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인간 수학자 협업으로 31년 묵은 ‘KLS 추측’ 증명

김동현 기자 · 입력 2026.10.23 05:31
100개 넘는 접근법을 탐색한 AI와 방향을 판단한 연구자가 고차원 기하학의 차원 의존성을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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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미국 레드먼드의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빌딩 99 외부 모습. 해당 연구·행사의 현장 사진은 아닙니다.

Robert Scoble

인공지능이 수학자를 대신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을 빠르게 펼쳐 보이고, 인간이 그중 증명으로 이어질 길을 골라 31년 된 수학 난제의 해법을 완성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의 Zhao Song과 Xinzhi Zhang은 논문 ‘An O(1) Bound for the KLS Constant’에서 카난-로바스-시모노비츠 추측, 이른바 KLS 추측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 추측은 Ravi Kannan, László Lovász, Miklós Simonovits가 1995년 제기한 고차원 기하학의 미해결 문제다.

KLS 추측을 직관적으로 풀면 고차원 공간에 놓인 볼록한 물체나 확률분포를 둘로 나눌 때 생기는 ‘가장 좁은 병목’을 묻는 문제다. 복잡하게 휘어진 경계를 모두 살피지 않고 평평한 초평면으로 잘라도, 차원이 아무리 커지든 일정한 상수배 범위 안에서 그 병목을 포착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논문은 등방성 로그오목 확률측도의 KLS 상수 ψ_n을 차원 n과 관계없는 보편상수 C 이하로 제한했다. 등방성이란 분포의 중심을 원점에 두고 각 방향의 퍼짐을 같은 기준으로 맞춘 상태다. 로그오목 분포는 볼록체 위의 균등분포와 가우스 분포를 포함하는 넓은 범주의 분포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분포에서 함수값이 얼마나 흔들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푸앵카레 상수 C_P(μ)에도 보편상수 상한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증명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았다. 10월 1일 공개한 초기 결과는 ψ_n≤C·4^{log*(n+2)}를 얻어 차원에 따른 증가를 극도로 낮췄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이후 재귀적 개선을 반복해 10월 4일 판에서 차원과 무관한 O(1) 상한에 도달했다. O(1)은 차원 n이 커져도 상한의 크기가 함께 커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100개가 넘는 후보 접근법을 탐색했다. AI는 고차 텐서 계산과 유도식 작성, 원고 준비, 내부 검산을 지원했다. 인간 연구자는 유망한 방향을 선택하고 가능성이 낮은 가지를 쳐내며 최종 논증과 검증을 맡았다. 계산을 빠르게 확장하는 AI와 증명의 의미와 방향을 판단하는 연구자의 역할이 나뉜 협업이었다.

같은 날 Pierre Bizeul, Boaz Klartag, Joseph Lehec도 별도의 증명을 공개했다. 이들은 Song과 Zhang이 제시한 ‘틸트 평균 고계도함수 기준’을 결정적인 단계로 명시했다. 별도 증명은 이번 결과를 농도부등식, 푸앵카레 부등식, 등주부등식이라는 서로 동등한 세 형태로 설명했다.

KLS 추측은 순수한 기하학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차원 확률분포를 탐색하는 마르코프 연쇄의 전도도와 스펙트럴 갭에 연결되며, 무작위 샘플링과 볼록체 부피 계산, 최적화 알고리즘의 이론적 효율성과 관계가 있다. 2018년 연구 개관은 KLS가 기하학·확률·정보이론·최적화·알고리즘을 잇는 중심 추측이며, 성립하면 등방성 로그오목 분포의 웜 스타트 샘플링 복잡도가 O*(n²)이 된다고 정리했다.

이번 성과는 AI가 방대한 계산과 후보 탐색을 맡고 연구자가 판단과 검증을 담당하는 방식이 수학 연구에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공개된 핵심 논문은 사전공개본이므로, 이번 결과를 동료평가가 끝난 최종 공인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자료: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arXiv(코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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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dh.k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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