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DNA 두 가닥을 동시에 끊지 않고 1Mb 치환…‘40글자 벨크로’로 유전체를 잇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01 08:05
서울대·성균관대 연구진 ‘프라임 어셈블리’ 발표…1.0~6.5kb 삽입부터 엑손·유전자 카세트 교체까지 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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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 CC BY 2.0)

500쪽짜리 책 내용을 통째로 덜어낸 뒤 한두 쪽짜리 새 원고를 끼워 넣는 일을 세포 속 DNA에서 할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연구진은 DNA 염기 2,000개를 책 한 쪽으로 놓았을 때 약 500쪽에 해당하는 1메가베이스(Mb·염기 100만개) 구간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약 1.45쪽 분량인 2.9킬로베이스(kb·염기 2,900개) DNA를 넣었다. 다만 이 실험의 효율은 1.9%, 표적 대립유전자 약 53개 중 1개꼴이었다.

연구진이 발표한 기술의 이름은 ‘프라임 어셈블리(Prime Assembly·PA)’다. 편집 도구가 DNA 두 가닥을 동시에 끊는 이중가닥 절단(DSB)을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고, 1.0~6.5kb 범위의 공여 DNA를 유전체에 삽입하거나 큰 기존 구간을 새 DNA로 치환하도록 설계했다. 여기서 공여 DNA는 세포에 넣으려는 새 유전정보 조각을 뜻한다. 6.5kb 삽입과 1Mb 치환, 최고 효율 57.8%는 각각 다른 실험이므로 하나의 성과처럼 합쳐서는 안 된다.

논문은 2026년 7월 12일 접수돼 8월 7일 수락됐고, 8월 28일 온라인 출판됐다. 공동제1저자는 정호준·정바다·김용우 연구자이며 배상수 서울대 의대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 프리프린트 이후 최종판에는 1차 인간 T세포와 CAR-T 기능, 생쥐 간 삽입, 추가 정밀도 분석이 더해졌다.

작은 오탈자 교정에서 ‘문단 교체’로

프라임교정은 유전체의 작은 염기 변화를 정밀하게 고치는 도구로 발전해 왔다. 이번 연구의 질문은 그 범위를 엑손이나 유전자 카세트처럼 더 큰 단위로 넓힐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엑손은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가 담긴 유전자 구간이고, 유전자 카세트는 특정 기능을 내도록 묶어 넣는 DNA 구성 단위다.

‘DNA를 자르지 않는다’고 표현하면 정확하지 않다. 프라임 어셈블리에 쓰인 PE7 프라임교정기는 DNA 한 가닥에 nick(닉·한 가닥만 살짝 끊는 절개)을 낸다. SFn-PA 방식은 반대쪽 가닥에도 추가 nick을 만든다. 핵심은 Cas9 뉴클레이스가 같은 위치의 양쪽 가닥을 동시에 끊는 정형적인 DSB를 프로그램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형 DNA 편집은 단순히 긴 조각을 세포 안에 넣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새 조각이 목표 위치를 찾아가고, 방향과 접합부를 맞춘 뒤, 세포의 수선 과정이 연결을 마쳐야 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시험관에서 여러 DNA 조각을 맞춰 붙이는 Gibson assembly와 비슷한 원리로 세포 안에서 유도했다.

서로 알아보는 ‘40글자짜리 벨크로’

PE7과 pegRNA는 유전체와 공여 DNA 끝에 서로 상보적인 3′ 단일가닥 플랩을 만든다. 플랩은 DNA 끝에서 한 가닥이 돌출된 꼬리다. 표준 조건의 길이는 약 40염기, 즉 40글자 정도다. 서로 맞는 두 꼬리가 벨크로처럼 맞물리면 세포의 DNA 수선기구가 나머지 연결을 완성한다. 실험에서는 30~50염기 길이와 60~80%의 GC 함량이 효율적인 범위로 나타났다.

구현 방식은 세 가지다. SF-PA는 한 쌍의 플랩과 공여체 반대편의 긴 상동성 팔을 이용한다. 상동성 팔은 목표 유전체와 같은 서열을 가진 긴 안내 구간으로, 100~2,000염기를 시험했으며 1,000~2,000염기에서 대체로 효율이 높았다. SFn-PA는 여기에 반대 가닥 nick을 추가해 새 DNA 가닥이 들어가는 과정을 촉진한다. DF-PA는 유전체 양 끝과 공여체 양 끝에 두 쌍의 플랩을 만들어 중간 유전체를 제거하면서 새 조각으로 바꾼다. 긴 상동성 팔이 필요 없다는 점도 다르다.

세포가 실제로 어떤 경로를 거쳐 접합을 끝내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RAD51 억제와 RAD51·BRCA1·BRCA2·LIG3·DNA2의 발현 억제가 효율을 낮췄다. 연구진은 RAD51 의존적 상동성 지향 수선과 ‘합성 의존적 가닥 어닐링’, 즉 새 DNA를 일부 합성한 뒤 서로 맞는 가닥을 붙이는 과정과 닮은 기전을 제시했다.

