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반도체 전원망 데이터 695분의 1로 압축

첨단 반도체 패키지의 방대한 전원 공급망 데이터를 최대 695분의 1 크기로 줄이면서, 그 안에 담긴 전자기적 의미까지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저장 공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 위치에서 강한 결합과 공진이 나타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KAIST 김정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다중 포트 전원 공급망(PDN) 데이터를 압축하고 물리적 특성을 함께 해석하는 텐서 기반 표현 학습 방법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PDN은 반도체 패키지 안에서 칩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전원·접지 연결망을 뜻한다.
첨단 반도체 패키지와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스템은 전력 밀도와 입출력 밀도가 높아 수많은 전원·접지 포트를 동시에 분석해야 한다. 포트가 N개이고 분석할 주파수 지점이 F개라면 PDN 임피던스 데이터는 N×N×F 크기의 3차원 텐서가 된다. 텐서는 여러 방향으로 배열된 숫자 묶음으로, 여기서는 입력 포트와 출력 포트, 주파수에 따른 전기적 반응을 한꺼번에 담는다. 포트 수가 늘면 저장량도 포트 수의 제곱에 비례해 빠르게 증가한다.
기존에는 이런 고차원 데이터를 일렬로 펼쳐 머신러닝에 입력하는 방식이 주로 쓰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입력 포트와 출력 포트, 주파수 사이의 구조적 관계가 약해질 수 있었다. 예측 결과에 나타난 전자기적 결합이나 공진이 왜 생겼는지 해석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었다.
연구팀은 수학적 저차원 분해 기법인 ‘터커 분해’를 데이터 기반 표현 학습에 적용했다. 전체 임피던스 텐서를 포트 사이의 공간적 결합을 나타내는 ‘공간 잠재 인자’, 주요 주파수 반응을 나타내는 ‘스펙트럼 기저 함수’, 두 요소의 상호작용을 담는 작은 ‘코어 텐서’로 나눴다. 모든 임피던스 값을 하나씩 저장하는 대신 전체 반응을 대표하는 공간·주파수 패턴을 추려 저장하는 방식이다.
공진점의 크기와 위상 정보가 사라지지 않도록 복소수 선형 영역에서 텐서를 학습했다. 복소수는 크기와 위상을 함께 표현할 수 있는 수학적 형식이다. 복원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포트에는 더 높은 가중치를 주는 ‘신뢰도 기반 포컬 학습법’도 적용했다. 전체 평균 오차만 줄이는 기존 분해 방식과 달리 특정 포트에서 생기는 국부적 오차를 줄여 PDN 전 영역에서 고른 복원 정확도를 확보하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은 실리콘 인터포저를 모사한 100포트 PDN 벤치마크에서 0.1~20GHz 범위의 1,001개 주파수 지점을 분석했다. 실리콘 인터포저는 여러 칩을 연결하는 중간 기판이다. 분석 결과 셀프 임피던스와 트랜스퍼 임피던스의 주요 공진 피크뿐 아니라 공진 부근의 급격한 위상 변화, 포트 사이의 공간적 결합 특성까지 재구성했다.
학습된 공간 인자에서는 캐비티에서 예상되는 정상파 패턴도 확인했다. 캐비티는 전자기파가 머물며 공진할 수 있는 공간이고, 정상파는 특정 위치에 일정한 마디와 배가 형성되는 파동이다. 같은 주파수에서 서로 다른 공간 형상이 나타나는 축퇴 공진 특성과 일치하는 패턴도 관찰됐다.
256포트 PDN 사례에서는 전체 복소 임피던스 데이터를 기존 방식으로 저장할 때 약 1,001MB가 필요했지만, 새 텐서 표현은 약 1.44MB로 같은 목표 복원 정확도를 만족했다. 약 695대 1의 압축률이다. 시험한 포트 범위에서 기존 저장량은 포트 수의 제곱에 비례해 늘어난 반면 새 표현의 저장량은 훨씬 완만하게 증가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가 단순한 데이터 압축을 넘어 압축된 공간·주파수 인자를 통해 강한 결합이 생기는 위치와 전체 반응을 지배하는 공진 특성을 해석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앞으로 포트가 불규칙하게 배치되고 비아, 배선, 디커플링 캐패시터 등 다양한 구조가 포함된 실제 반도체 패키지형 PDN으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대규모 HBM·칩렛 패키지의 신속한 예측과 최적화에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제1저자인 이정현 테라랩 박사과정 연구생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EMC+SIPI 2026’ 국제학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최우수 학생 논문상을 받았다. EMC+SIPI는 전자파 적합성, 신호 무결성, 전원 무결성을 다루는 IEEE EMC 분야 국제학회로 세계 각국의 엔지니어와 연구자 1,500~2,000명이 참가한다.
자료: KAI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