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수소 머금으며 스스로 기공 만든 철–텅스텐 분말…1.45㎏급 순환 실증

유일혁 기자 · 입력 2026.10.07 20:04
산화·환원으로 수소 43.8g 저장, 25개 완전 전환 목표 사이클서 평균 이용률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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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철가루는 여러 번 달구면 떡처럼 달라붙는다. 수소가 드나들 길도 함께 막힌다. 그런데 철에 텅스텐을 섞자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수소를 저장하고 내놓는 반응을 거듭할수록 분말 안에 미세한 빈 공간이 생겨, 스펀지 같은 가스 통로가 유지됐다. 외부에서 기체를 불어넣어 거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재료가 반응 과정에서 스스로 다공성 구조를 만든 것이다.

노스웨스턴대 Jie Qi와 David C. Dunand 연구진은 텅스텐 함량이 원자비 19%인 Fe–19W 분말을 킬로그램 규모로 시험했다. 약 1.50㎏의 산화물 전구체를 투입했고, 최종 계산에 사용된 완전 산화 상태 분말은 약 1.45㎏, 완전 환원 상태 분말은 약 1.10㎏이었다. 이론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수소는 43.8g이다. 0℃·1bar에서 488L, 2L 생수병 약 244개와 같은 부피다. 실제로 병에 수소를 담았다는 뜻이 아니라, 화학반응에 저장된 수소량을 익숙한 부피로 바꾼 수치다.

연구진은 모두 30회의 자동 운전을 수행했다. 처음 5회는 자동운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의도적인 부분 사이클이었고, 뒤의 25회가 완전 전환을 목표로 한 운전이었다. 이 25개 사이클에서 이론용량 대비 평균 이용률은 93±3%였다. 이는 30회가 끝난 뒤 최초 용량의 93%가 남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각 사이클에서 이론적으로 가능한 용량 가운데 평균적으로 얼마를 사용했는지를 나타낸다.

수소를 구멍에 넣지 않고 철의 상태를 바꾼다

이 분말은 수소를 기공 속에 물리적으로 가두는 흡착재나 금속수소화물이 아니다. 철가루가 녹슬 때 수소를 내놓고, 수소를 공급하면 다시 금속 상태로 돌아가는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한다. 저장 단계에서는 수소가 산화물을 환원하면서 물을 만들고 고체는 Fe와 Fe₂W 상태가 된다. 방출 단계에서는 수증기가 고체를 Fe₃O₄와 FeWO₄로 다시 산화시키며 수소를 만든다.

최종 논문이 제시한 전체 가역반응은 129Fe + 57Fe₂W + 476H₂O ⇄ 57FeWO₄ + 62Fe₃O₄ + 476H₂다. 수소 분자를 그대로 붙잡아 두는 대신, 철과 텅스텐을 포함한 고체의 화학적 상태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43.8g 수소의 화학에너지는 저위발열량 기준 약 1.46㎾h, 5.26MJ다. 손실이 전혀 없다고 가정하면 1㎾ 기기를 약 1시간 28분 가동할 양이지만, 실제 전기 출력은 가열과 에너지 변환 손실 때문에 이보다 적다.

이 방식의 고질적인 문제는 소결이다. 650~800℃의 고온 반복 운전에서 입자들이 서로 붙어 치밀해지고, 표면적과 가스 통로가 줄어든다. 수소와 수증기가 분말층 안쪽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이용할 수 있는 용량도 급격히 감소한다. 실제 무텅스텐 철 비교군은 약 15회 뒤 이용률이 11±1%까지 떨어졌다. 다만 Fe–W 시험은 약 1.45㎏, 순철 비교군은 0.150㎏으로 규모가 달라 열전달과 가스 흐름까지 동일한 일대일 비교로 볼 수는 없다.

떠난 텅스텐 자리에 나노 구멍

연구진은 텅스텐이 두 가지 역할을 했다고 해석했다. 먼저 FeWO₄에서 나온 텅스텐 성분이 휘발성 텅스텐 옥시수산화물인 WO₂(OH)₂ 형태로 짧은 거리를 이동한 뒤 W로 다시 석출되고 Fe₂W를 형성한다. 이때 텅스텐이 떠난 자리에 나노 크기의 빈 공간이 남고, 재석출된 곳에는 미세 입자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비누 거품처럼 바깥에서 공기를 불어넣는 발포가 아니라, 성분이 이동했다가 다른 곳에 내려앉으며 내부 구조를 바꾸는 과정이다.

반응이 멈춘 고온 유지 구간에는 W 함유상이 Fe 또는 Fe₃O₄ 입자 사이에 물리적 장벽으로 남아 입자들이 서로 달라붙는 것을 억제한다고 연구진은 제안했다. 현장 X선회절에서는 Fe₃O₄의 환원이 약 370℃에서 시작돼 약 500℃에 거의 끝났고, FeWO₄ 환원은 약 610℃에서 시작됐다. 일시적으로 금속 W 피크가 나타났다가 감소하고 Fe₂W 피크가 형성된 결과도 단계적 반응 모델과 맞았다. 다만 WO₂(OH)₂가 이동하고 재석출되는 장면을 운전 중 직접 촬영한 것은 아니다.

