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온도로 고분자 사슬 배열 조절하는 알루미늄 촉매 개발

촉매와 용매를 바꾸지 않고 온도만 조절해 고분자 사슬 속 분자 배열을 달리하는 방법이 나왔다. 충북대학교 화학과 김영조 교수 연구팀은 한양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하나의 다핵 알루미늄 촉매로 락타이드(LA)와 ε-카프로락톤(CL)의 공중합 미세구조를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전략을 개발했다. 공중합은 서로 다른 단량체를 한 사슬에 연결하는 과정이며, 미세구조는 이 단량체들이 사슬 안에서 어떤 순서로 배치됐는지를 뜻한다.
연구에는 충북대 박사 동문인 김요셉 박사와 김소한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한양대 이규선 학생과 김정곤 교수도 공동연구자로 이름을 올렸다. 관련 논문은 2026년 6월 22일 Wiley 학술지 ‘Macromolecular Rapid Communications’ 47권 16호에 논문번호 e70346으로 공개됐다.
LA와 CL은 생분해성 고분자를 만드는 대표적인 원료다. LA로 만드는 PLA는 비교적 단단하지만 취성이 크고 분해가 빠르다. CL로 만드는 PCL은 유연하지만 분해가 훨씬 느리다. 두 원료를 섞을 때는 각각의 양뿐 아니라 사슬 속 배열도 열적·기계적 성질과 분해 양상을 좌우한다. 단량체가 비교적 고르게 섞인 통계형 구조는 균질한 성질과 분해 양상을 나타낼 수 있다. 반면 같은 종류가 구간별로 모이는 블록형이나 조성이 점차 달라지는 구배형은 상분리와 불균질한 거동을 보일 수 있다.
연구진이 사용한 촉매는 산소 원자로 연결된 알루미늄 원자 4개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한 중심은 팔면체형이고 나머지 3개는 사면체형이다. 알루미늄 원자 사이 거리는 약 2.84Å로 측정됐으며, 결정구조는 CCDC 2542677로 등록됐다. 여러 금속 중심이 모인 다핵 구조를 이용해 서로 반응성이 다른 LA와 CL의 결합 과정을 온도에 따라 조절한 것이 이번 접근의 핵심이다.
동시 공중합 실험에서는 LA와 CL을 각각 4mmol씩 넣고 촉매 40μmol, 9-하이드록시플루오렌 80μmol, 톨루엔 8mL를 사용했다. 모든 반응에서 두 원료의 전환율은 99%를 넘었다. 50℃에서는 24시간 뒤 CL과 LA가 39대 61의 비율로 들어간 근통계 공중합체가 생성됐다. 평균 서열 길이는 각각 2.3과 2.6이었고 반응성비의 곱은 1.00이었다. 수평균분자량은 1만4400, 분자량이 얼마나 고르게 분포하는지를 보여주는 분산도는 1.17이었다.
온도를 높이면 반응에 걸리는 시간도 짧아졌다. 70℃에서는 6시간, 90℃에서는 2시간, 110℃에서는 1시간이 걸렸다. 연구진은 저온에서는 단량체가 촉매를 거쳐 사슬에 들어가는 삽입 반응이 우세해 근통계형 배열이 만들어진다고 해석했다. 110℃ 이상에서는 고분자 사슬 사이의 에스터 결합이 서로 교환되는 에스터교환반응이 경쟁적으로 증가하면서 배열이 구배형으로 이동했다.
LA와 CL은 반응성이 달라 두 성분이 고르게 섞인 배열을 직접 만들기 어렵다. 앞선 2024년 ‘Inorganic Chemistry’ 연구에서는 란타넘 촉매의 리간드와 용매를 바꿔 실온에서 여러 배열을 얻었다. 당시 LA는 5분 이내에 모두 소모됐지만 CL 전환율은 약 5%에 그쳤고, 이후 진행된 에스터교환반응이 배열을 결정했다. 이번 연구는 촉매나 용매를 교체하지 않은 채 같은 다핵 알루미늄 촉매에서 온도 조절만으로 근통계형과 구배형 사이의 변화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자료: 충북대학교, 한양대학교, Wiley, American Chemical Socie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