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직선 분자를 가지 치자 2차원 페로브스카이트 분말의 결정상 열화율이 6분의 1로 줄었다

유일혁 기자 · 입력 2026.10.07 20:39 · 수정 2026.10.07 20:43
라이스대 연구진, 물을 막는 성질보다 물이 들어온 뒤 거치는 수화물·경쟁상을 따져 보호층 분자의 새 설계 원리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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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asova

자료사진은 2018년에 촬영한 브로민화납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의 형광현미경 영상이며, 이번 연구의 요오드화납계 분말 시료와는 다르다.

비옷을 더 길게 만들면 비를 더 잘 막을 것 같지만, 페로브스카이트에서는 꼭 그렇지 않았다. 탄소사슬이 더 긴 분자가 오히려 습기 속에서 더 빨리 무너졌다. 반대로 탄소 원자 네 개를 그대로 두고 직선 배열만 가지 모양으로 바꾸자, 특정 조건에서 2차원 페로브스카이트 분말의 결정상 열화율이 약 6분의 1로 낮아졌다. 물을 완전히 막은 결과가 아니다. 물이 들어온 뒤 결정이 다른 물질로 바뀌어 나갈 수 있는 ‘화학적 옆문’을 줄인 결과에 가깝다.

아이작 메트칼프와 아디티아 D. 모히테 등 라이스대학교 중심 연구진은 2차원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의 습기 열화를 스페이서 양이온 요오드화물, PbI₂, 물의 조성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전환으로 해석했다. 핵심 비교 대상은 직선형 부틸암모늄을 사용한 (BA)₂PbI₄와 가지형 아이소부틸암모늄을 사용한 (i-BA)₂PbI₄다. 둘은 탄소 수가 네 개로 같지만 원자의 배열이 다르다. 연구 결과는 2026년 10월 3일 온라인 출판됐다.

더 긴 ‘우비’가 오히려 빨리 무너졌다

2차원 페로브스카이트는 무기 결정층 사이에 유기 스페이서가 들어간 구조다. 스페이서는 층과 층 사이의 간격을 만들고 물과 만나는 환경에도 영향을 준다. 흔히 유기 사슬이 길고 소수성, 즉 물과 잘 섞이지 않는 성질이 강할수록 수분을 잘 막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직선형 알킬암모늄을 사용한 n=1 분말을 4A부터 8A까지 체계적으로 비교한 결과는 이 설명만으로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대표적인 반례가 5A였다. 직선형 5A는 4A보다 탄소사슬이 길지만 더 빨리 열화했다. 연구진은 5A가 만드는 일시적 수화물의 조성이 원래 n=1 페로브스카이트에 더 가깝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같은 물 농도에서도 더 많은 페로브스카이트가 수화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뜻이다. 수화물은 물 분자가 결정구조 안에 포함된 상이다. 단순히 표면이 젖는 데 그치지 않고, 원래 결정의 원자 배열이 물을 포함한 다른 배열로 갈아타는 것이다.

수분이 들어오면 유기 스페이서 염이 결정에서 빠져나와 녹을 수 있다. 그러면 재료의 유효 조성은 물과 PbI₂ 쪽으로 이동한다. 그 길목에 에너지가 낮은 수화물이나 납이 많은 비페로브스카이트상이 있으면 원래 페로브스카이트가 머물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진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길이가 긴 분자를 골라 물의 진입만 늦추는 전략으로는, 물이 들어온 뒤 벌어지는 상전환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상평형도는 열화가 갈아타는 ‘노선도’

연구진이 사용한 상평형도는 출발역과 환승역, 종착역을 보여주는 지하철 노선도에 비유할 수 있다. 출발역은 2차원 페로브스카이트이고, 수화물과 0차원상, 납이 풍부한 비페로브스카이트상은 중간 환승역이다. 유기염이 빠져나가고 물이 늘어나면서 재료가 어느 상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그린다. 환승역과 연결 노선이 많고 접근하기 쉬우면 원래 결정이 빠져나갈 경로도 늘어난다.

직선형 4A가 만드는 대표적인 주 수화물은 (4A)₂Pb₄I₁₀·2H₂O로, 납과 요오드로 이뤄진 팔면체가 폭 네 개짜리 리본처럼 이어진 구조다. 가지형 i-4A도 수화물을 전혀 만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i-4A)₂Pb₂I₆·2H₂O 조성의 폭 두 개짜리 기울어진 리본형 수화물을 형성했다. 다만 직선형 4A계에서 나타난 별도의 0차원상은 가지형 계열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가지형 분자가 물을 차단한 것이 아니라, 물과 만난 뒤 선택할 수 있는 경쟁상과 열화 경로 일부를 없앤 셈이다.

