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균열이 분자 신호 150배 키웠다…연세대, AI로 혼합물 읽는 유연 센서 개발

금속막에 낸 미세한 균열이 분자의 희미한 빛 신호를 약 150배 키우고, 인공지능이 뒤섞인 신호에서 여러 물질을 가려내는 유연 센서로 이어졌다.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이우영 교수팀은 자연의 지질 구조에서 착안한 계층적 균열망과 표면증강 라만 산란(SERS), 딥러닝을 결합한 분자 감지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라만 산란은 분자에 빛을 비췄을 때 나타나는 고유한 빛의 변화를 뜻한다. 분자마다 다른 스펙트럼을 보여 일종의 광학 지문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신호가 매우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SERS는 금속 나노구조 주변에서 국소 표면 플라스몬 공명으로 만들어지는 강한 전자기장을 이용해 이 라만 신호를 키우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은(Ag) 박막과 약 300㎛ 두께의 투명하고 유연한 고분자 PDMS를 결합했다. 여기에 한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단축 인장, 극저온·열 처리, 초음파 처리를 차례로 적용했다. 그 결과 V자형 골과 2차 균열, 나노미터 크기의 틈인 나노갭이 서로 이어진 계층적 균열망이 형성됐다. 크기가 다른 균열이 겹쳐지면서 분자의 빛 신호를 키우는 지점이 촘촘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 구조에서 측정한 평균 SERS 세기는 같은 조건의 평탄한 은 박막보다 약 150배 높았다. 빛과 구조의 상호작용을 계산하는 3차원 FDTD 분석에서도 공간 평균 전자기장 증강값은 기계적 인장만 적용했을 때 1.9×10²였지만, 세 공정을 모두 거친 뒤에는 7.5×10³으로 증가했다. 단계적으로 만든 미세 구조가 신호 증폭에 기여한다는 점을 실험과 계산으로 함께 살핀 결과다.
기존 유연 SERS 기판은 나노입자 조립이나 리소그래피, 여러 단계의 화학합성 등이 필요하거나 레이저와 시료가 같은 면에 놓이는 전면 조사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센서의 금속면을 과일이나 피부에 밀착하면 레이저가 그 면에 접근하기 어려워 센서를 떼어 측정해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처음 붙어 있던 분자의 분포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투명한 PDMS의 뒤쪽에서 레이저를 비추는 방식을 택했다. 금속 감지면을 과일이나 피부에 붙여 둔 상태에서도 반대편에서 신호를 읽을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적용을 염두에 두고 과일 표면의 농약 잔류물과 채취한 땀에 함께 존재하는 대사물질을 별도의 표지 물질 없이 측정했다.
여러 물질이 섞인 실제 시료에서는 각 물질의 라만 피크와 배경 신호가 겹치기 때문에 특정 피크 하나만 보고 성분을 구별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단일 물질의 스펙트럼을 증강하고 선형으로 중첩해 합성 혼합물 학습자료를 만들었다. 이어 단일 물질을 식별하는 모델과 함께 존재하는 물질을 선별하는 모델 등 두 종류의 1차원 합성곱신경망(1D-CNN)을 구성했다. 1D-CNN은 순서대로 이어진 스펙트럼 데이터에서 반복되는 특징을 찾아 분류하는 딥러닝 방식이다.
합성 자료를 활용하면 가능한 혼합물 조합을 모두 실제 실험으로 만들어 학습시키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논문은 이 기술의 주된 목적을 모든 물질의 농도를 보편적으로 재는 정량 분석이 아니라, 복잡한 혼합물에서 여러 분자의 존재를 식별하고 선별하는 데 두고 있다. 유연한 센서 구조와 뒤쪽 레이저 조사, AI 판독을 하나로 묶었다는 점에서 식품이나 피부처럼 굴곡이 있고 여러 성분이 공존하는 표면 분석에 활용할 기반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 제471권에 논문번호 141052로 게재될 예정이며, DOI는 10.1016/j.snb.2026.141052다.
자료: 연세대학교, 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Elsevi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