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5년 묵은 별빛에서 찾은 니오븀…‘2세대 행성’ 후보의 화학 지문

25년 동안 이름을 얻지 못한 별빛의 검은 줄들이 있었다. 1999년 허블우주망원경이 백색왜성 HS 0209+0832의 빛을 펼쳐 기록했을 때, 스펙트럼에는 200개가 넘는 금속 흡수선이 나타났다. 원소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며 남기는 일종의 바코드다. 그중 약 100개는 당시 어떤 원소가 만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최신 원자 자료로 이 바코드를 다시 읽은 연구진은 니오븀 흡수선 62개를 찾아냈다. 백색왜성에서 니오븀이 확인된 첫 사례다.
더 뜻밖인 점은 니오븀의 양과 함께 나타난 원소들의 조합이었다. 이 별로 흘러드는 물질은 니오븀·구리·아연·니켈이 많은 반면, 암석질 천체의 주요 성분인 철은 검출되지 않았고 규소도 미량이었다. 칼슘 대비 니오븀 원자수비를 태양 조성과 비교하면 차이는 3 dex를 넘었다. dex는 상용로그 단위로, 3 dex는 1,000배를 뜻한다. 백색왜성 전체에 니오븀이 태양보다 1,000배 많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금 별로 유입되는 물질 속 칼슘과 니오븀의 비율이 태양 조성보다 1,000배 넘게 니오븀 쪽으로 치우쳤다는 뜻이다.
암석이 부서진 흔적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제이미 T. 윌리엄스 워릭대학교 연구원이 이끈 국제 연구팀은 2026년 10월 5일 이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은 질량이 태양의 약 0.61배이고 냉각연령이 약 500만 년인 백색왜성이다. 백색왜성은 별이 생애 후반에 바깥층을 내보낸 뒤 남은 뜨거운 중심부다. HS 0209+0832의 유효온도는 35,845±535K이며, 대기는 수소 원자 약 100개당 헬륨 약 1개 수준이다.
연구진은 대기에서 탄소·알루미늄·규소·칼슘·티타늄·니켈·구리·아연·니오븀 등 금속 9종의 함량을 측정하고 15종에는 상한을 설정했다. 뜨거운 백색왜성에서는 빛의 압력이 일부 원소를 위로 밀어 올리는 복사부상이 일어난다. 원소가 중력에 따라 가라앉는 속도만 보면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의 조성을 잘못 추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복사부상의 영향이 작다고 계산된 칼슘·티타늄·니켈·구리·아연·니오븀에 대해 원소마다 다른 침강률을 보정하는 정상상태 유입·확산 모형을 적용했다.
그 결과 유입물질의 log(Nb/Ca)는 −0.94±0.33으로 나타났다. 첫 세대 행성 조성의 대용으로 비교한 항성 100개에서 가장 높은 값인 −3.3보다도 약 230배 높았다. 니켈과 철의 원자수비는 2.09보다 컸다. 지구 전체와 CI 콘드라이트에서는 철 원자 약 20개당 니켈 1개꼴인 약 0.05인데, 이곳에서는 철 1개당 니켈이 최소 2개에 해당한다. 하한만 비교해도 약 42배 차이다.
태양계 운석, 지구 전체 조성, 핼리혜성, 기존에 금속으로 오염된 백색왜성에서 관측한 암석질 잔해 가운데 이 조합과 맞는 것은 없었다. 지구 전체에서는 철과 규소가 질량의 약 48%를 차지하지만, 이 별로 들어오는 물질은 두 원소가 부족하면서 휘발성인 아연과 내화성인 니오븀이 함께 많았다. 단순히 기존 암석 행성이 부서져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으로는 맞추기 어려운 화학 지문이다.
별의 장례식 뒤 태어난 세계라는 가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니오븀이 만들어지는 장소다. 니오븀은 별이 점근거성가지, 즉 AGB 단계에 있을 때 느린 중성자 포획인 s-과정으로 생성될 수 있다. s-과정은 원자핵이 중성자를 천천히 하나씩 받아 더 무거운 원소로 바뀌는 핵합성 과정이다. 연구진은 니오븀과 탄소의 과잉을 모항성이 생애 말기에 내놓은 물질의 흔적으로 해석했다.
제안된 시나리오는 이렇다. 모항성이 AGB 단계에서 방출한 탄소와 s-과정 원소가 풍부한 물질이 원반을 이루고, 그 안에서 새로운 거대행성이 만들어졌을 수 있다. 또는 먼저 태어난 행성의 핵이 별의 격변을 견딘 뒤 AGB 물질로 새 대기만 얻은 혼성 천체일 수도 있다. 이후 백색왜성의 강한 복사가 대기를 벗겨내고, 그 일부가 별 표면으로 떨어지면서 지금의 원소 조성을 남겼다는 설명이다. 행성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행성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해석되는 물질이 백색왜성에 남긴 화학 지문을 읽은 셈이다.
