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쓰는 AI 연구, 18명 전문위원회가 윤리 검토한다
여러 기관의 개인정보를 한데 모아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연구가 늘면서, 데이터가 누구의 것인지 다시 알아낼 위험부터 알고리즘을 믿을 수 있는지까지 전문적으로 살피는 별도 윤리 심의체계가 가동된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 안에 ‘AI 전문 특별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2026년 8월 24일부터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특별심의위원회는 AI·의료·생명윤리·법률·개인정보보호 분야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됐다. 기술의 성능만 평가하는 조직이 아니라, AI 연구에서 데이터를 수집·이용·결합·분석하는 과정이 윤리적으로 적절한지를 여러 전문 분야의 관점에서 함께 검토하는 심의기구다.
주요 심의 대상은 개인정보 또는 여러 기관에서 모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AI 연구다. 위원회는 연구 목적에 맞게 데이터를 이용하는지, 처리된 정보만으로 개인을 다시 특정하는 ‘재식별’ 가능성이나 사생활 침해 위험은 없는지 살핀다. 알고리즘의 신뢰성을 어떤 방식으로 검증했는지와 연구가 사회에 미칠 영향도 중점 검토한다.
AI는 보건의료뿐 아니라 사회과학과 공학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한 기관의 연구자가 제한된 자료를 다루던 방식보다 데이터의 수집 범위와 결합 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사회적 영향에 관한 전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이번 특별심의위원회는 지난 5월 출범한 13명 규모의 AI 자문단을 확대·개편한 것이다. 기존 자문단이 AI 연구와 관련한 전문 의견을 제공하는 데 중심을 뒀다면, 18명 특별심의위원회는 공용IRB 안에서 실제 연구계획을 심의하는 정식 체계로 운영된다.
IRB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를 뜻한다. 사람이 참여하거나 인체유래물·개인정보 등을 다루는 연구가 생명윤리와 안전에 맞게 설계됐는지 검토하는 기구다. 생명윤리법 제12조에 따른 공용IRB는 자체 위원회를 두기 어려운 기관의 연구자와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 연구자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심의체계다.
공용IRB의 역할은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승인된 계획이 바뀌었을 때의 변경심의와 연구가 이어지는 동안의 지속심의, 이상반응 보고, 연구 종료와 결과 보고, 조사·감독까지 연구 전 과정을 관리한다. AI 특별심의위원회가 공용IRB에 설치된 만큼 AI 연구의 데이터와 알고리즘 위험도 이러한 전주기 관리체계 안에서 다뤄진다.
공용IRB는 2026년 7월 기준 178개 기관과 협약을 맺고 연간 약 4천 건을 심의한다. 기존에는 의학·사회과학 분야 심의위원회 5개와 지역거점 특별심의위원회 2개가 운영됐으며, 여기에 AI 전문 특별심의위원회 1개가 추가됐다. AI 연구를 기존 분야 심의에만 맡기지 않고 별도의 전문위원회에서 다룰 수 있도록 구조를 넓힌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AI 개발과 이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위험을 줄이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왔다. 2024년에는 AI 프라이버시 리스크 관리 모델을, 2025년에는 생성형 AI 개인정보 처리 안내서를 내놓았다. AI의 생애주기별로 위험을 식별·측정·줄이고, 설계 단계부터 개인정보 보호를 반영하도록 한 내용이다. 이번 특별심의위원회는 이러한 위험 요소를 개별 연구계획의 심의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2026년 8월 운영계획을 심의한 13명 규모의 ‘AI·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특별전문위원회’와는 역할이 다르다. 이 특별전문위원회는 동의 절차, 가명정보 활용, IRB 심의 절차에 관한 제도개선 권고안을 마련하는 정책심의 조직이다. 반면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의 18명 특별심의위원회는 공용IRB에서 개인정보와 다기관 데이터를 사용하는 개별 AI 연구를 심의한다.
자료: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보건복지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