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나노 고분자막이 물방울 흐름 바꿨다…KAIST, 구리관 열전달 5.5배
구리관에 100나노미터 두께의 고분자막을 입혀 물방울이 맺히고 떨어지는 방식을 바꾸자, 열전달 성능이 무코팅 구리관보다 최대 5.5배 높아졌다. 표면의 미세한 구조를 없애지 않고 오히려 응축을 돕는 자리로 활용한 결과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남영석 기계공학과 교수와 임성갑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구리 표면에 초박막 불소계 고분자 pPFDMA를 코팅해 응축 열전달을 높였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2026년 7월 16일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온라인 공개됐다.
연구팀은 개시제를 이용한 화학 기상 증착법인 iCVD로 구리관에 25나노미터, 100나노미터, 500나노미터 두께의 막을 각각 만들었다.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100나노미터는 1미터의 1천만분의 1에 해당한다. iCVD는 용매를 쓰지 않고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기체 상태의 물질을 증착해 곡면에도 균일하고 연속적인 막을 형성하는 방법이다.
응축 과정에서는 수증기가 차가운 표면에서 물로 변한다. 이때 물이 연속적인 막을 이루면 물막 자체가 열의 이동을 방해하는 열저항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작은 물방울 형태로 맺혀 반복적으로 떨어지면 구리 표면이 다시 드러나 열이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물방울을 많이 만들면서도 오래 붙어 있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험에서 열처리 전 25나노미터와 100나노미터 막의 응축 열전달계수는 약 55~65 kW·m⁻²·K⁻¹였다. 열전달계수는 면적과 온도 차이를 기준으로 열이 얼마나 잘 이동하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연구팀이 코팅막을 80도에서 1시간 열처리하자 이 값은 75~88 kW·m⁻²·K⁻¹로 35~40% 증가했다.
같은 조건의 무코팅 구리관은 16~17 kW·m⁻²·K⁻¹를 기록했다. 열처리한 얇은 막의 최대 성능은 일반 구리관에서 물막이 형성되는 막상응축과 비교해 약 4.5~5.5배 높았다. 기존 실란계 자기조립 단분자막과 앞서 보고된 iCVD 고분자 코팅보다도 50% 이상 높은 성능을 나타냈다.
두께 차이는 물방울이 생기는 표면 구조에도 영향을 줬다. 25나노미터와 100나노미터 막에는 500나노미터 막보다 고분자 응집체가 단위 면적당 10~15배 많이 형성됐고, 물방울이 처음 생기는 핵생성 밀도도 약 3배 높았다. 얇은 막에서 물방울이 떨어질 때의 직경은 500나노미터 막보다 약 27% 작았으며, 떨어지는 물방울이 주변 물방울까지 쓸어내는 빈도는 1.37배 높았다.
500나노미터 막의 열전달계수는 열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37~45 kW·m⁻²·K⁻¹에 머물렀다. 고분자는 열전도율이 약 0.2 W·m⁻¹·K⁻¹로 낮아 막이 두꺼워지면 코팅 자체의 열저항이 성능 이득을 상쇄할 수 있다. 반면 매우 얇은 실란·티올 자기조립 단분자막은 물에 노출되면 가수분해돼 다시 막상응축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은 앞서 iCVD로 PFDA-DVB 공중합체를 증착해 안정적인 물방울 응축을 보고했다. 이번 연구는 그 선행 코팅의 약 37 kW·m⁻²·K⁻¹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핵심은 표면 거칠기를 무조건 제거하는 대신 얇은 막의 나노 응집체를 물방울 생성 자리로 남기고, 열처리로 물방울이 표면에 붙잡히는 힘을 줄여 ‘많은 생성’과 ‘빠른 제거’를 나눠 조절한 데 있다.
남 교수는 기존에 결함으로 여겨졌던 나노 구조를 물방울 생성을 돕는 요소로 활용했다는 데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는 코팅 물질뿐 아니라 막의 두께와 미세 구조, 열처리 조건을 함께 설계해야 응축 열전달 성능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료: 한국과학기술원(KAIST), Springer Nature(Nature Communications),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