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야생벼의 OsRLK 유전자 되살리자, 재배벼가 질소 돕는 뿌리 미생물을 다시 불렀다

좋은 미생물을 논에 뿌리기만 하면 벼가 저절로 튼튼해질까. 이번 연구가 보여준 답은 그보다 복잡하다. 미생물이 살아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벼에도 그 미생물을 뿌리 곁에 선택적으로 축적하고 유지하는 능력이 필요했다. 야생벼에서 가져온 OsRLK 유전자를 강하게 발현시킨 재배벼는 살아 있는 Acinetobacter 세균군과 만났을 때 뿌리 주변 세균량과 질소고정 관련 지표, 식물의 총질소량과 건물중이 함께 증가했다. 그러나 세균을 열로 죽여 넣거나 아예 접종하지 않자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좋은 유전자와 좋은 균의 ‘악수’가 모두 필요했던 셈이다.
연구진은 이 접근을 ‘마이크로바이옴 재가축화’라고 불렀다. 야생 미생물을 외부에서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랜 재배 과정에서 약해졌을 가능성이 있는 작물의 미생물 선택 능력을 야생 유전형질로 회복한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는 2026년 9월 30일 학술지 《Nature Microbiology》에 온라인 발표됐다.
424개 뿌리 시료에서 유전자 하나까지 좁힌 탐정 작업
연구진은 재배벼 Oryza sativa와 야생벼 O. rufipogon을 교배해 만든 두 재조합 자식계통 집단을 포장에서 길렀다. 여기서 물려받는 것은 미생물 자체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식물 유전형질을 받은 후대가 토양 속 특정 세균을 선택하는 능력도 함께 물려받는지를 살핀 것이다.
연구진은 뿌리 주변인 근권에서 얻은 시료 424개를 16S rRNA 앰플리콘 시퀀싱으로 분석했다. 세균을 구별할 수 있는 특정 유전자 구간을 읽어 어떤 세균 유형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살피는 방법이다. 두 교배집단에서 각각 핵심 ASV 13개와 12개를 추렸다. ASV는 염기서열로 구분한 세균 유형을 뜻한다. 두 목록에는 겹치는 유형이 있어 고유한 핵심 ASV는 25개가 아니라 모두 20개였다.
다음에는 이 세균들의 양과 식물 유전체 사이의 연관성을 추적했다. 자포니카 배경에서 QTL 정점 17개, 인디카 배경에서 14개 등 모두 31개를 찾았다. QTL은 특정 형질과 연관된 유전체 구간이다. 연구진은 미생물 프로파일과 QTL 지도, 집단유전체, 뿌리 전사체, 형질전환 시험을 통합해 후보 식물 유전자 113개를 추렸고, 최종적으로 4번 염색체의 OsRLK에 집중했다.
OsRLK는 세포 밖의 신호를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수용체형 키나아제 계열 유전자다. 사람의 집에 비유하면 손님 그 자체가 아니라 바깥 상황과 집 안의 반응을 이어주는 현관 센서에 가깝다. 다만 이 유전자가 Acinetobacter의 특정 물질을 직접 알아보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유전자는 Acinetobacter의 양과 연관된 0.64Mb 후보 구간 안에 있었다. 비멸균 토양에서 키운 야생벼와 Acinetobacter를 접종한 야생벼에서 모두 발현량 4배 초과와 통계 기준 q<0.05를 충족한 해당 구간의 유일한 유전자였다. 상관관계를 넘어 실제 기능을 시험할 대상으로 좁혀진 이유다.
살아 있는 세균과 OsRLK, 둘 중 하나만 빠져도 효과 없었다
기능시험에는 식물에서 분리한 Acinetobacter 9개 균주로 만든 SynCom을 사용했다. SynCom은 연구자가 분리한 균주들을 조합한 합성미생물군이다. 연구진은 야생벼의 OsRLK를 강한 옥수수 유비퀴틴 프로모터 아래에서 과발현한 재배벼 1504와 재배벼 원형, 야생벼, CRISPR/Cas9으로 OsRLK를 제거한 야생벼를 비교했다.
