저 수치해석으로 최적 구조를 설계한 뒤 적층제조로 시편을 제작했다. 이어 진동 전달 시험과 준정적 압축 시험을 실시해 감쇠 성능과 강성을 각각 확인했다. 계산 결과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제작한 구조의 진동 전달과 압축 거동을 함께 검증한 것이다.
논문 저자는 윤효의·박채원·이태근·최원재·이상륜이며, 논문 식별번호는 10.1016/j.tws.2026.115497이다. 이화여대 공식 기록에 따르면 제1저자 윤효의의 관련 석사학위 논문은 2026학년도 1학기 우수학위논문으로 선정됐다.
자료: 이화여자대학교, Elsevi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