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소변 속 ‘현재 대화’를 읽다…국소 방광암 95% 찾아낸 uRARE-seq

소변 한 번으로 암이 있는지뿐 아니라 치료 뒤 암의 흔적이 남았는지, 어떤 치료에 반응할 가능성이 큰지까지 읽을 수 있을까. Stanford University와 VA Palo Alto Health Care System 연구진은 소변 상층액에 떠다니는 잘게 끊어진 RNA 조각을 분석해 국소 방광암을 민감도 95%, 특이도 90%로 판별한 연구용 액체생검법 ‘uRARE-seq’를 개발했다. 민감도 95%는 암 환자 100명 가운데 약 95명을 양성으로 찾아낸다는 뜻이다. 특이도 90%는 암이 없는 100명 가운데 약 90명을 음성으로 가려낸다는 뜻으로, 나머지 약 10명에게는 양성 경보가 울릴 수 있다. 이를 ‘정확도 95%’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다.
정식 명칭은 ‘소변 세포유리 RNA 조각의 무작위 프라이밍과 친화성 포획을 이용한 시퀀싱 농축 분석’이다. 연구 결과는 2026년 10월 2일 국제학술지 《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515명에게서 여러 시점에 채취한 소변 검체 683개를 분석했다.
세포가 아닌 소변 상층액의 RNA를 읽다
DNA가 암세포가 지닌 비교적 고정된 ‘지문’이라면 RNA는 세포에서 현재 작동하는 ‘업무 메시지’에 가깝다. 어떤 유전자가 활발하게 작동하는지 보여주기 때문에 암의 존재뿐 아니라 면역반응과 세포분열 상태도 비출 수 있다. 그러나 소변의 세포유리 RNA(cfRNA)는 양이 적고 많이 분절돼 있어 짧은 조각에 맞춘 분석법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소변을 원심분리한 뒤 바닥에 가라앉은 세포 침전물이 아니라 위쪽 상층액을 사용했다. 건강한 사람의 소변에서는 드물게 나타나는 유전자 3,834개를 ‘uRAGs’로 선정하고, 여기에 하우스키핑·암·정상조직·면역 관련 유전자를 더해 총 4,782개 유전자 표적 패널을 만들었다. 도서관의 모든 책을 넓게 훑기보다 평소에는 거의 읽히지 않지만 암이 생기면 활발해지는 책을 골라 깊게 살피는 방식이다.
방광암 조직과 같은 환자의 치료 전 소변을 짝지어 비교한 46쌍에서는 RNA 발현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R=0.91). 소변 속 조각난 RNA가 종양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활동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결과다.
현미경 검사가 놓친 저등급 암도 포착
검출 모델은 방광암 검체 151개와 비암 대조 검체 100개, 총 251개로 훈련했다. 비암 대조군에는 무증상자 48명뿐 아니라 혈뇨 또는 하부요로 증상이 있는 52명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여러 유전자 신호 가운데 381개를 사용하는 elastic-net 로지스틱 회귀 모델을 만들었다. 이는 많은 변수 중 판별에 필요한 신호를 추려 암일 가능성을 계산하는 통계 기법이다.
훈련군에서 AUC는 0.97이었다. AUC는 모델이 양성과 음성을 구분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정확도 백분율과는 다르다. 특이도를 90%로 정한 판정점에서 민감도는 95%였다. 별도의 검증군은 치료 전 방광암 검체 142개와 비암 대조 검체 140개, 총 282개였으며 훈련 때 정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거의 동일한 성능을 보였다. 다만 정확한 검증군 민감도와 특이도는 본문에 제시되지 않았고, 검체도 외부기관이 아닌 같은 두 모집기관에서 확보됐다.
같은 암 검체 93개를 기존 소변세포검사와 직접 비교했을 때 차이는 더 선명했다. uRARE-seq는 89개인 95.7%를 검출했지만, 현미경으로 비정상 세포를 찾는 소변세포검사는 32개인 34.4%를 검출했다. 특히 저등급 Ta 암 31개에서는 uRARE-seq가 28개를 찾은 반면 세포검사는 하나도 찾지 못했다. 저등급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형태가 비슷해 세포검사가 특히 어려운 영역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암으로 확인된 검체끼리 비교한 결과이지, 일반 진료 모집단을 대상으로 한 선별시험은 아니다.