이 차이는 ‘같은 탄소 네 개’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분자를 구성하는 탄소 수를 늘리지 않고 배열만 바꿔도 형성 가능한 결정상의 종류와 연결 관계가 달라졌다. 연구진은 수화물 구조를 메틸암모늄부터 8A까지 탐색했지만, n=1 물질의 체계적인 열화율 비교 범위는 직선형 4A부터 8A까지였다. 두 조사 범위는 서로 다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상평형도는 모든 상의 깁스 자유에너지, 즉 특정 상태가 얼마나 안정한지를 나타내는 에너지를 직접 측정해 완성한 정량적 평형도가 아니다. 관찰된 상이 안정성의 경계에 놓인다는 가정, 유기염과 물이 이상적으로 섞인다는 가정, 각 고체상이 고정된 화학양론을 갖는다는 가정이 들어간 준정량적 상경로 모형이다. 상들의 연결 관계도 열화 과정에서 나타난 순서와 구조가 비슷하면 에너지도 비슷할 것이라는 추론을 활용했다. 따라서 상평형도가 열화를 증명하거나 시간을 정확히 예측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17mL짜리 ‘인공 장마통’에서 X선으로 추적

연구진은 자체 제작한 밀폐 챔버와 연속 현장 X선회절을 이용했다. X선회절은 결정에 X선을 비춰 원자 배열의 ‘지문’을 읽는 방법이다. 챔버의 자유부피는 17mL로, 큰술 한 숟가락 남짓한 규모였다. 핵심 분말 비교에서는 물 8mL를 넣어 상대습도 100%의 포화 환경을 만들고, 물 주입 뒤 3분 넘게 온도 평형을 기다렸다.

이어 2θ 2도에서 20도 범위를 분당 10도 속도로 반복 측정했다. 한 번 훑는 데 약 1.8분이 걸렸다. 연구진은 처음 수분에 적응하는 구간과 마지막 꼬리 구간을 제외하고, 페로브스카이트 회절피크가 선형으로 감소하는 중간 구간의 기울기를 열화율로 삼았다. 이 조건에서 가지형 i-BA계 n=1 분말의 습기 유도 X선회절 열화율은 직선형 BA계의 약 6분의 1이었다.

실험에 쓰인 물의 양은 모든 시료에서 같지 않았다. 대표 분말에는 8mL, 2차원 박막에는 10mL, 3차원 첨가 필름과 3D·2D 적층 필름에는 2mL를 사용했다. 세 조건 모두 최종 상대습도는 100%였다. 물의 양은 습도 단계를 뜻하지 않으며, 남는 공기 자유부피와 시험의 공격성을 조절하는 조건이었다. 따라서 서로 다른 물 부피에서 나온 결과를 하나의 동일한 시험처럼 비교해서는 안 된다.

‘보호층이면 안전하다’는 공식도 다시 봐야

연구진은 3차원 페로브스카이트인 MAPbI₃에 스페이서 염을 넣은 필름과 3D·2D 적층 필름도 조사했다. 4A와 5A 계열에서는 서로 다른 유기 양이온이 함께 들어간 혼합 수화물이 열화 경로로 나타났다. 일부 2차원층은 아무 처리도 하지 않은 MAPbI₃보다 열화를 촉진했다. 보호막으로 얹은 2차원층도 잘못 고르면 오히려 새로운 화학적 샛길을 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결과를 태양전지 수명이 6배 늘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핵심 지표는 100% 상대습도의 소형 밀폐 챔버에서 측정한 분말의 결정상 회절피크 감소율이다. 완성 소자의 효율 유지율이나 최대전력점 추적 수명과는 다르다. 햇빛과 산소, 온도 변화, 열순환, 전기적 부하, 봉지재와 전극 부식이 함께 작용하는 옥외 환경도 재현하지 않았다. 공개된 본문에서는 핵심 비교의 독립 시료 수와 반복 횟수, 신뢰구간, 통계적 유의확률도 확인되지 않았다.

가지형 분자의 개선 효과에도 경쟁상 변화뿐 아니라 직선형 염과 다른 물 용해도가 관여했을 수 있다. 상의 연결로 열화 속도를 설명하는 과정 일부가 같은 관찰 자료에 의존한다는 한계도 있다. 전체 상경로는 독립적인 자유에너지 측정이나 계산으로 더 검증해야 한다. 연구가 출판된 직후인 만큼 독립 재현이나 직접 반박을 판단할 시간도 아직 부족하다.

그럼에도 연구는 2차원 보호층용 분자를 고르는 기준을 넓혔다. ‘물을 얼마나 싫어하는가’뿐 아니라 ‘물이 들어온 뒤 어떤 수화물과 경쟁상을 만들 수 있는가’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가지형 스페이서를 실제 완성 소자에 적용하고 빛·열·습도가 함께 작용하는 장기시험에서 성능을 확인하는 일이다. 국내에서는 KAIST와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DJ형 2차원 보호층의 구조를 조절한 완성 소자를 별도로 연구했지만, 조성과 측정 지표, 시험 조건이 달라 이번 6분의 1 결과와 직접 비교할 수 없다. 이번 연구에 한국 기관이 직접 참여했거나 국내에서 같은 BA에서 i-BA로의 전환 결과를 재현했다는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 라이스대학교, 렌대학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 KAIST, 한국화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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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혁 기자 ih.yoo@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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