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도 북쪽에 머문 전선…늦더위와 큰비 겹칠 위험 키웠다

장마가 끝난 뒤인 9월에도 비와 무더위가 함께 이어지는 배경에 동아시아 전선의 북상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거에는 9월이면 남쪽으로 물러나던 비구름 통로가 최근에는 더 북쪽에 머물면서 한반도에 늦더위와 집중호우가 겹칠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후센터(APCC)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동 연구진은 동아시아 여름철 전선의 장기적인 위치 변화를 분석하고, 이 변화가 강수와 열 스트레스 증가에 미치는 연관성을 확인했다. 전선은 차갑고 건조한 공기와 따뜻하고 습한 공기처럼 성질이 다른 공기 덩어리가 만나는 경계다. 이 경계로 수증기가 들어오고 공기가 위로 상승하면 강한 비구름이 발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ERA5 재분석자료에 자동 전선 탐지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재분석자료는 과거 관측값과 기상 분석기법을 결합해 대기 상태를 일정한 방식으로 다시 구성한 자료다. 연구진은 약 25㎞ 간격으로 구성된 자료를 이용해 1979년부터 2025년까지 전선의 위치를 6시간마다 추적하고, 실제 일기도와 비교해 탐지 결과를 검증했다.
분석 결과 2006~2025년의 평균 전선은 1979~1998년보다 장마 절정기인 6월 25일~7월 15일에 약 146㎞ 북쪽에 있었다. 늦여름인 9월 10~30일에는 북상 거리가 약 213㎞로 더 컸다. 논문에 제시된 위도 기준 이동 폭은 1.92도다. 전선의 장기적인 위치 변화가 장마철에만 국한되지 않고 9월 중하순에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전선의 위치는 비가 내리는 지역도 바꾼다. 동아시아 여름 강수량 가운데 전선과 관련된 강수는 약 40%를 차지했고, 6월과 9월에는 그 비중이 약 절반에 달했다. 연구진은 비의 세기만 살피는 데서 나아가 전선이 어디에 놓이는지가 비와 더위의 공간적 분포를 어떻게 바꾸는지 분석했다.
늦여름 전선이 북쪽에 자리한 해에는 한반도의 전선성 강수가 증가했고, 습구흑구온도(WBGT)는 0.4℃ 이상 높아졌다. WBGT는 기온뿐 아니라 습도와 복사열 등을 함께 반영해 사람이 실제로 받는 열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지표다. 비가 내려 습도가 높은 가운데 더위가 이어지면 몸이 땀을 통해 열을 내보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강수와 열 스트레스가 모두 평년보다 높은 날은 전선이 남쪽에 있던 해보다 약 8~19배 많았다. 장기간에 걸친 전반적인 변화의 영향을 제거한 뒤에도 이 빈도비는 약 3~9배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강화된 수증기 수송과 상층 제트의 지역적 약화, 최근 더 강하고 넓어진 국지적 해수면온도 상승이 전선 북상과 연관됐다고 분석했다.
같은 연구진이 참여한 2020년 선행연구에서는 1979년 이후 동아시아 여름몬순의 우기 활동기가 더 짧고 강해지고, 그 뒤의 건조기는 길어진 것으로 보고됐다. 이 변화는 하층 남서풍과 수증기 수렴의 강화, 북태평양 아열대고기압의 서쪽 확장과 함께 나타났다. 당시 CMIP6 기후모델은 관측된 몬순 강수 강화 정도를 대체로 작게 모의했다.
이번 결과는 여름철 재해 대응의 시간 범위를 9월까지 넓혀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기존 대책에서 상대적으로 덜 다뤄진 9월에도 침수 예방과 온열질환 관리를 따로 보지 말고, 큰비와 열 스트레스가 겹치는 복합위험으로 함께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후센터(APC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