환자별 종양정보를 사용하지 않은 소변 종양 DNA 검사와의 비교에서는 암 검체 85개 가운데 uRARE-seq가 99%, DNA 검사가 85%를 검출했다. 종양조직 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DNA 검사와 비교한 암 검체 28개에서는 두 검사 모두 96%였다. 따라서 모든 DNA 검사보다 우수하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암의 등급과 치료 뒤 남은 신호까지
RNA 분석의 또 다른 목표는 암이 있다는 사실을 넘어 암의 상태를 읽는 것이었다. 등급 판별 모델의 AUC는 훈련군과 검증군에서 모두 0.84였다. 암이 방광 근육층까지 침범했는지를 가리는 모델은 훈련군 AUC 0.82에서 검증군 0.75로 낮아졌다. 암 존재를 검출하는 성능보다 병기 판별 능력에는 제한이 있었던 셈이다.
연구진은 중간·고위험 비근육침윤성 방광암 환자 36명의 수술 전, BCG 치료 전, BCG 치료 후 소변도 분석했다. BCG는 방광 안에 투여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치료다. 재발하지 않은 환자군에서 cfRNA 양성 비율은 세 시점에 100%, 58%, 0%로 줄었다. 반면 고등급 암이 재발한 환자군에서는 100%, 100%, 92%로 높은 수준이 이어졌다. BCG 전 cfRNA 양성은 재발 위험과 HR 4.30, 치료 후 양성은 HR 41.17의 연관성을 보였다. HR은 두 집단에서 특정 사건이 발생하는 상대적 속도를 비교한 값이다. 다만 36명의 소규모 분석이므로 이 수치를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치료 전 RNA에는 반응 가능성을 암시하는 차이도 있었다. BCG 반응자의 소변에서는 T세포·인터페론·염증 관련 신호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비반응자에서는 유사분열 방추체와 G2/M 체크포인트 등 세포 증식 관련 신호가 강했다. 방광이 치료 전 어떤 ‘전투 준비 상태’였는지를 소변이 보여준 셈이지만, 이는 연관성이지 인과관계의 증명은 아니다.
치료 반응 모델의 AUC 0.93도 범위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이 값은 치료 전 환자 114명 전체에서 검증된 결과가 아니라, 19명 훈련군을 한 명씩 제외해 시험하는 leave-one-out 교차검증에서 얻었다. 모델에는 623개 유전자와 계수가 쓰여 표본 수보다 특징 수가 훨씬 많았고 과적합 위험이 남는다. 별도의 BCG 치료군 57명과 화학요법군 38명에서는 예측 점수와 재발의 연관성을 확인했지만, AUC 0.93 자체를 외부에서 재현한 것은 아니다. 두 치료도 무작위로 배정되지 않아 이 검사로 BCG와 화학요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
방광경을 대신하기 전에 넘어야 할 문턱
이번 연구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연속적으로 방문한 환자를 추적한 전향적 진단시험이 아니라 후향적 환자-대조군 연구다. 환자와 대조군의 차이가 실제 진료보다 뚜렷해 성능이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무증상 일반인에서의 양성예측도와 음성예측도도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방광암이 드문 집단에서는 특이도 90%라 해도 위양성의 절대 수가 늘어 추가 방광경과 조직검사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지침은 비근육침윤성 방광암 감시를 정기적인 방광경에 근거하도록 권고하며, 고위험군에는 초기 2년 동안 3개월마다 방광경과 세포검사를 제시한다. uRARE-seq가 방광경 횟수나 생존, 삶의 질, 비용을 개선하는지는 아직 시험되지 않았다. 타지역·타국가의 외부기관 전향 검증과 실제 임상효용 시험이 필요한 이유다.
저자 여러 명이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Resero Bio의 지분이나 스톡옵션을 보유하거나 회사에 재직했고, 주요 저자들은 소변 cfRNA 관련 특허 출원도 신고했다. 분석 코드와 고정 모델, RNA 시퀀싱 자료는 공개됐지만 논문 공개 직후인 만큼 독립적인 재현 연구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성과의 의미는 소변을 단순한 배설물이 아니라 암의 존재와 생물학적 상태가 함께 담긴 ‘녹음기’로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그 가능성이 승인된 진단검사와 치료 결정 도구로 이어질지는 다음 검증이 답해야 한다.
자료: Stanford University, VA Palo Alto Health Care System,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유럽비뇨기과학회,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국립암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