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 특정 자가항체, 일부 조산 위험 알리는 단서로

임신 초기 혈액에 나타나는 특정 자가항체가 일부 조산의 위험과 작동 원리를 함께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신부의 면역체계가 자신의 단백질을 공격하면서 태반의 염증과 혈액 흐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연구진은 2026년 10월 14일 네이처 이뮤놀로지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3개국의 임신 코호트 8개에서 임신부 2,193명을 비교했다. 이 가운데 688명은 임신 37주 이전에 출산한 조산군, 1,505명은 만삭 분만군이었다. 전체 분석에는 임신 혈청을 제공한 2,719명과 임신 경험이 없는 대조군 130명도 포함됐다.
자가항체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자신의 단백질이나 조직을 표적으로 삼는 항체다. 임신 중에는 산모의 면역체계가 태아를 받아들이도록 정교하게 조절된다. 정상 임신에서도 부계 유래 HLA 등에 반응하는 항체가 생길 수 있어 자가항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질병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연구진이 단백질 전반에 대한 반응을 살펴본 결과, 조산군은 만삭군보다 더 광범위한 자가항체 반응을 보였다. 관련 항체들은 혈관 발달과 생식호르몬, 염증 조절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경향이 있었다. 변화는 분만 평균 12주 전부터 관찰됐고 임신 19주 이전 구간부터 점차 강해졌다. 특히 임신 28주 이전의 매우 이른 조산에서 더 뚜렷했다.
독립 검증군 475명에 적용한 자가항체 분류모델의 ROC-AUC는 0.75였다. ROC-AUC는 위험군과 비위험군을 얼마나 잘 구분하는지를 0.5에서 1 사이 값으로 나타낸 지표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실제 진료에 쓸 선별검사가 완성됐다는 뜻은 아니다.
염증의 제동장치를 겨냥한 항체
연구진은 인터루킨-1 수용체 길항제인 IL-1RA를 공격하는 자가항체에 주목했다. IL-1RA는 염증을 일으키는 IL-1β가 수용체를 활성화하지 못하도록 먼저 자리를 차지하는 ‘염증 제동장치’다. 이 기능이 약해지면 자궁 안의 염증반응과 분만 신호가 과도해질 수 있다.
별도 분석에서는 임신 11~15주 조산군 65명의 약 7%에서 항-IL1RA 항체가 검출됐다. 만삭군 69명에서는 검출률이 1.5% 미만이었다. 894명을 추적한 코호트에서도 조산군의 검출률은 임신 10~12주 3.3%에서 12~14주 8.0%로 늘었지만, 만삭군은 임신 15주 이전까지 2% 미만이었다.
실험실에서는 이 항체가 IL-1RA의 염증 억제 기능을 방해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임신한 생쥐 실험에서는 태반 염증과 혈관 관류 이상이 나타났다. 혈관 관류는 혈액이 조직을 지나며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는 과정이다. 이런 결과는 자가면역반응이 일부 조산의 병태생리, 즉 질병이 생기고 진행되는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조산은 하나의 원인으로 생기는 단일 질환이 아니다. 논문이 제시한 기존 근거에 따르면 약 30~35%는 산모나 태아의 상태 때문에 의료진이 일찍 분만하는 경우이고, 55~75%는 자연 조산이다. 자연 조산 가운데 약 30~40%는 감염 또는 염증과 연관된다. 따라서 항-IL1RA 항체는 모든 조산을 설명하는 지표가 아니라 일부 유형을 가려낼 후보로 봐야 한다.
연구 결과는 임신 초기에 일부 위험 신호를 찾을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항체 검사의 임상 판정기준이나 진료 활용법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사람에서 이 항체가 조산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번 성과의 의미는 조산을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면역·염증·태반 혈관 기능이 얽힌 과정으로 살필 구체적인 연구 대상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자료: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 네이처 이뮤놀로지,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챈 저커버그 바이오허브 샌프란시스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