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빛은 세게 붙잡고 전하는 천천히 되돌린다…황화비스무트의 ‘두 상태’ 전략

햇빛을 받아들이는 문이 넓으면, 들어온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문도 대개 넓다. 반도체에서도 빛을 강하게 흡수하는 재료는 빛이 만든 전자와 정공이 다시 만나 사라지는 재결합도 빨라지기 쉽다. 옥스퍼드대학교가 주도한 국제 연구진은 황화비스무트(Bi₂S₃)에서 이 오랜 상충관계를 완화할 단서를 찾았다. 빛은 넓은 ‘흡수창’으로 받아들이되, 만들어진 전하 일부를 바로 아래층의 ‘대기실’에 머물게 하는 전자구조다.
연구진은 황화비스무트의 최저에너지 전이가 간접천이이고, 그보다 수십 밀리전자볼트(meV) 높은 곳에 강한 직접천이가 공존한다고 결론 내렸다. 직접천이는 전자와 정공의 운동량이 맞아 광자를 바로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 있는 전이다. 간접천이는 두 입자의 운동량 차이를 메우기 위해 결정 격자의 진동인 포논이 추가로 필요한 전이다. 연구진은 이처럼 서로 가까운 두 상태가 역할을 나눠 맡는 황화비스무트를 새로운 재결합 메커니즘을 보이는 ‘유사 직접천이 반도체’의 첫 후보로 제안했다.
빛이 들어오는 창과 전하가 머무는 대기실
황화비스무트에서 빛은 흡수 확률이 큰 직접천이를 통해 들어온다. 직접천이가 지배하는 영역의 흡수계수는 10만 cm⁻¹을 넘었다. 이 값의 역수인 특성 흡수길이는 약 100 nm다. 머리카락 굵기를 50∼100 μm로 보면 약 500∼1,000분의 1에 해당하는 길이다. 다만 100 nm 두께에서 빛을 전부 흡수한다는 뜻은 아니다. 측정된 흡수 시작은 약 1.4 eV로, 파장으로 환산하면 약 886 nm다.
빛을 받은 뒤 에너지를 낮춘 전하 일부는 직접천이 상태보다 아래에 있는 간접 상태에 분포한다. 이 상태는 빠른 직접 재결합에 곧바로 참여할 전하의 비율을 줄이는 저장고처럼 작용한다. 실제 재결합 사건은 속도가 훨씬 빠른 직접 경로가 지배하지만, 그 경로에 즉시 들어갈 수 있는 전하 자체가 줄어드는 셈이다.
두 상태의 간격은 제일원리 계산에서 약 40 meV, 온도에 따른 재결합 변화를 설명하는 모형 적합에서 약 38 meV로 나타났다. 40 meV는 실온 열에너지 약 25.9 meV의 1.5배 정도다. 전하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이라기보다 온도에 따른 열적 흔들림에 따라 두 상태 사이의 분포가 달라질 만큼 가까운 간격이다. 다만 40 meV를 분광 실험으로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다. 계산값과 같은 물리적 설명에 기반한 모형 적합값이 비슷하게 나온 것이다.
4 K까지 식혀 재결합의 ‘지문’을 찾다
연구진은 ST-cut 석영 기판 위에 약 150 nm 두께의 황화비스무트 박막을 열증착했다. 증착 전 진공은 약 3×10⁻⁵ Torr였고, 시료는 질소 글러브박스에서 250℃로 30분간 열처리했다. 완성된 태양전지나 전극·수송층을 갖춘 접합소자가 아니라 재료의 물리적 성질을 살피기 위한 다결정 박막이었다.
실험은 4∼295 K에서 진행됐다. 연구진은 흡수분광과 광펌프–테라헤르츠 탐침, 102 GHz 밀리미터파 전도도, 시간분해 광발광을 결합했다. 대표적인 광여기 조건은 1.55 eV 에너지, 35 fs 길이의 빛을 초당 5,000번 가하는 방식이었다. 분석한 플루언스, 즉 단위 면적에 가한 빛 에너지의 범위는 약 10∼75 μJ/cm²였다. 여러 측정법을 이어 붙여 약 200 fs부터 1 μs까지, 시간 규모가 약 50억 배 차이 나는 전하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핵심 단서는 시료를 냉각할 때 나타났다. 초기 이분자 재결합계수 k₂, 즉 전자와 정공이 만나 사라지는 고유한 속도를 나타내는 값이 온도가 내려가면서 오히려 감소했다. 일반적인 직접천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였다. 연구진은 온도가 낮아질수록 전하가 아래쪽 간접 상태에 더 많이 분포해 빠른 직접 재결합에 참여할 비율이 작아졌다고 해석했다. 혼합 직접–간접 모형은 가장 낮은 온도에서는 k₂가 다시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전자구조 계산도 이 해석을 뒷받침했다. 연구진은 DFT/PBE+SOC, PBE0+SOC, GW와 베테–살피터 방정식(BSE)을 이용했다. 계산법에 따라 절대 밴드갭은 달랐지만, 낮은 간접천이와 가까운 직접천이가 함께 있다는 정성적 구조는 유지됐다. 직접천이만 포함한 GW+BSE 계산도 측정된 흡수 시작의 형태를 재현했다. 극저온에서도 주요 구간의 흡수계수가 크게 줄지 않았다는 점은 포논의 도움을 받는 간접천이만으로 강한 흡수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근거가 됐다.
