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팹리스에 1천억 붓는다…SW·반도체·투자업계 손잡고 'AX 전용펀드' 조성

인공지능(AI)을 잘 만드는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산업 경쟁력이 완성되지 않는다. 그 AI를 실제로 구동시키는 반도체 설계 역량, 그리고 이 둘을 시장까지 밀어 올릴 자금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국내 소프트웨어·팹리스·투자업계가 같은 문제의식 아래 한자리에 모여 1천억원 규모의 전용 투자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와 한국팹리스산업협회, AI+X 투자사협의회는 23일 'AX 특화 투자생태계 조성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AX는 인공지능을 산업 전반에 접목해 기존 방식을 바꾸는 'AI 전환(AI Transformation)'을 뜻한다. 팹리스는 반도체 생산 공장 없이 칩 설계만 전담하는 기업을 말한다.
왜 SW·반도체·돈을 한데 묶나
세 단체가 겨냥하는 지점은 분명하다. AI 서비스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기업, 그 연산을 담당할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딥테크 기업, 그리고 이들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이 서로 따로 놀아온 구조를 하나로 잇겠다는 것이다. 협약에 따라 세 단체는 유망 AI·팹리스·딥테크 기업을 함께 발굴하고, 기술개발과 실증, 투자, 사업화, 시장 진출을 연결하는 전주기 성장 지원 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 구상의 자금줄이 1천억원 규모의 'AX 전용펀드'다. 단순히 초기 기업에 씨앗 자금을 대는 데 그치지 않고, 정부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부터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까지 기업이 커 가는 단계마다 자금과 회수(엑시트) 경로를 잇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만 받고 이후 성장 단계에서 자금이 끊겨 주저앉는 '데스밸리'를 겨냥한 설계인 셈이다.
"속도경쟁 한복판"…산업자본까지 끌어들인다
조준희 KOSA 회장은 "AI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SW와 서비스뿐만 아니라 이를 구현하는 반도체와 딥테크 역량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호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은 "팹리스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선 기술개발과 함께 실증·투자·사업화·시장 진출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업계는 위기감을 앞세웠다. 최치호 AI+X 투자사협의회 공동회장은 "AI·딥테크 시장이 실리콘밸리와 중국을 중심으로 속도경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남훈 공동회장은 "한국 AX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정책펀드뿐 아니라 산업자본도 펀드와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정부 재원에만 기대지 않고 대기업 등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남은 과제 — 실행안은 아직 백지
방향은 섰지만 구체적 실행안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세 단체는 이날 협약에서 1천억원 펀드의 출자처가 누구인지, 언제까지 조성을 마칠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발굴·지원 대상 기업 수나 규모 목표치도 제시되지 않아, 협약이 실제 결성된 펀드와 스케일업·글로벌 실증(PoC)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설계, 투자라는 서로 다른 세 진영이 'AI 전환'이라는 공통 목표 아래 자금과 지원을 한 묶음으로 설계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 자체로 신호다. 국내 딥테크 기업들이 초기 단계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겨룰 몸집을 갖출 수 있을지, 이 펀드가 실제 어떤 규모와 속도로 굴러가는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자료: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