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유럽 53개국, 2033년까지 ‘안전한 의료 AI’ 공동 로드맵 추진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31 05:53
윤리·법적 책임부터 보건데이터와 의료진 교육까지 4개 우선영역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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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세계보건기구 유럽지역사무소)

인공지능이 진료 현장에 들어오는 속도를 제도와 의료진 교육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에 대응해 유럽과 중앙아시아 53개국이 처음으로 공동 기준을 마련했다. 세계보건기구 유럽지역 53개 회원국은 의료 인공지능을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보건의료 AI 행동 로드맵 2026~2033’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로드맵은 29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76차 세계보건기구 유럽지역위원회에서 승인됐다. 유럽지역위원회는 53개 회원국 대표가 참여해 지역 보건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의사결정기구다. 이번 계획은 유럽지역에서 의료 AI만을 대상으로 합의한 첫 공동 행동계획이다.

의료 AI는 환자의 의료정보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 진단이나 치료 판단을 돕는 기술을 뜻한다.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성능뿐 아니라 잘못된 판단이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 환자 정보가 안전하게 관리되는지, 의료진이 결과를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이번 로드맵은 이러한 조건을 국가별 의료체계 안에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략·윤리·데이터·인력 역량을 함께 정비

로드맵의 우선영역은 네 가지다. 첫째는 국가 보건정책에 AI를 반영하고 담당 기관과 투자 방향을 정하는 거버넌스·리더십이다. 둘째는 AI의 개발과 사용 전 과정에서 환자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윤리·규제·법적 체계다. 셋째는 품질이 확인된 의료정보를 안전하게 연결하고 이용하기 위한 데이터·디지털 인프라다. 넷째는 의료진과 정책 담당자의 역량을 높이는 교육, 이행 지원과 학습이다.

국가마다 디지털화 수준이 다른 점을 고려한 별도의 이행지원 지침도 마련됐다. 회원국은 이를 토대로 전용 전략을 만들거나 기존 전략을 보완하고, 담당 기관과 책임 범위를 정할 수 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AI가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다시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도 로드맵의 중요한 축이다. 중간 이행 결과는 2029년 보고될 예정이다.

데이터 기반보다 느린 전략과 감독체계

정책이 필요한 배경은 2024~2025년 실시된 지역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53개 회원국 중 50개국이 응답해 응답률은 94%였다. 이 가운데 의료 분야에 특화된 국가 AI 전략을 보유한 곳은 4개국인 8%였고, 7개국인 14%는 전략을 개발하고 있었다. 범부처 AI 전략을 갖춘 국가는 33개국이었지만 의료 AI 사용을 감시하는 정부기관이 있다고 답한 곳은 12개국에 그쳤다.

법과 책임 기준도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23개국은 AI 관련 법·정책의 공백을 평가하고 있었고, 의료 특화 AI 법률을 만든 국가는 10개국이었다. 윤리 지침을 낸 국가는 14개국, AI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적용할 책임 기준이나 기존 기준의 적용 지침을 마련한 국가는 4개국뿐이었다.

반면 보건데이터 전략과 보건데이터 허브를 보유한 국가는 각각 33개국이었고, 데이터 접근과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을 둔 국가는 34개국이었다. 전자의무기록을 비롯한 정보 기반은 비교적 널리 갖춰졌지만, 그 정보를 AI에 안전하게 활용할 전략과 윤리 원칙, 책임·감독체계는 뒤처졌다는 의미다.

이번 로드맵은 2022년 53개국이 채택한 유럽지역 디지털보건 행동계획 2023~2030의 후속 흐름이다. 세계보건기구의 글로벌 디지털보건 전략 2020~2027 및 제2차 유럽업무계획 2026~2030과도 연계된다. 각국이 따로 제도를 만들 때 생길 수 있는 기준의 차이를 줄이고, 환자와 의료진이 신뢰할 수 있는 공통 기반을 세우는 것이 향후 과제다.

자료: 세계보건기구 유럽지역사무소, 세계보건기구 Bulle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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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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