‘75% 억제’가 태양전지 효율을 뜻하지 않는 이유
전역 적합으로 추출한 실온 k₂는 약 5×10⁻¹¹ cm³s⁻¹이었다. 논문이 제시한 ‘약 75% 억제’는 실온에서 직접·간접 상태의 차이 ΔE를 40 meV로 둔 모형을, 흡수 특성이 같은 가상의 순수 직접천이 반도체와 비교한 결과다. 가상 물질의 내재적 k₂를 100으로 놓으면 황화비스무트형 구조에서는 약 25가 된다는 의미다. 실제 태양전지에서 전하 100개 중 75개를 추가로 꺼냈거나, 전체 전하 손실 또는 소자 효율이 75% 개선됐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진의 모형은 300 K에서 ΔE가 24 meV이면 k₂가 50%, 65 meV이면 90%, 127 meV이면 99% 억제될 수 있다고 계산했다. 그러나 간격을 계속 키우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ΔE가 커지면 간접 흡수 구간이 넓어지고 잠재적인 광전압을 더 희생해 보통의 간접천이 물질에 가까워진다. 강한 흡수와 느린 재결합 사이에서 적절한 간격을 찾는 일이 핵심이다.
이 구조가 흡수와 방출에 관한 키르히호프 법칙이나 일반화된 플랑크 법칙을 깨뜨린 것도 아니다. 흡수와 재결합에 주로 참여하는 전자 상태를 가까운 두 층으로 부분적으로 나눠, 두 과정이 같은 상태에서 일어난다고 보는 단순한 대응을 우회한 것이다. ‘유사 직접천이’나 ‘준직접천이’라는 용어 자체도 이번에 처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의 새로움은 황화비스무트의 가까운 직접·간접 상태를 온도 의존 실험과 시간분해 측정, 전자구조 계산을 통해 재결합 억제와 연결했다는 데 있다.
재료의 가능성과 태양전지의 성능 사이
이번 연구는 완성된 태양전지를 만들지 않았다. 전력변환효율과 개방전압, 단락전류, 충전율, 장기 안정성도 측정하지 않았다. 실제 박막에서 전하는 대부분 약 100 ns 안에 사라졌다. 긴 시간과 낮은 전하밀도에서는 결함이나 트랩이 관여하는 분산형 단분자 재결합이 두드러졌다. 내재적인 이분자 재결합을 늦추더라도 전하가 결함에 붙잡히거나 전극까지 충분히 이동하지 못하면 실제 소자에서는 이점이 가려질 수 있다.
결과는 한 종류의 약 150 nm 열증착 다결정 박막에서 얻었다. 단결정과 나노결정, 용액공정 박막, 다른 결정방향이나 실제 접합소자에도 같은 설명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k₂ 역시 전도도 감쇠와 초기 전하밀도, 이동도, 트랩 감쇠를 함께 고려한 모형 의존적 값이다. 계산된 절대 밴드갭과 실험의 흡수 시작 사이에도 차이가 있어, 수십 meV 규모의 상대적 분리가 계산법이나 격자·변형·조성에 얼마나 민감한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논문은 2026년 10월 28일 공개됐으며, 11월 1일 현재 독립 연구진의 재현이나 실패 보고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성과의 무게는 곧바로 더 좋은 태양전지를 완성했다는 데 있지 않다. 강하게 빛을 받아들이는 상태와 빠른 재결합을 피하도록 전하를 분산시키는 상태를 아주 가까이 배치하자는 재료 탐색 기준을 실험과 계산으로 제시했다는 데 있다. 결함과 계면, 이동도, 제조법까지 해결한 소자에서 이 원리가 실제 발전효율 향상으로 이어지는지가 다음 질문으로 남았다.
자료: 옥스퍼드대학교, 우한대학교, 파도바대학교, 킹스칼리지런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