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산 임상데이터로 'AI 기본의료' 판 짠다…데이터 허브·AI수가 개편 추진

병원에서 쓰는 인공지능(AI)의 상당수가 해외에서 학습된 모델이라는 점은 오래된 고민이었다. 한국인의 질병 양상과 진료 기록으로 배우지 않은 AI는 정확도의 한계가 있고, 데이터 주권 측면에서도 부담이 크다. 정부가 국내 임상데이터로 직접 키운 '한국형 의료 AI'를 만들겠다며 판을 새로 짜기로 했다.
히트뉴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국가AI전략위원회는 22일 '생명을 위한 AI, 모두가 누리는 의료혁신'을 내건 'AI 기본의료 전략'을 발표했다. 데이터 기반을 만들고, 병원 현장에 AI를 심고, 이를 뒷받침하는 건강보험 보상 체계를 손보는 세 갈래로 짜였다.
흩어진 의료데이터, 하나의 허브로
첫 축은 국가 의료데이터 허브 구축이다. 건강보험공단과 국립암센터, 국립대병원이 각각 쌓아온 공공·임상·연구 데이터를 서로 연결하고, 연구자가 한 곳에서 신청부터 활용까지 해결하는 '원스톱 데이터 컨설팅 체계'를 마련한다. 지금은 데이터가 기관마다 흩어져 있어 하나의 연구에 여러 곳의 자료를 모으려면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데이터를 쓰기 쉽게 만드는 규제 개선도 함께 검토한다.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처리한 가명데이터의 활용 규제를 합리화하고, 일부 연구에 대해서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를 면제하는 방안을 살핀다. IRB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윤리 기준에 맞는지 사전에 심사하는 기구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와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델(방대한 데이터로 미리 학습해 여러 과제에 두루 활용하는 대형 기반 모델)을 결합해, 해외 AI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목표다.
영상 판독부터 회진까지, AI가 들어오는 병원
둘째 축은 병원 현장이다. 정부는 AI 특화병원을 지정해 AI 영상 판독, 진료 기록 자동 생성, 환자 의뢰·회송 문서 작성, AI 회진과 간호 지원 같은 솔루션을 실제 진료에 적용한다. 나아가 진료와 간호, 수술, 원무 전반을 AI로 운영하는 'AI 지능형 병원정보시스템'을 개발하고, 국립대병원들이 함께 쓸 수 있도록 핵심 모듈을 공동으로 만든다.
이 기술이 대형 병원에만 머물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공공의료 AI 고속도로'다. 전국 72개 권역·지역 책임의료기관을 연결해,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지역 공공병원도 AI 솔루션을 끌어다 쓸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지역·필수·공공의료의 공백을 기술로 메우겠다는 이번 전략의 방향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기술'이 아니라 '성과'를 보상한다
셋째 축은 건강보험 수가 체계 개편이다. 지금까지는 개별 AI 의료기술 하나하나를 심사해 값을 매기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AI를 활용해 실제로 어떤 의료 성과를 냈는지를 평가하고 보상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수가(酬價)는 의료 행위에 건강보험이 지급하는 대가로, 어디에 값을 매기느냐가 병원의 기술 도입 여부를 좌우한다. 기술 자체가 아니라 결과를 보상하도록 기준을 바꾸면, 성능이 검증된 AI가 현장에 더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의료 AI의 윤리·보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지역 국립대병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며, AI 전문인력을 키우고 해외 연구자를 유치하는 지원책도 병행하기로 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AI는 지역·필수·공공의료의 공백을 메우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도구"라며 관계부처와 함께 전략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전략은 구체적인 예산 규모와 단계별 이행 일정이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가명데이터 활용과 IRB 면제 등 규제 완화는 개인정보 보호와 맞물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고, 성과 기반 수가 역시 'AI가 낸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가 실효성을 가를 관건이다. 세부 실행 방안이 나오는 과정에서 실제 정책의 무게가 드러날 전망이다.
참고 자료
· 한국형 의료AI 육성 시동…데이터 허브·AI수가 추진 — 히트뉴스 (2026.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