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별 대신 폭발 잔해를 읽었다…우주 9억 년의 ‘최초 별’ 화학 지문

사라진 범인을 찾을 때 현장에 남은 지문을 읽듯, 천문학자들은 이미 사라졌을 별을 그 폭발 잔해의 화학 성분으로 추적한다. 이번에는 우주 나이가 약 9억 년이던 시기의 가스에서 최초 세대 별인 종족 III(Population III)의 초신성과 부합하는 탄소·산소·규소의 배합비가 확인됐다. 같은 우주 환경에서 발견된 은하 17개의 집단 평균 산소 함량은 태양의 약 3%로 추정됐다. 다만 연구진이 최초 별 자체나 그 폭발 장면을 직접 본 것은 아니다.
이 연구의 핵심은 서로 다른 망원경이 서로 다른 대상을 관측해 맞춘 두 조각에 있다. 유럽남방천문대의 초거대망원경 VLT는 퀘이사 SDSS J0100+2802의 빛을 이용해 앞쪽 가스의 원소비를 읽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은 그 가스 주변에서 산소 방출선을 내는 은하들을 찾아 환경 전체가 얼마나 화학적으로 진화했는지 조사했다. ‘JWST가 17개 은하에서 최초 별을 발견했다’는 연구가 아니라, VLT가 읽은 화학 흔적과 JWST가 그린 은하 지도를 결합한 연구다.
우주 손전등에 찍힌 탄소·규소의 자국
연구 대상은 적색편이 z=5.945에 놓인 금속 흡수체다. 여기서 흡수체란 밝은 배경 천체의 빛 가운데 특정 파장을 흡수하는 전경 가스를 뜻한다. 퀘이사는 멀리서 강한 빛을 비추는 ‘우주 손전등’ 역할을 했다. 그 빛이 가스를 통과하면 원소마다 고유한 파장이 빠지는데, 연구진은 VLT의 X-shooter 분광기로 C II, O I, Si II 흡수선을 측정해 탄소·산소·규소의 상대적인 양을 구했다.
가스의 탄소 대 산소 비율인 [C/O]는 0.47±0.12 dex, 규소 대 산소 비율인 [Si/O]는 0.50±0.12 dex였다. dex는 비율의 차이를 로그 척도로 나타내는 단위다. 일상적인 배수로 바꾸면 C/O는 태양 조성의 약 3.0배, Si/O는 약 3.2배다. 단순히 금속이 적다는 사실보다 어떤 원소가 어떤 비율로 섞였는지가 중요하다. 초신성은 원래 별의 질량과 폭발 방식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원소 조합을 남기므로, 이 배합비가 과거 폭발의 ‘화학 지문’이 된다.
연구진은 두 비율이 Pop III 초신성 농축 모형과 일치하는 패턴이라고 분류했다. Pop III는 수소와 헬륨이 중심이던 초기 우주에서 형성된 최초 세대 별을 가리킨다. 천문학에서 ‘금속’은 철만이 아니라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탄소·산소·규소 같은 원소를 모두 뜻한다. 따라서 논문이 사용한 ‘Pop III 흡수체’라는 표현도 관측 편의를 위한 모형 기반 명칭이다. Pop III 별이나 초신성, 성운의 빛을 직접 검출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456만 광년에 펼쳐진 금속 빈약 은하 구조
JWST의 역할은 이 흡수체 주변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NIRCam의 F356W 무슬릿 분광 자료와 Friends-of-Friends 분석을 이용해 [O III] 방출은하 17개가 연결된 과밀구조를 확인했다. Friends-of-Friends는 위치와 속도가 가까운 천체를 이웃으로 잇는 군집 분석법이다. 구조는 하늘에 투영된 거리로 약 1,400 physical kpc, 약 456만 광년에 걸쳐 있다.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 사이 거리의 약 1.8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17개 은하는 이미 완성돼 안정된 은하단이 아니다. 기본 연결속도 500㎞/s를 적용하면 평균 적색편이 약 5.94와 5.99인 두 하위집단으로 나뉘고, 1,500㎞/s 조건에서 하나의 17개 구조로 이어진다. 연구진이 채택한 넓은 연결 조건으로 묶인, 두 하위집단을 포함한 형성 중의 과밀구조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연구진은 17개 은하의 스펙트럼을 [O III] 선세기로 정규화해 평균 중첩한 뒤 R3, 즉 [O III]/Hβ 방출선 비율로 기체상 산소 함량을 추정했다. 그 결과 집단 평균은 태양 산소 함량의 약 3%였다. 이는 가스 질량의 3%가 금속이라는 뜻도, 17개 은하가 각각 모두 3%라는 뜻도 아니다. 산소와 수소의 비율을 태양의 산소·수소 비율과 비교한 집단 평균값이다. 같은 시대의 유사한 과밀환경보다 약 0.4 dex, 선형 비율로 약 2.5배 낮았다.
