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화물, 로봇이 이어받아 아파트 현관까지 배송한다
드론이 하늘길로 가져온 장난감과 책을 자율주행 로봇이 이어받아 아파트 현관 앞까지 나르는 배송 실험이 진주에서 진행됐다. 드론이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길과 횡단보도, 아파트 단지 안쪽 구간을 로봇이 맡는 방식으로, 두 이동수단을 하나의 배송체계로 연결한 것이 핵심이다.
우주항공청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개발한 최대 적재중량 40kg급 고중량 화물 비대면 배송 운용체계를 24일부터 29일까지 진주 혁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 현장 검증했다고 28일 밝혔다. 인구가 밀집된 실제 생활공간에서 시스템의 안정성과 기술 신뢰도를 살피는 실증이다.
배송은 역할을 나눠 진행됐다. 드론이 고객이 주문한 장난감과 도서를 장난감은행과 어린이도서관에서 주요 배송 거점까지 옮기면 자율주행 로봇이 화물을 전달받아 아파트 현관 앞까지 운송했다. 이번 실증이 다루는 장난감과 도서의 화물 규모는 최대 40kg급이다.
드론은 비교적 긴 구간을 비행하고, 로봇은 드론 운항이 까다로운 지상 구간을 주행한다. 진주 실증에서는 특히 좁은 길목과 횡단보도, 아파트 단지 안에서 로봇이 스스로 주변을 인식하며 이동하는 자율주행 능력을 집중적으로 검증했다. 반복 배송을 통해 전체 운용체계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연구진은 앞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연계 배송을 시험했다. 2025년 충남 내포신도시에서는 드론과 로봇 스테이션 사이의 연계 운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2026년 3~4월 제주와 8월 사천에서는 각각 도서지역과 공공 물류시설이 연결된 환경에서 배송 능력을 검증했다. 진주에서는 적용 장소를 도심 아파트로 넓혔다.
우주항공청 실증표에 제시된 배송 회차는 내포 40회, 제주 비양도 89회, 사천 48회, 진주 50회로 합계 227회다. 제주에서는 공공배달앱 ‘먹깨비’로 주문받은 물품을 비양도 56개 배달점으로 운송했으며, 야간을 포함한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운영했다.
화물을 정확히 넘겨주는 기술도 연계 배송의 중요한 부분이다. ETRI의 기술이전 자료에는 드론이 여러 센서로 착륙 마커를 인식해 마커 중심에서 50cm 이내에 착륙하는 기술이 기재돼 있다. 비행 중 마커를 잃으면 마지막으로 인식한 위치를 기준으로 착륙하는 비상 기능도 포함됐다.
인구 밀집지역에서 진행되는 만큼 안전 대책도 강화했다. 우주항공청은 드론 동력장치 이상과 통신 장애, 악기상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대응 절차를 마련하고 드론과 로봇의 접근 경로 주변에 안전관리 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로봇이 사람과 차량이 오가는 횡단보도와 단지 안을 이동한다는 점도 이번 현장 검증의 주요 조건이다.
제도적으로는 실외이동로봇의 운행안전인증이 연계 배송의 기반이 된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이 인증을 받은 실외이동로봇은 보도와 횡단보도를 통행할 수 있다. 드론이 거점까지 화물을 운반한 뒤 인증받은 로봇이 생활공간의 지상 구간을 맡는 구조다.
별도로 추진된 국토교통부의 K-드론배송은 2024년 14개 지방자치단체와 16개 사업자가 32개 섬, 17개 공원, 1개 항만에서 2,993회에 걸쳐 1만635km를 운항했으며 인적·물적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연구는 드론 배송거점에서 끝나지 않고 이후 구간을 로봇으로 연결해 주거지까지 배송 범위를 확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업기간은 2023년 4월부터 2026년 12월까지다. 산업통상자원부 계획에는 응용연구 단계의 45개월 과제로 분류됐으며, 2023년 정부투자액은 11억5,500만원이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드론과 로봇의 협업 배송이 국민 생활에 활용되려면 실제 주거환경에서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번 실증으로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료: 우주항공청,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