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고등과학원, 간섭계로 ‘시공간 양자상태’ 읽는 이론 제시

서로 떨어진 입자의 관계와 한 입자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과정을 같은 측정 틀로 읽을 수 있는 양자정보 이론이 제시됐다. 공간과 시간에 흩어진 양자정보를 하나의 ‘시공간 양자상태’로 재구성할 수 있어, 복잡한 양자 과정을 더 작은 수학적 대상으로 다룰 가능성을 보여준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학과 이석형 교수와 고등과학원(KIAS) 계산과학부 권혁준 교수팀은 시공간 여러 지점에 존재하는 양자정보를 간섭계로 측정하는 이론을 정립했다고 20일 밝혔다. 관련 논문 ‘Probing Quantum States over Spacetime through Interferometry’는 2025년 8월 7일 투고돼 2026년 5월 26일 게재 승인을 받았으며, 같은 해 6월 24일 Physical Review Letters 136권에 출판됐다.
기존 양자이론에서는 같은 시간에 떨어져 있는 입자들의 관계를 ‘양자 상태’로 표현하고, 하나의 양자계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과정은 ‘양자 채널’이라는 별도 대상으로 나타낸다. 연구진이 말하는 시공간 양자상태는 이처럼 나뉘어 있던 여러 공간·시간 지점의 정보를 통합해 표현한 것이다. 중력장이나 시공간 자체의 양자화를 직접 측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각 지점이 공간적으로 배치됐는지, 시간 순서로 연결됐는지와 같은 인과관계를 미리 알지 않아도 측정할 수 있는 조건을 밝힌 데 있다. 연구진은 그러한 측정이 가능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즉 반드시 필요하면서 동시에 충족하면 충분한 조건이 다중 경로 간섭계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였다. 간섭계는 양자계가 지나갈 수 있는 여러 경로를 만들고, 경로들이 다시 만날 때 생기는 간섭무늬에서 정보를 읽는 장치다.
측정에는 기본적으로 보조 큐비트 1개가 필요하다. 큐비트는 0과 1의 정보를 양자적으로 다루는 기본 단위다. 이 보조 큐비트와 측정 대상 계 사이에 제어 유니터리 연산을 수행하고, 회로가 끝날 때까지 결맞음을 유지해야 한다. 결맞음은 양자 상태 사이의 일정한 관계가 외부 잡음 때문에 흐트러지지 않고 보존되는 성질을 뜻한다.
연구진은 핵자기공명(NMR), 포획이온, 중성원자, 초전도 큐비트, 광자 플랫폼에서 이 측정에 필요한 산란회로 관련 기술이 이미 구현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시간 방향을 구별하는 ‘시간 나침반’을 구성할 때는 정보를 기억하는 역할의 큐비트 1개가 추가된다.
수학적 규모도 기존의 프로세스 텐서보다 작다. d차원 양자계의 n단계 과정을 표현할 때 시공간 양자상태에는 d의 2n제곱 개 매개변수가 필요하지만, 프로세스 텐서에는 d의 4n제곱 개가 필요하다. 단계와 차원이 커질수록 다뤄야 할 수의 개수가 빠르게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같은 과정을 더 간결한 구조로 표현하는 셈이다.
공간과 시간의 양자 상관관계를 하나의 행렬로 표현하려는 시도는 앞서 이어져 왔다. Fitzsimons·Jones·Vedral은 2015년 ‘의사밀도행렬’을 제안하고 두 큐비트 NMR 실험으로 시간 상관관계를 시연했다. 이석형 교수와 James Fullwood는 2025년 초기 상태에 대한 선형성과 양자 조건부확률이라는 두 가정으로 마르코프적 다시간 양자상태의 형태를 규정하고, 이를 Kirkwood–Dirac 준확률과 양자 스냅샷 측정에 연결했다.
이번 이론은 공간 배치와 시간 순서를 사전에 정하지 않은 채 같은 간섭계 판독법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범위를 넓혔다. 또한 여러 시점의 기억 효과가 남는 비마르코프 과정과 서로 다른 상태가 섞인 과정, 시간반전 대칭까지 다룰 수 있는 틀을 제시했다. 양자상태와 시간에 따른 변화를 분리해 기술하던 기존 방식을 넘어, 시공간에 걸친 양자정보를 하나의 대상으로 분석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자료: 울산과학기술원(UNIST), 고등과학원(KIAS), 미국물리학회(APS), arXiv, Nature Portfoli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