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누리호에서 다누리, 그리고 2032 달 착륙까지

약 200t짜리 로켓을 하늘로 쏘아 올린 뒤 우주에 남기는 것은 겨우 1.5t급 위성이다. 200t을 던져 1.5t을 남기는 셈이다. 로켓의 대부분이 연료통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거대한 연료를 한꺼번에 태우면서 방향과 속도를 정밀하게 맞춰야 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내려놓을 수 있다. 3단 엔진이 목표보다 몇 초만 일찍 꺼져도 실패한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첫 비행이 실제로 그랬다.
그러나 그 실패 뒤 한국은 자체 발사체로 위성을 궤도에 올렸고, 첫 달 궤도선 다누리를 달 주변까지 보냈다. 다음 목표는 2032년 한국형 달 착륙선을 자국 발사체에 실어 달에 연착륙시키는 것이다. ‘남의 로켓에 위성을 얹던 나라’에서 ‘직접 쏘고 달까지 보내는 나라’로 이동한 과정은 한 번의 발사 성공이 아니라 발사체와 탐사선, 관제와 탑재체 기술을 차례로 확보해 온 여정이다.
몇 초의 오차를 넘어 만든 자력 발사 능력
누리호(KSLV-II)는 전장 47.2m, 중량 약 200t의 3단 로켓이다. 2010년 개발에 착수해 약 2조 원이 투입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설계를 맡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총조립,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진, 현대중공업이 발사대를 담당했다. 발사 장소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다.
첫 도전인 2021년 10월 21일 비행에서 발사체는 정상적으로 날았지만 3단 엔진이 일찍 연소를 끝냈다.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이 비행은 성공으로 볼 수 없다. 위성은 약 550km 상공에서 초속 약 7.5km, 총알의 10배에 이르는 속도로 돌아야 한다. 그 궤도에 위성을 정확히 놓는 일은 단순히 높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속도까지 맞추는 정밀 사격에 가깝다.
첫 궤도투입 성공은 2022년 6월 21일 2차 발사에서 나왔다. 성능검증위성과 큐브위성을 우주에 내보냈다. 이로써 한국은 1.5t급 위성을 자력으로 궤도에 올린 7번째 나라가 됐다. 흔히 말하는 ‘7대 우주강국’은 이 능력을 기준으로 한 표현이다. 자력 위성발사 능력 자체를 확보한 순서로는 11번째이므로 두 숫자는 구분해야 한다.
2023년 5월 25일 3차 발사에서는 첫 실전 실용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큐브위성 7기를 탑재해 성공했다. 2025년 11월 27일 4차 발사는 첫 야간발사였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큐브위성 12기, 모두 13기를 올렸다. 이 발사에서는 민간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총조립을 맡았다. 국가 연구개발로 확보한 발사체 기술이 민간 참여 확대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 변화다.
달까지 38만km 대신 594만km를 간 이유
발사체가 지구 중력을 뚫고 위성을 올리는 기술이라면, 다누리(KPLO)는 먼 우주에서 탐사선을 정확한 궤도에 넣고 운영하는 기술을 시험한 첫 달 탐사선이다. 다누리는 2022년 8월 5일 미국 케이프커내버럴에서 스페이스X 팰컨9에 실려 발사됐다. 누리호가 아니라 미국 발사체를 이용했지만, 2022년 12월 26일 고도 약 100km의 달 임무궤도 진입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세계 7번째 달 궤도 탐사국이 됐다.
다누리의 항로는 지름길과 거리가 멀었다. 지구와 달 사이는 약 38만km지만 다누리는 태양 쪽으로 156만km까지 멀어졌다가 돌아오는 탄도형 달 전이(BLT)를 택했다. 태양과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연료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4.5개월 동안 약 594만km를 비행했다. 목적지는 가까워도 사용할 수 있는 연료가 제한된 우주에서는 일부러 먼 길을 선택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누리에는 모두 6종의 탑재체가 실렸다. 국산 장비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고해상도카메라 LUTI, 한국천문연구원의 광시야편광카메라 PolCam, 경희대의 자기장측정기 KMAG,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감마선분광기 KGRS,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우주인터넷 장비 DTNPL 등 5종이다.
나머지 하나인 섀도캠(ShadowCam)은 미국 NASA와 애리조나주립대가 제작해 다누리에 탑재한 장비다. 달 극지에는 햇빛이 들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이 있다. 섀도캠은 이 어두운 곳을 촬영해 물과 얼음의 단서를 찾는 역할을 하며 NASA도 그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다누리의 운영 기간은 당초 1년에서 2027년 말까지로 연장됐으며, 계획상 2028년경 임무를 마칠 예정이다.
