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뉴런에 찍힌 ‘형광 달력’…살아있는 제브라피시 뇌에서 태어난 순서를 읽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07 20:14 · 수정 2026.10.07 20:17
CLOK, 수정 후 첫 5일의 뉴런을 최대 5개 분화집단으로 구분…회로 편입과 기능 차이를 한 개체에서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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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AVANTI

자료사진은 GFP 형광 단백질을 발현하는 어린 제브라피시이며, 이번 CLOK 연구에서 촬영한 개체는 아니다.

투명한 어린 물고기의 뇌에 ‘형광 달력’을 펼쳐 놓는다면 어떨까. 첫째 날 신경세포가 된 뉴런, 둘째 날 분화한 뉴런, 그 뒤에 합류한 뉴런을 서로 다른 표시로 구별하는 식이다. 연구진이 제브라피시 유생 한 마리의 뇌에서 수정 후 0∼120시간을 하루씩 다섯 구간으로 나누고, 각 시기에 분화한 뉴런을 최대 다섯 집단으로 동시에 보여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름은 CLOK다.

이 기술은 뉴런의 ‘생일’을 기록한다고 표현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서 birthdate는 마지막 세포분열 시각이 아닌 뉴런 분화시점의 대리값이다. 세포의 출생증명서라기보다, 미성숙한 세포가 뉴런으로 분화하기 시작하면서 신경회로에 들어갈 준비를 알린 ‘입학기록’에 가깝다. 연구진은 이 기록을 이용해 나이가 다른 뉴런이 뇌의 어디에 자리 잡는지, 축삭과 수상돌기를 어디로 뻗는지, 시각과 운동 관련 활동에 어떻게 참여하는지를 살아있는 동물에서 비교했다.

먼저 찍은 도장은 먼저 생긴 뉴런에 남는다

CLOK는 ‘세포의 발생 기원을 추적하는 색채 HaloTag 표지’를 뜻하는 Chromatic HaloTag Labeling for cell Ontogeny tracKing의 약자다. 핵심은 뉴런 분화 초기에 작동하는 elavl3 프로모터와 자가표지 단백질 HaloTag다. 프로모터는 특정 유전자를 언제 작동시킬지 정하는 스위치이고, HaloTag는 전용 형광염료와 단단한 공유결합을 만드는 표찰 역할을 한다.

연구진이 한 파장의 Janelia Fluor(JF) 염료를 넣으면 그때까지 만들어진 HaloTag의 결합 자리를 먼저 차지한다. 시간이 지나 새 뉴런이 분화해 새로운 HaloTag가 만들어진 뒤 다른 염료를 넣으면, 두 번째 염료는 아직 비어 있는 새 결합 자리에 붙는다. 달력의 날짜가 바뀔 때마다 다른 도장을 찍는 원리다. 프로모터 활성과 단백질 합성, 염료 침투·결합에 걸리는 시간이 있으므로 실제 마지막 세포분열 순간을 직접 재는 방식은 아니다.

연구진은 JF525, JF585, JF669, JF549, JF635를 24시간 간격으로 차례로 투입했다. 수정 후 5일에 촬영하자 0∼24시간 미만, 24∼48시간, 48∼72시간, 72∼96시간, 96∼120시간에 분화한 뉴런 집단을 한 마리 안에서 구분할 수 있었다. 염료의 파장 범위는 525∼669나노미터다. 논문 그림에 사용된 빨강·초록·자홍·청록·노랑은 분석 결과를 알아보기 쉽게 입힌 의사색이며, 각 염료의 실제 색 이름과 일대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분해능은 3시간 동안 염료를 처리한 조건부터 신호가 나타났고 6시간 조건에서 뚜렷해졌다. 연구진은 6시간 이하의 시간분해능을 제시했지만, 이는 마지막 세포분열 시각을 6시간 오차로 알아낸다는 뜻이 아니다. 표준 처리에서는 염료 농도 3.3마이크로몰, DMSO 0.033% 조건으로 실온에서 2시간 처리한 뒤 사육수로 10분씩 세 차례 씻었다.

핵의 나이에서 ‘전선 끝’과 ‘안테나’의 나이까지

기존 DNA 합성 표지법인 EdU와 비교했을 때 CLOK는 전반적으로 비슷한 뇌 발달 지도를 만들었다. 다만 두 기술이 보는 대상은 다르다. EdU는 DNA를 복제하는 S기에 있는 모든 분열세포와 그 자손을 표시한다. CLOK는 선택한 프로모터가 켜진 분화 뉴런을 표시한다. 일부 뇌 영역에서 CLOK의 연령집단 경계가 더 선명했지만, 이를 곧바로 CLOK가 절대적으로 더 정확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CLOK의 장점은 신호를 핵에만 가둘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 HaloTag에 위치결정 서열을 붙이면 형광표지가 나타날 장소를 바꿀 수 있다. synaptophysin 융합체는 축삭 말단, 즉 다른 세포로 신호를 보내는 ‘전선 끝’을 보여준다. Voltron1/Kv2.1 기반 융합체는 세포체와 수상돌기 영역, 곧 신호를 받아들이는 ‘안테나’ 주변을 표시한다. 핵 위치결정 서열을 사용하면 세포핵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늦게 분화한 뉴런의 돌기가 기존 신경망 바깥쪽 영역에 순차적으로 더해지는 모습을 시각화했다. 그러나 개별 축삭이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까지 연결되는지를 모두 완성한 커넥톰은 아니다. 또한 다섯 색이 뉴런 하나하나에 고유한 신분증을 주는 Brainbow 방식도 아니다. CLOK가 구별하는 것은 다섯 개의 분화시기 집단이며, 일부 집단은 두 염료 신호의 차이나 비율을 계산해 분류한다.

