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노, 정상 심전도에서도 '한 달 뒤 심방세동' 예측하는 AI 개발

매일 손끝으로 재는 가정용 심전도 측정 결과만으로 한 달 안에 심방세동이 나타날지 미리 예측하는 인공지능(AI)이 나왔다. 특히 측정 당시에는 부정맥이 없는 '정상 리듬'으로 보이는 심전도에서도 숨어 있는 위험 신호를 읽어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의료 AI 기업 뷰노는 자사의 휴대용 심전도 측정기기 'HATIV P30'으로 모은 실사용 데이터를 활용해 심방세동 발생을 예측하는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심방세동은 불규칙한 심장 박동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부정맥이다. 특히 증상이 간헐적으로만 나타나는 유형은 병원에서 짧은 시간 동안 측정하는 표준 심전도 검사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워, 발생 전 조기에 알아내는 것이 임상 현장의 오랜 과제로 꼽혀 왔다.
이번 연구는 병원이라는 통제된 환경이 아니라 사용자가 일상에서 직접 측정한 대규모 실사용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 그리고 이미 부정맥이 나타난 심전도가 아니라 정상으로 판정된 심전도에서도 향후 위험 신호를 학습해 예측하려 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심방세동 발생 시점 진단' 연구와 접근 방식이 다르다. 연구에는 전남대학교병원 이기홍 교수 연구팀과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연구팀이 공동으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MIR Medical Informatic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2023년 3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국내 HATIV 사용자 8,206명이 측정한 모바일 심전도 386,519건 가운데 97,447건에 라벨(정답 표시)을 붙여 모델 학습에 사용했다. 그 결과 심방세동 발생 여부를 7일 뒤 예측했을 때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AUROC(수신자조작특성곡선 아래 면적, 1에 가까울수록 정확한 예측)는 0.793, 14일 뒤는 0.785, 31일 뒤는 0.787로 나타났다. AUROC가 0.5면 무작위 추측과 같고 1이면 완벽한 예측을 뜻하는 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앞선 예측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한 셈이다.
모델의 정확도를 높인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여러 각도에서 심장의 전기신호를 함께 본 것이었다. HATIV P30은 신체 두 지점에서 잰 2개 유도(전극이 심장 신호를 읽는 방향) 값을 바탕으로 나머지 4개 유도(Ⅰ·Ⅱ·Ⅲ·aVR·aVL·aVF)를 계산으로 유도해 총 6개 유도의 심전도를 만들어낸다. 손끝 한 곳에서 잰 단일 유도(Lead Ⅰ)만으로 학습한 모델의 31일 예측 AUROC는 0.678에 그쳐, 6개 유도를 모두 활용한 모델보다 정확도가 크게 낮았다. 모델은 대규모 임상 심전도 데이터로 먼저 스스로 특징을 익히는 자기지도 사전학습을 거친 뒤, 모바일 기기로 잰 심전도의 특성에 맞춰 다시 적응 학습을 하고, 마지막으로 심방세동 예측이라는 목표에 맞춰 미세하게 조정하는 3단계 과정을 거쳐 훈련됐다.
연구팀은 별도의 독립 검증도 진행했다. 이전에 심방세동 진단을 받지 않았지만 고령이거나 고혈압이 있는 등 위험 요인이 있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환자 144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31일 동안 새로 심방세동이 확인된 5건이 모두 모델이 '고위험'으로 미리 분류해 둔 그룹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p=0.03)로 평가됐다. 다만 예측 성능에는 성별에 따른 차이도 있어, 남성의 AUROC는 0.794였던 반면 여성은 0.713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번 성과는 대규모 실사용 데이터에서 확인된 예측 성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 수치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대규모로 전향적 검증을 거친 것인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의 별도 인허가와 연계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 뷰노, JMIR Medical Informatics, 전남대학교병원,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