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여럿이 머리 맞대 물리 난제 풀었다…KAIST, 139개팀 제친 '국제 물리 챌린지' 우승
어려운 물리 문제 앞에서 사람 여럿이 모여 서로 풀이를 검산하고 다투듯 토론하면 정답에 더 가까워진다. 인공지능(AI)에게도 같은 방식을 쓸 수 있을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여러 AI를 각각 독립된 '에이전트'로 세워 서로 답을 확인하고 토론하게 하는 방법으로, 이미지와 글로 주어진 물리 문제를 푸는 국제 대회에서 세계 139개 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KAIST는 AX학과 문일철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고 권위의 머신러닝 학회인 국제머신러닝학회(ICML) 2026 부설 'AI4Math 워크숍'이 주최한 국제 챌린지에서 우승했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지난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ICML 2026 현장에서 진행됐다.
139개 팀이 겨룬 '이미지 속 물리 문제'
이번 대회의 정식 명칭은 '시각적으로 정의된 물리 문제 풀기(Visual Grounded Physics Problem Solving)'다. 참가팀은 그림과 텍스트가 함께 제시된 물리 문제를 AI로 풀되, 정답만 내는 것이 아니라 풀이 과정까지 함께 생성해야 했다. 문제 상황을 눈으로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점에서, 단순 계산을 넘어 AI의 추론 능력을 겨루는 무대였다.
대회는 5월 1일부터 6월 16일까지 약 6주 반 동안 진행됐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 취리히), 중국 푸단대, 상하이혁신연구원 등 내로라하는 기관을 포함해 모두 139개 팀이 참가했고, KAIST 연구팀이 그 정상에 올랐다. 연구팀은 문 교수가 이끄는 응용인공지능연구실(AAILab) 소속 5명으로,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곽지석 박사과정생 등이 참여했다.
'하나의 천재 AI'가 아니라 '토론하는 AI들'
연구팀이 택한 핵심 전략은 여러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각각 독립된 에이전트로 변환하는 것이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로 미리 학습해 여러 과제에 두루 쓸 수 있는 대형 AI를 말한다. 연구팀은 이런 모델 여러 개를 하나의 '해결사'로 통합하지 않고, 서로 다른 에이전트로 세워 각자 내놓은 답을 놓고 검증하고 토론하게 했다.
한 개의 AI가 혼자 답을 낼 때 생기는 오류를 다른 AI들이 걸러내면서, 추론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문 교수는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에이전트로 변환하면서 다양한 에이전트가 토론과 검증을 통해 올바른 답을 찾아내는 과정을 보고, 하나의 AI 파운데이션 모델이 미래를 독점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물리 문제 너머, 항공기 설계까지
연구팀은 이 기술의 쓰임새를 대회 밖에서 찾았다. 문 교수는 이번 대회가 "물리 문제를 푸는 대회였지만, 사실 미국 항공우주 기업 보잉(Boeing) 등에서 시험하고 있는 AI 기반 항공기 설계 및 운용과 같이 물리적 상황의 최적 설계 및 운용에 쓰이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물리 환경을 이해하고 최적의 해법을 찾는 AI는 항공기 설계 최적화, 로보틱스, 자율주행차 설계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회 우승이 곧바로 산업 현장의 성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문제를 푸는 환경과, 변수가 훨씬 많은 실제 설계·운용 현장 사이에는 검증해야 할 간극이 남아 있다. 여러 AI를 동시에 돌리는 만큼 계산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도 실용화의 과제로 남는다. 그럼에도 '하나의 거대한 AI'에 기대는 대신 여러 AI의 협업으로 성능을 끌어올린 이번 성과는, AI 활용 방식의 방향을 놓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료: 한국과학기술원(KAI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