같은 뇌 안에서도 나이에 따라 달랐던 반응

연구진은 시각중추인 시개에서 먼저 분화한 뉴런과 나중에 분화한 뉴런의 칼슘활동을 비교했다. 먼저 분화한 집단은 이동하는 격자와 가까이 다가오는 물체를 모사한 looming 자극에 후기 집단보다 강하게 반응했다. 반면 밝은 섬광에서는 두 집단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같은 시개 부분영역 안에서도 일부 차이가 유지돼 단순한 위치 차이만으로 결과 전체를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뉴런의 나이가 기능을 결정했다고 볼 수는 없다. 방향선택성과 출생시기 지표의 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했지만 설명력은 R²=0.05, 약 5%에 그쳤다. 공간적으로 뒤섞인 일부 시개 인터뉴런에서는 출생시기에 따른 기능 차이가 검출되지 않았다. 연령과 기능의 관계가 모든 세포형에 공통된다는 결과가 아니라는 뜻이다.

후뇌에서는 수정 후 24시간 이전 집단과 24∼48시간 집단을 표시하고, 수정 후 2일과 4일에 칼슘활동과 근전도(EMG)를 함께 측정했다. 2일째에는 후기 집단의 운동 관련 참여가 낮았지만 4일째에는 자발 수영과 여러 운동 패턴에 참여하는 비율이 늘었다. 일부 초기 집단도 새로운 활동 패턴에 합류했다. 연령이 다른 뉴런 집단이 발달 과정에서 기능적으로 협응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지만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이 실험은 마비시킨 동물에서 근전도로 움직임 명령을 읽는 가상 운동, 즉 fictive locomotion 방식으로 수행됐다. 물고기가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직접 촬영한 결과와는 구분해야 한다. 후뇌 기능영상의 동물 수는 수정 후 2일과 4일 각각 6마리였다.

8주 남은 표지, 그러나 8주 연속 활동기록은 아니다

연구진은 CLOK를 WHaloCaMP 칼슘센서, Voltron2 전압센서, HaloTag-CoChR 옵신과 결합했다. 출생시기로 구분한 뉴런을 찾아 활동을 읽거나 빛으로 선택적으로 자극할 수 있음을 보인 개념증명이다. 전압영상은 초기·후기 집단 각각 13세포를 총 3마리에서 확인했고, CoChR 실험은 초기 8세포와 후기 5세포를 총 3마리에서 측정했다. CoChR이 유발한 칼슘반응은 초기 집단 0.20±0.02, 후기 집단 0.22±0.02로 차이가 없었다(P=0.94). 두 집단을 비슷한 효율로 자극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광학적 간섭도 남는다. 기능영상 검출채널로 들어온 신호는 염료에 따라 0∼27.5%였고 JF525는 27.5%였다. 염료가 기능영상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 다섯 파장을 분리하는 데는 백색광 레이저와 조절 가능한 검출창을 갖춘 공초점현미경이 사용됐다. 염료별 밝기와 조직 투과성, 광학 특성도 같지 않아 일반 장비에서 같은 결과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기술은 아니다.

수정 후 5일에 붙인 형광표지는 35일과 56일에도 검출됐다. 하지만 35일 조건은 3마리, 56일 조건은 2마리에서 확인한 결과다. 같은 뉴런의 회로 편입과 활동을 8주 내내 연속 측정한 것이 아니라, 형광표지가 8주령에도 남아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주요 기능실험은 수정 후 2∼5일 무렵에 집중됐다.

생존율과 부레 발달, 몸길이에서 뚜렷한 발달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지만 미세한 신경생리 변화와 세포 스트레스, 면역반응, 장기 행동 영향까지 모두 배제한 것은 아니다. 데이터 수집·분석은 실험조건에 대해 맹검되지 않았고, 표본 수는 사전 검정력 분석으로 정하지 않았다. 등록에 실패한 영상은 분석에서 제외됐다. 분석용 Jupyter 노트북과 예시 영상·등록 데이터는 공개됐지만, 모든 대용량 원시 영상을 독립적으로 재분석할 수 있는 완전한 자료 저장소인지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CLOK는 뉴런의 분화시기 지도와 회로 기능을 같은 살아있는 개체에서 연결할 길을 보여줬다. 동시에 현재 실증 대상은 투명하고 염료 투과성이 좋은 제브라피시다. 포유류나 오가노이드에서의 적용은 아직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 논문 공개 후 약 일주일인 2026년 10월 7일 현재 독립 연구진의 재현 연구도 확인되지 않았다. 형광 달력이 뉴런의 성장사를 얼마나 정확하고 넓게 읽어낼 수 있는지는 이제 후속 검증이 답해야 할 질문이다.

자료: Institut de la Vision·Sorbonne Université·Inserm·CNRS·University of Toronto·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 Janelia Research Campus·미국 국립보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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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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