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불에 강하고 다시 쓰는 '자기강화 복합소재' 개발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신석민)은 정밀바이오화학연구본부 김진철 책임연구원과 정지은·진영재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값싼 저분자량 폴리올레핀 첨가제(mPAO·메탈로센 폴리알파올레핀)를 활용해 가공성과 난연성(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 재활용성을 동시에 갖춘 '자기강화 복합소재'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불에 강한 소재와 다시 원료로 되돌릴 수 있는 소재를 하나로 합친 셈이다. 이번 연구에는 배형은·정해민 선임연구원과 정효철·박영일 책임연구원도 함께 참여했다.
복합소재는 강화 섬유를 고분자 재료 속에 넣어 강도를 높인 소재다. 자동차 부품이나 전자제품 회로기판처럼 화재 안전이 중요한 제품에는 열에 강한 섬유강화 복합소재가 널리 쓰인다. 문제는 다 쓴 뒤다. 지금까지 많이 쓰인 열경화성 소재는 한 번 굳으면 형태가 쉽게 변하지 않아 다시 녹여 가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열을 가하면 다시 성형할 수 있는 열가소성 소재도 안에 섞인 난연제(불이 붙거나 번지는 것을 늦추는 첨가제) 등 첨가제가 재활용 과정에서 그대로 남아 재생 원료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한계가 있었다.
첨가제 하나가 가공성·난연성·재활용성 세 역할
연구팀이 개발한 자기강화 복합소재는 대표적인 범용 플라스틱인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재질의 섬유와 필름을 겹겹이 쌓은 뒤 열을 가해 만든다. 소재를 지탱하는 섬유와 이를 감싸는 필름이 같은 고분자 계열이어서 '자기강화'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서로 다른 재질을 분리할 필요 없이 열을 가해 다시 성형할 수 있는 구조다.
핵심은 여기에 넣은 mPAO다. 난연 성능을 내려면 난연제를 상당량 섞어야 하는데, 난연제가 한곳에 몰리지 않고 소재 전체에 고르게 퍼져야 균일한 성능을 낼 수 있다. 이 첨가제는 필름의 점도를 낮춰 섬유와 필름 사이의 접착력을 약 40% 높이고(가공성), 난연제가 한곳에 뭉치지 않고 고르게 퍼지도록 도우며(난연성), 사용 후에는 세척 과정에서 90% 이상 제거되는(재활용성)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한다.
그 결과 난연제를 무게 기준 40%(40wt%) 넣은 조건에서도 기계적 물성 저하 없이 플라스틱 난연성 시험 규격(UL-94)의 최고 수준인 'V-0' 등급을 달성했다. 재활용 측면의 개선 폭도 크다. 기존 상용 첨가제를 쓴 소재는 재활용할 때 첨가제가 40% 이상 남지만, mPAO는 90% 이상 제거돼 색상과 강도가 새 플라스틱 수준인 고순도 재생 원료를 얻을 수 있었다.
전기차·UAM 부품 경량화와 자원순환 겨냥
불에 강하면서도 다시 원료로 되돌릴 수 있는 이 소재는 화재 안전과 경량화가 함께 요구되는 차세대 모빌리티 부품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진철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저렴한 첨가제 하나로 난연 복합소재의 고질적 난제였던 가공성과 재활용성을 동시에 풀어낸 결과"라며 "전기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부품의 경량화와 자원순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복합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컴포지트 파트 비(Composites Part B)' 지난 3월호에 '지속가능한 난연 자기강화 복합소재: 제조와 재활용에서 mPAO의 역할(Sustainable flame-retardant self-reinforced composites: The role of mPAO in fabrication and recycling)' 논문으로 게재됐다.
자료: 한국화학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