검증에는 30회 자동 운전뿐 아니라 주사전자현미경과 에너지분산형 분광분석인 SEM·EDS, 10·20·30회 후 외부 X선회절, 수소 분위기에서 30℃부터 1100℃까지 가열한 현장 X선회절이 쓰였다. 산화를 약 30%와 70%에서 멈춘 시료와 반응기 입구·중간·출구의 조성도 분석했다. 30회 뒤 세 위치에서 검출 가능한 텅스텐 손실이나 축 방향 조성 변화는 보고되지 않았다.

분말을 담은 타공 304 스테인리스강 원통은 지름 84㎜, 길이 180㎜로 굵은 보온병에 가까운 크기였다. 주 시험은 800℃에서 이뤄졌다. 대표 시험에서 완전 저장에는 빠른 단계 약 5시간과 느린 단계 약 15시간을 합쳐 약 20시간이 걸렸다. 따라서 차량에 수소를 빠르게 충전하거나 순간적인 출력 변화에 대응하는 용도보다는 고정형·장주기 저장 후보에 더 가까운 특성을 보인다.

킬로그램에서 톤으로 가기 전 풀어야 할 질문

이번 결과의 의미는 미리 제작한 특수 발포체가 아니라 느슨하게 채운 고정 분말층에서 킬로그램급 반복 운전을 보였다는 데 있다. 환원 분말 1.10㎏을 기준으로 한 수소 저장률은 약 4.0wt%다. 재료 중심 체적 에너지밀도 추산은 12.4MJ/L로, 논문은 700bar 압축수소와 비교해 약 4배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이 계산에는 느슨한 분말층의 공극과 반응기 벽, 히터, 단열재, 응축기, 배관이 모두 포함되지 않았다. 완성된 저장 설비의 밀도가 4배라는 뜻은 아니다.

왕복효율 약 80% 역시 열 회수율 75%를 가정한 열역학적 추산이지 실측 결과가 아니다. 히터와 단열, 열교환기, 수증기 계통까지 갖춘 실제 시스템의 효율은 확인되지 않았다. 수소 1㎏을 저장하는 데 필요한 Fe–W 원료비도 저자 추산 약 310달러로, 순수 Fe₂O₃의 약 13달러보다 높았다. 텅스텐은 성능을 유지하는 핵심인 동시에 비용과 조달, 회수·재활용을 함께 따져야 할 재료다. 2026년 정부 핵심광물 지정계획에도 텅스텐이 포함됐다.

장기 내구성도 열린 질문이다. 800℃에서 텅스텐 손실은 회당 0.12g 이하, 전체 텅스텐의 약 0.025% 이하라는 보수적 열역학 상한이 제시됐다. 이 상한이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농도가 19 at.%에서 10 at.%로 낮아지는 데 약 3000회가 걸린다는 계산이 가능하지만, 이는 수명 실증값이 아니다. 완전용량 성능을 판단할 데이터는 25개 사이클뿐이다. 25·50·75% 깊이의 부분용량 조건을 합쳐 최대 90회라고 표현한 시험도 90회의 연속 완전 저장·방출 운전은 아니다.

안전과 순도 역시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고압 기체 저장을 피할 가능성은 있지만 운전 중에는 650~800℃의 고온에서 수소와 수증기를 다룬다. 30회 운전한 환원 분말을 상온 공기에 노출했을 때 일부가 연기를 내며 산화하기도 했다. 심사 과정에서는 휘발성 W 화합물이 제품 수소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제품 수소의 정밀 순도 분석과 응축수·배관·필터의 W 분석, 전체 가스 회로의 텅스텐 질량수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1.5㎏급 결과를 곧바로 톤급으로 확대할 수도 없다. 대형 분말층에서 생길 중력 압밀과 온도 차이, 압력손실, 가스 분배 불균일, 수증기 응축은 아직 시험되지 않았다. 독립 연구진의 재현도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번 연구에 한국 기관·연구자·기업이 참여하거나 국내에서 같은 조성과 킬로그램급 장치를 독립 재현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 저자 David C. Dunand가 철 기반 분말의 산화·환원 응용을 개발하는 IROX Inc.에 재정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점도 공개됐다.

이번 실증은 뜨거운 철 분말이 굳는 문제를 텅스텐의 이동과 재석출이라는 역동적인 구조 변화로 풀 가능성을 보여줬다. 동시에 약 20시간의 저장 시간과 25회의 완전 전환 목표 사이클은 출발점의 크기도 분명히 드러낸다. 스스로 만든 기공이 수천 회 동안 유지되는지, 깨끗한 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지, 열을 포함한 전체 설비가 경제적으로 작동하는지가 다음 검증의 핵심이다.

자료: 노스웨스턴대, 홍콩과기대 광저우 캠퍼스, 미국 에너지부, 산업통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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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혁 기자 ih.yoo@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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