살아 있는 SynCom을 접종하자 과발현 재배벼와 야생벼에서는 Acinetobacter의 양이 늘었다. 질소고정 능력과 관련된 nifH와 nitrogenase 단백질도 증가했고, 식물 총질소량과 건물중도 함께 높아졌다. 반면 무접종 조건과 열로 죽인 SynCom을 넣은 조건에서는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죽은 세균의 성분이나 OsRLK 유전자 하나만으로 결과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OsRLK가 스스로 질소를 흡수하거나 고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직접 지지되는 결론은 OsRLK와 살아 있는 특정 Acinetobacter 군집의 상호작용이 질소 획득과 생장을 높였다는 것이다. 세균이 대기 중에서 고정한 질소 가운데 얼마가 실제 식물체로 이동했는지도 동위원소 추적으로 직접 계량되지 않았다. 논문이 말하는 ‘질소 이용효율 향상’을 곧바로 질소비료 절감률로 바꿔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과발현 계통의 포장시험에서는 유효 이삭 수와 등숙률 또는 결실률, 천립중, 포기당 수량 같은 수량 관련 형질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삭 길이와 낟알 길이·폭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다만 증가율과 면적당 수량은 확인되지 않았다. 시험도 2024년 중국 장시성 이춘 한 곳에서 한 재배기 동안 계통별 2줄, 10포기씩 약 20포기로 진행됐다. 이를 대규모 논의 상업 수량이나 헥타르당 성과로 환산할 수는 없다.
낟알을 붙잡는 형질을 고르며 ‘옆자리 승객’도 놓쳤나
연구진은 OsRLK의 자연변이도 조사했다. 382계통을 1차 조사하고, 야생벼 33계통과 재배벼 72계통 등 105계통의 코딩서열을 상세히 분석했다. 야생벼 33계통 중 31계통은 HAP1이었지만, 재배벼 72계통 중 68계통은 HAP2였다. HAP1과 HAP2가 만드는 단백질에는 아미노산 18개의 차이가 있었다. 다만 이 분포만으로 HAP1이 모든 토양과 환경에서 더 우수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OsRLK는 낟알이 쉽게 떨어지는 탈립성과 관련된 주요 유전자 Sh4에서 약 2cM 떨어져 있다. 2cM는 물리적으로 2% 떨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평균적으로 감수분열 100회당 약 2회 재조합되는 유전거리다. 연구진은 사람이 낟알이 잘 떨어지지 않는 벼를 골라온 동안 가까운 위치의 야생형 OsRLK도 ‘옆자리 승객’처럼 함께 줄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저자들의 가설이며, 과거 선발의 직접적인 인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재배벼에서 OsRLK 유전자 자체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미생물 비료를 넘어 ‘미생물을 고르는 작물’로
이번 연구는 유익균을 밖에서 넣는 전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작물이 토양의 유익균을 선택하고 유지하도록 숙주 유전자까지 함께 육종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적합한 미생물이 토양에 없거나 뿌리에 정착하지 못한다면 유전자만 도입해도 효과가 나지 않을 가능성도 실험 결과에 드러났다.
넘어야 할 단계는 많다. 주요 화분시험의 일부 처리군은 반복 수가 3개, 과발현 계통은 계통별 6개였고, 핵심 기능시험은 9개 균주를 조합해 넣은 통제 조건이었다. 실제 논에서는 더 복잡한 미생물 경쟁과 계절, 농약, 비료, 물관리 조건이 작용한다. 강한 외래 프로모터로 만든 연구용 과발현 계통이 아니라 야생형 HAP1을 정상 발현 수준으로 도입했을 때도 같은 효과가 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OsRLK가 세균을 직접 인식하는지, 뿌리 분비물을 바꿔 간접적으로 모집하는지도 미해결 문제다. 수용체형 키나아제가 면역과 스트레스 신호에도 관여할 수 있는 만큼 야생형 도입 뒤 병 저항성과 생육 부담이 유지되는지도 시험되지 않았다. Acinetobacter 속에는 환경·식물 연관균과 기회감염성 균이 함께 있으므로, 연구에 쓴 식물 분리주를 병원성 균과 동일시해서도 안 되지만 속 이름만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한국 품종과 한국 논 토양, 국내 토착 Acinetobacter를 이용한 실증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지역·다년 시험과 여러 품종·질소 시비 수준의 비교, 균주별 안전성 평가를 거쳐야 실제 비료를 얼마나 줄이면서 수량을 유지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지금 확인된 것은 완성된 농업기술이 아니라, 야생벼가 간직한 유전적 능력을 이용해 작물과 뿌리 미생물의 관계를 다시 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자료: 중국과학원 동북지리농업생태연구소·장시성농업과학원·네덜란드 생태연구소·위트레흐트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