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태양광 잠재력 104.7GW…설치 막는 벽은 ‘공간’ 아닌 ‘구조’

이미 존재하는 도시의 옥상과 벽면을 활용하면 104.7GW 규모의 태양광을 설치할 기술적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보급을 가로막는 벽은 빈 공간의 부족보다 소유·관리 권한이 흩어진 구조라는 분석이 나왔다. 새 발전소 부지를 별도로 확보하지 않고도 건물과 공공 유휴부지, 공동주택 등 생활 공간에서 태양광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이슈브리프 ‘도시형 태양광 확대를 위한 정책 제안’을 통해 도시 공간의 태양광 기술적 잠재량을 104.7GW로 제시했다. 이 수치는 사단법인 넥스트가 작성한 기술적 잠재량 지도를 연구소가 보수적으로 다시 산정한 결과다. 여기서 기술적 잠재량은 일사량과 설치할 수 있는 면적, 기술 조건을 반영해 설비를 얼마나 놓을 수 있는지를 계산한 값이다.
다만 104.7GW가 곧바로 설치계획이나 실제 사업 가능량을 뜻하지는 않는다. 기술적 잠재량에는 규제와 소유권, 전력망 접속, 설치비, 수익성 같은 사업 조건이 모두 반영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옥상 면적이 충분하더라도 건물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생산한 전기를 전력망으로 보내기 어려우면 설치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2024년 말 전국 태양광 누적설비는 약 32GW였다. 이 가운데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용 설비가 약 27GW로 85% 이상을 차지했고, 건물이나 시설에서 직접 사용하는 자가용 설비는 약 4.6GW였다. 반면 특·광역시는 두 유형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았으며, 서울과 대전에서는 자가용 설비가 사업용보다 많았다. 도시에서는 전력 판매만을 목적으로 한 대형 사업보다 건물에서 직접 활용하는 방식의 비중이 다르게 나타난 셈이다.
사단법인 넥스트는 2023년 별도 분석에서 주거·산업 건물 지붕의 잠재량을 보수적으로 42.2GW로 추계했다. 이를 전량 활용하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0년 발전량 621.8TWh 가운데 8% 이상을 공급하고, 연간 15.2MtCO2를 감축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다만 이 추계는 이번 104.7GW 분석과 대상과 산정 범위가 같은 수치로 볼 수 없으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연구소가 제시한 장애물은 행정 권한의 분산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마다 남아 있는 전력망 수용 여력이 다르고, 계통 접속 대기나 출력제어 위험도 있다. 출력제어는 전력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을 넘을 때 발전량을 줄이는 조치다. 높은 옥상 임대료, 주변 건물이나 구조물로 생기는 음영, 소규모 사업자가 전력 판매 정보를 얻기 어려운 문제도 보급을 늦추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대안으로는 먼저 공공 유휴부지를 전수 조사해 목록으로 만들고, 시민이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을 구성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특수목적법인은 특정 발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별도로 세우는 법인이다. 발전 수익 일부를 지역 에너지기금에 적립하고, 민간 건물에는 상담부터 설치까지 잇는 원스톱 지원과 저리융자·보증·보험·공동구매를 제공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도 2026년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2035년 발전비중 30%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학교와 주차장, 전통시장 등 생활 주변 부지를 정책입지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공동주택 공용부분과 부대시설의 태양광 설치·철거 동의요건은 종전 3분의 2 이상에서 2분의 1 이상으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다수 주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역 참여를 결합한 사례도 추진되고 있다. 수원특례시는 공영주차장과 공공 유휴부지에 20MW 이상을 설치하고 시민 투자자에게 수익을 우선 배당하는 수원햇빛발전소를 추진 중이다. 계획상 2026년 10월 법인을 설립하고 2026년 11월부터 2027년 6월까지 건설한다. 도시형 태양광의 잠재력을 실제 설비로 바꾸려면 공간 발굴과 함께 동의 절차, 전력망, 금융, 수익 공유를 하나의 사업 구조로 연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자료: 녹색전환연구소, 사단법인 넥스트, 기후에너지환경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수원특례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