다만 현재 AGB 핵합성 모형도 관측값을 그대로 재현하지 못한다. 백색왜성 대기의 니오븀 수밀도비는 log(Nb/H)=−6.33인데, 138개 AGB 모형 격자가 낸 최대값은 약 −7.5로 관측값이 약 15배 높다. 더 큰 문제는 스트론튬이다. 모형은 스트론튬이 니오븀보다 많아야 한다고 예측해 log(Sr/Nb)를 1.2~1.7로 제시하지만, 관측에서는 log(Sr/H)가 −8.86보다 작았다. 니오븀보다 2 dex 이상 낮은 상한이다. 알려진 핵합성 계산만으로는 많은 니오븀과 스트론튬의 부재를 동시에 설명하기 어렵다.
4.399일마다 흔들린 밝기, 공전 신호일까
화학적 단서 옆에는 희미한 밝기 변화도 있었다. 연구진은 2021년과 2023년에 얻은 TESS의 네 관측구간을 합쳐 4.399±0.026일 주기, 0.120%±0.018% 진폭의 정현파형 변화를 검출했다. 빛 1,000단위 가운데 약 1.2단위가 달라지는 수준이다. 계산된 거짓경보확률은 약 4.4×10⁻¹⁶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이를 공전으로 해석할 경우 후보 천체는 약 4.4일을 ‘1년’으로 삼아 백색왜성을 돈다. 계산된 궤도거리는 0.044AU, 약 660만km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약 17배이지만 태양과 수성의 평균거리와 비교하면 약 9분의 1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행성의 낮과 밤에서 방출되는 열의 차이 또는 증발한 가스가 만든 혜성형 꼬리를 밝기 변화의 가능한 원인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TESS는 행성이 별 앞을 지나는 통과를 찾지 못했다. 네 구간 가운데 개별적으로 유의한 신호가 나온 것도 두 구간뿐이었다. 자료의 산포는 약 2.1%로 0.12% 신호보다 컸고, 각 구간에서 관측한 주기는 약 6회였다. TESS 화소 하나가 약 21초각으로 넓어 주변 별의 빛이 섞일 위험도 있다. 인근 별 네 개에서는 같은 주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더 세밀하게 공간을 분리한 관측이 필요하다.
밝기 변화가 반드시 공전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백색왜성의 자전과 표면 조성의 불균일이 4.4일 신호를 만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다. 단순한 열 재방출이나 빛의 반사만으로 0.12% 변화를 설명하려면 각각 약 8목성반지름과 4목성반지름이 필요해 현실적인 젊은 목성형 행성보다 지나치게 크다. 뜨거운 어린 행성과 낮 쪽의 연무층을 결합한 설명도 아직 자기일관적인 대기순환과 미세물리 계산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발견이 아니라 검증을 기다리는 후보
증발 모형은 가능한 물질 이동의 규모를 보여준다. 반지름을 목성의 1배로 놓고 질량을 1~13목성질량으로 가정하면, 초당 약 110만~1,430만 톤이 후보 천체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이는 측정값이 아니라 가정에 따른 계산 범위다. 백색왜성에 쌓이는 금속은 초당 약 430톤으로 추정되지만, 두 수치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강착률에는 수소·헬륨과 검출되지 않은 원소가 빠져 있고, 행성에서 나온 물질 상당량이 계 밖으로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잔류 원반을 뒷받침할 큰 적외선 초과복사도 검출되지 않았다. 대칭적인 AGB 질량 방출만으로 회전하는 행성 형성 원반이 만들어지기 어렵고, 약 500만 년의 냉각연령 안에 행성 형성과 안쪽 산란, 궤도 원형화가 진행돼야 한다는 시간 제약도 있다. 핵심 분광자료가 1999~2002년, 광도자료가 2021·2023년에 얻어진 비동시 관측이라는 점도 남는다.
따라서 이번 연구가 확인한 것은 ‘2세대 행성’ 자체가 아니라 백색왜성 대기의 전례 없는 니오븀 검출과 특이한 원소 조성, 그리고 미세한 주기 변광이다. 완전히 새로 태어난 행성인지, 살아남은 첫 세대 행성의 핵이 새 대기를 얻었는지도 구분되지 않았다. 발표 이틀 뒤인 2026년 10월 7일 현재 직접 반박하거나 독립 재현에 실패했다고 보고한 연구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아직 단일 후보이므로 빈도나 일반성을 말할 수도 없다. 4.4일 신호의 기원과 유입물질의 조성을 확인할 후속 고해상도 광도·분광 관측이 이 화학 지문을 실제 행성과 연결할 수 있을지 가르게 된다.
자료: 워릭대학교·미국 항공우주국·유럽우주국·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유럽남방천문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