이처럼 금속이 적은 주변 환경과 Pop III형 원소비가 같은 우주 구조에서 함께 확인됐다는 점이 연구의 의미다. 가장 가까이 검출된 [O III] 은하조차 흡수 가스에서 추정 3차원 물리거리 238 kpc, 약 77만6000광년 떨어져 있다. 투영거리는 119 kpc, 약 38만8000광년이다. 연구진은 검출한계보다 어두운 은하나 작은 위성 헤일로가 더 가까이 있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오염되지 않은 ‘우주 외곽’에 흔적이 남았나
연구진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나는 주변 자외선이 별 형성을 늦춘 뒤 더 큰 원자냉각 헤일로의 금속 오염이 적은 외곽에서 Pop III 별이 뒤늦게 형성됐다는 시나리오다. 다른 하나는 작은 위성 헤일로에서 만들어진 Pop III 별의 잔해가 이후 큰 구조에 병합됐다는 시나리오다. 밝은 은하 중심부보다 금속 혼합이 덜 된 ‘도시 외곽의 작은 웅덩이’ 같은 장소가 오래된 화학 흔적을 보존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두 경로 모두 이번 관측만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
이온화 상태를 보정하면 C/O와 Si/O는 각각 최대 약 0.2∼0.3 dex 낮아질 수 있다. 연구진의 화학풍부화 혼합모형에서는 이 보정 뒤에도 전체 금속 중 Pop III의 기여분이 최소 약 30%일 때 관측값과 일치했다. 그러나 이는 금속의 정확히 30%가 Pop III에서 왔다는 직접 측정이 아니다. 선택한 이온화 조건과 Pop III·Pop II 초신성 수율을 섞은 모형 안에서 필요한 조건부 하한이다.
‘최초 별 발견’까지 남은 긴 거리
화학 지문은 유력한 단서이지만 고유한 신분증은 아니다. C·O·Si만으로 금속이 없는 Pop III와 금속을 가진 거대질량 Pop II 별의 수율을 유일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AGB 별, 극저금속 고속자전별, 초대질량별, Wolf–Rayet 별도 탄소나 CNO 성분을 늘릴 수 있다. Pop III 핵합성 수율 자체도 별의 질량과 회전, 폭발에너지, 폭발 중 혼합과 물질 재낙하에 따라 달라진다. 철족 원소를 포함한 추가 측정과 독립 관측이 필요한 이유다.
태양의 약 3%라는 수치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전자온도 Te를 직접 잰 값이 아니라 R3 강선비에서 얻은 추정치다. R3는 같은 선비가 저금속과 고금속이라는 두 해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가를 [O II] 선은 이번 분광 범위 밖이었다. 연구진은 같은 시대 은하의 선행 결과와 고금속 해가 태양보다 높은 값을 낸다는 점을 근거로 저금속 가지를 선택했다. 관측선만으로 다른 해를 완전히 제거한 것은 아니다. 평균 중첩 방식 때문에 집단 내부의 차이나 극단적인 은하가 가려졌을 가능성도 있다.
표본 역시 Pop III형 후보 흡수체 한 곳과 Pop II형 비교 흡수체 한 곳이 핵심이어서 재이온화기 은하 전체로 일반화할 수 없다. 비교 대상인 z=6.122 흡수체의 [C/O]는 -0.25±0.11 dex, [Si/O]는 0.08±0.08 dex로 일반적인 Pop II 초신성 수율과 구별되지 않았다. 과거의 다른 Pop III 화학지문 후보가 추가 고해상도 분광으로 수정된 전례도 있어 후속 검증이 중요하다.
이번 성과는 ‘최초 별을 발견했다’는 선언보다 관측 전략에 있다. 퀘이사 빛에 남은 흡수선으로 오래된 폭발의 원소비를 읽고, JWST로 주변 은하와 금속 빈약 환경을 지도화하면 최초 별의 잔해가 보존됐을 가능성이 큰 장소를 좁힐 수 있다. 우주의 첫 별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별이 남긴 흔적을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보여준 셈이다.
자료: 코펜하겐대학교 닐스보어연구소, Cosmic Dawn Center, 미국항공우주국, 유럽우주국, 캐나다우주국, 유럽남방천문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