57.8%, 6.5kb, 1Mb는 서로 다른 성적표

최고 내인성 좌위 효율 57.8%는 HEK293T 세포의 HEK4 위치에 DF-PA로 2.9kb 공여체를 넣고 디지털 PCR로 측정한 결과다. 표적 유전체 사본 약 1,000개 중 578개에서 삽입 신호가 검출됐다는 뜻이지, 환자 100명 중 58명이 치료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SF·SFn 방식에서는 1.0~5.1kb, DF 방식에서는 1.0~6.5kb 공여체를 시험했다. 6.5kb는 특정 치료 유전자 전체의 기능을 입증한 값이 아니라 시험한 DNA 탑재량의 상한이다.

장거리 치환은 더 낮은 효율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HEK293T 세포의 AAVS1 위치에서 100kb 구간을 2.9kb로 바꾼 효율은 2.5%, 1Mb 구간을 같은 크기의 공여체로 바꾼 효율은 1.9%였다. 1Mb를 100m로 확대하면 새로 넣은 2.9kb는 약 29cm에 해당한다. 1Mb 접합부의 디지털 PCR 정량은 생물학적 반복 3회였지만, 장거리 PCR과 생어염기서열 분석을 통한 접합부 확인은 독립 실험 1회였다.

장독해 나노포어 분석에서 전체 리드 중 정확한 삽입은 SF 6.6%, SFn 15.7%, DF 12.9%였다. 공여체가 들어간 리드만 분모로 삼았을 때 온전한 비율은 각각 93.7%, 84.3%, 77.5%였다. 불완전 삽입은 전체 리드의 0.5%, 2.9%, 3.8%였고, DF에서는 중간 유전체가 삭제됐지만 플랩 유래 서열만 일부 들어간 부산물도 6.4% 검출됐다. 따라서 세 방식을 모두 ‘정확도 90% 이상’이라고 묶을 수 없다.

치료 가능성은 보였지만 치료 기술은 아니다

연구진은 여러 질환 관련 구간에서도 작동 가능성을 살폈다. HTT 엑손 1 실험에서는 HEK293T 세포의 CAG 반복 16회와 17회를 합성한 10회 반복으로 바꿨다. 그러나 출발점인 16·17회부터 정상 범위여서 헌팅턴병 환자 돌연변이를 치료한 실험은 아니다. F9 삽입에서는 전사체 접합과 스플라이싱을 확인했지만 인자 IX 단백질 분비나 혈액 응고 기능은 측정하지 않았다. GSDME는 환자 변이를 인공 도입한 HeLa 모델이었고, SLC39A14 실험도 열린읽기틀의 연결은 확인했으나 망간 수송 기능 회복까지 입증하지 않았다.

1차 인간 T세포에서는 최적화한 조건에서 CAR 발현이 SF 8.3%, SFn 19.1%, DF 28.1%로 나타났다. 이는 T세포 약 100개 중 최대 28개에서 CAR 발현이 검출됐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시험관과 면역결핍 생쥐 종양모델에서 기능을 시험했지만 환자 치료 성공률을 보여준 결과는 아니다. 생쥐 간에서는 SFn 4.3%, DF 1.1%가 측정됐으나, 전체 간세포가 아니라 GFP 양성으로 선별한 형질도입 세포가 분모였다.

넘어야 할 문턱도 뚜렷하다. 비분열 상태로 정지시킨 세포에서는 효율이 줄어 이 기술이 세포 분열기의 수선 과정에 부분적으로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 표적 밖 삽입 검사에서는 전체 리드의 0.06%를 넘는 뚜렷한 사건을 찾지 못했지만, 이는 공여 DNA의 삽입 위치를 찾는 제한된 분석이다. 모든 점돌연변이와 희귀 구조변이, 염색체 이상, 장기 독성을 배제한 전장유전체 안전성 검사가 아니다.

생쥐 간 실험에 쓴 수력학적 주입은 체중의 10%에 해당하는 식염수를 5~7초 안에 꼬리정맥으로 넣는 방식이어서 사람 치료에 적용할 전달법이 아니다. PE7과 여러 pegRNA, 공여 DNA를 동시에 전달해야 하며, 이중가닥 공여체가 민감한 세포에서 선천면역 반응과 세포독성을 일으킬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연구진은 RNA 공여체 등을 후속 대안으로 제시했다.

유사한 플랩 기반 기술이 앞서 ‘프라임 어셈블리’라는 이름으로 공개됐기 때문에 세계 최초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다. 이번 연구의 차별점은 독자적인 SF·SFn·DF 체계와 원형 플라스미드 공여체, 1Mb에서 2.9kb로의 치환, 질환 관련 모델과 CAR-T 적용을 한 연구에서 시연한 데 있다. 다만 메가베이스 치환의 낮은 효율, 제한된 반복 검증, 비분열세포 성능, 전달과 정밀도 문제를 해결하고 외부 연구실의 독립 재현을 거쳐야 실제 치료 기술로 평가할 수 있다.

자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Nature Portfo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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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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