더 큰 로켓으로 2032년 달 표면을 향한다
다음 단계의 중심에는 2024년 5월 27일 경남 사천에서 출범한 우주항공청(KASA)이 있다. 초대 청장은 윤영빈이다. 우주항공청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을 산하에 편입하고, 누리호와 차세대발사체, 달 착륙선 개발 및 민간 우주산업 육성을 총괄한다. 흩어져 있던 우주개발을 한 지붕 아래에서 추진하는 체계다.
2032년 달 착륙에 쓰일 차세대발사체(KSLV-III)는 누리호의 단순 확대판이 아니다. 2023년부터 2032년까지 약 2조 2,900억 원을 투입해 개발하며, 2025년 12월 확정된 구성은 메탄 엔진을 사용하는 2단 발사체다. 1단에는 부분재사용 개념이 적용된다. 길이는 약 70m이며 지구저궤도에는 10t 이상, 달전이궤도에는 1.8t 이상을 보낼 수 있도록 계획됐다.
목표는 이 발사체로 한국형 달 착륙선을 발사해 2032년 달 표면에 부드럽게 내려놓는 연착륙을 이루는 것이다. 이는 이미 달성된 성과가 아니라 국가 로드맵이 제시한 계획이자 핵심 이정표다. 누리호가 지구 궤도에 도달하는 길을 열고 다누리가 먼 우주를 돌아 달 궤도에 들어갔다면, 남은 과제는 더 큰 화물을 달로 보내고 표면까지 안전하게 내려놓는 일이다. 몇 초의 연소 오차에서 출발한 한국의 우주탐사는 이제 재사용 발사체와 달 착륙이라는 다음 시험대 앞에 서 있다.
연착륙 클럽은 아직 5개국…더 붐비고 더 빨라진 달
한국이 겨냥한 2032년의 달은 지금보다 훨씬 붐빌 것이다. 다만 눈높이를 나눠 볼 필요가 있다. 달 연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지금까지 옛 소련과 미국, 중국, 인도, 일본 다섯뿐이다. 인도는 2023년 8월 찬드라얀 3호로 네 번째 연착륙국이 되며 남극권 부근에 처음 내렸고, 일본은 2024년 1월 무인 착륙선 슬림(SLIM)으로 오차 100m 이내를 노리는 정밀 착륙을 해냈다. 민간도 뛰어들어 2024년 2월 미국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기업 최초로 달에 연착륙했고, 2025년 3월에는 파이어플라이의 블루 고스트가 임무를 끝까지 마쳤다.
유인 경쟁은 미·중 2파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26년 4월 우주비행사 4명이 달을 돌아오는 아르테미스 2호 비행을 마쳤다. 아폴로 17호(1972년) 이후 50여 년 만의 유인 달 비행이다. NASA 계획 기준으로 2027년 아르테미스 3호가 지구 저궤도에서 착륙선 도킹을 시연하고, 이르면 2028년 초 아르테미스 4호가 달 남극 부근 유인 착륙에 나선다. 중국은 2030년 이전 자국 우주인의 달 착륙을 공식 목표로 걸었고, 2024년 창어 6호로 세계 최초의 달 뒷면 시료 약 1,935g을 가져왔다.
로드맵의 끝은 화성…관건은 일정이 아니라 지속이다
한국의 공식 로드맵은 이미 그 너머를 본다. 2022년 12월 국가우주위원회가 확정한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은 2032년 달 착륙에 이어 2045년 화성 착륙을 목표로 못 박고, 무인 탐사는 독자 능력으로 유인 탐사는 국제협력으로 푼다는 역할 분담과 2027년까지 우주개발 투자를 1조 5,000억 원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을 담았다.
협력의 지렛대도 손에 있다. 한국은 2021년 5월 미국 주도 달 탐사 협력 원칙인 아르테미스 약정에 세계 10번째로 서명했고, 다누리의 섀도캠이 모으는 영구음영지역 정보는 미국의 유인 착륙 후보지 물색과 맞물려 있다. 다만 아르테미스 일정이 여러 차례 미뤄진 데서 보듯 달 착륙 계획표는 자주 다시 쓰인다. 차세대발사체와 착륙선 개발비가 몰릴 2020년대 후반에 투자를 지켜내는 일이 2032년의 성패를 가를 실질 변수다.
자료: 한국항공우주연구원·NASA·국가우주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인도우주연구기구(ISRO)·중국유인우주국(CMS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