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자 밀도를 10배 넘게 빠르게 예측한다…비자성 재료 5만 개로 배운 그래프 AI ‘EdenGNN-Uni’

김동현 기자 · 입력 2026.10.26 06:43
원자 배열에서 전자구름의 변화를 먼저 그려 DFT 반복 계산을 줄여…87개 원소의 넓은 화학공간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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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푸단대학교 대학원사무부)

새로운 재료의 원자 배열을 컴퓨터에 넣으면, 전자들이 어디에 모이고 어디에서 줄어드는지를 보여주는 3차원 지도가 곧바로 펼쳐진다. 지금까지는 이 전자구름을 그린 뒤 방정식을 풀고, 앞뒤가 맞을 때까지 다시 고쳐 그리는 계산을 반복해야 했다. 중국 푸단대학교 연구진은 이 반복을 줄이기 위해 원자 배열만 보고 수렴한 전자구름에 가까운 지도를 먼저 제시하는 그래프 인공지능 ‘EdenGNN’을 개발했다.

2026년 10월 23일 온라인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범용 모델 ‘EdenGNN-Uni’는 Materials Project에서 추출한 비자성 결정 5만1,000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5만 개는 학습에, 1,000개는 교차검증에 사용됐다. 데이터에는 87개 원소가 포함됐다. 주기율표 전반의 넓은 화학공간을 겨냥했지만, 모든 원소와 모든 재료를 다룬다는 뜻은 아니다.

전자구름을 맞힐 때까지 반복하는 계산

전하밀도는 전자가 3차원 공간의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도다. 재료의 총에너지와 밴드구조 같은 전자적 성질을 계산하는 출발점이 된다. 기존 콘–샴 밀도범함수이론(DFT)은 임시 전하밀도로 방정식을 풀고, 그 결과로 얻은 밀도가 처음 값과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일치하지 않으면 다시 계산하며 자기일관 상태, 곧 입력과 출력이 서로 맞는 상태를 찾는다. 원자 수가 늘고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이 반복은 큰 계산 부담이 된다.

EdenGNN은 이 과정을 백지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먼저 서로 떨어져 있는 고립 원자의 기본 전자구름을 겹쳐 기준 지도를 만든 뒤, 화학결합 때문에 전자가 재배치된 차이만 학습한다. 이를 Δ-learning, 즉 기준값과 정답의 차이를 배우는 방식이라고 한다. 기본 윤곽을 알고 수정할 부분만 익히는 셈이다.

모델은 원자별 정보를 세 차례 ‘메시지 패싱’으로 주고받는다. 메시지 패싱은 가까운 원자들이 서로의 종류와 배치 정보를 전달해 각 원자의 상태 표현을 갱신하는 계산이다. 한 원자가 살펴보는 이웃 반경은 4 Å, 즉 0.4 nm다. 이렇게 얻은 원자 주변 정보를 학습 가능한 방사형 기저함수와 구면조화함수로 표현한다. 모든 공간 격자점을 따로 예측하는 대신, 원자 주변에 놓을 여러 붓 모양을 조합해 3차원 전자 지도를 다시 그리는 접근이다.

E(3)-등변 구조도 핵심이다. 이는 결정을 회전하거나 이동하거나 반전했을 때 출력 역시 같은 물리적 변환을 따르도록 설계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원자와 격자 사이의 기존 등변 연산에서 각운동량 차수 L에 따라 커지던 계산을 O(L⁶)에서 O(L²) 형태로 다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해당 연산의 복잡도에 관한 설명이지, 전체 프로그램이 원자 수에 대해 O(L²)로 작동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학습 결정 5,000개에서 밀도 오차 0.67%

연구진 자체 시험에서 EdenGNN-Uni는 학습에 쓰지 않은 Materials Project의 비자성 구조 5,000개를 대상으로 유사 전하밀도 정규화 오차 0.67%를 기록했다. 예측 밀도로 비자기일관 계산을 수행했을 때 총에너지 평균절대오차는 원자당 14 meV, 콘–샴 고유에너지 평균절대오차는 0.102 eV였다.

여기서 ‘유사 전하밀도’는 가짜 밀도라는 뜻이 아니다. 연구에 사용된 PAW 방식에서는 원자가전자 밀도를 계산하기 편하도록 부드럽게 표현한 유사 전하밀도와, 원자핵 주변의 세밀한 정보를 복원하는 증강 점유도를 함께 사용한다. EdenGNN은 두 값을 모두 예측했다. Materials Project 시험에서 증강 점유도의 평균절대오차는 0.0085였고 결정계수 R²는 0.99714였다.

5,000개 시험군 중 무작위로 뽑은 1,000개의 밴드에너지 오차 중앙값은 0.045 eV였다. 그러나 80백분위에서는 0.100 eV, 95백분위에서는 0.232 eV로 커졌다. 평가 대상도 페르미 준위보다 −4 eV 이상인 상태로 한정됐다. 많은 후보를 빠르게 거르는 데 활용할 가능성은 있지만, 오차 분포의 꼬리에 놓인 경계선 후보까지 모두 정밀하게 맞힌 결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Materials Project와 조성이 다른 GNoME 후보 구조 1,000개에서도 유사 전하밀도 정규화 오차는 0.66%, 콘–샴 고유에너지 평균절대오차는 0.099 eV였다. 다만 이 비교의 기준은 실험값이 아니라 연구진이 생성한 DFT 계산값이다. 기준 데이터 역시 VASP의 PAW·PBE-GGA 계산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PBE가 지닌 밴드갭이나 강상관계 관련 체계적 한계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54원자로 배워 1,626원자 모아레 구조로

크기가 크게 달라진 구조에 적용한 사례도 제시됐다. 연구진은 비틀리지 않은 54원자 MoS₂ 구조 500개 가운데 400개로 모델을 학습하고 100개로 교차검증했다. 이어 비틀림각 3.5°의 1,626원자 이중층 모아레 초격자에 적용했다. 학습 구조보다 원자 수가 약 30배 많은 퍼즐을 푼 셈이다. 이 시험에서 유사 전하밀도 오차는 0.1%, 증강 점유도 평균절대오차는 8.9×10⁻⁴, 에너지 오차는 원자당 0.1 meV였다.

속도는 비교 대상과 계의 크기에 따라 약 40배에서 거의 1,000배까지 차이가 났다. GaN 초격자에서 전하밀도를 얻는 시간은 기존 범용 전하밀도 AI인 ChargE3Net보다 약 150배, EAC-Net보다 약 50배 빨랐다. 평면파 DFT와 비교하면 작은 계에서 최소 40배, 수천 원자 규모에서는 거의 1,000배 빠르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제목의 ‘10배 이상’은 이 결과를 포괄해 표현한 것이다.

다만 이 수치는 동일 장비에서 순수 알고리즘만 겨룬 비교가 아니다. DFT는 Intel Xeon CPU Max 9462의 64코어 노드에서, AI는 NVIDIA A800-SXM4-80GB GPU에서 실행됐다. 장비 비용과 전력, 입출력 조건을 맞춘 시험도 아니다. 무엇보다 주된 비교 대상은 전하밀도를 얻는 시간이다. 후속 해밀토니안 구성과 대각화까지 포함한 전자구조 계산 전체가 같은 배수로 빨라졌다고 볼 수 없다.

DFT를 없애기보다 반복을 줄이는 도구

EdenGNN은 DFT를 폐기하는 모델이 아니다. AI가 예측한 밀도로 콘–샴 해밀토니안을 구성하고, 비자기일관 계산과 대각화를 수행해야 총에너지와 밴드구조를 얻을 수 있다. 핵심은 계산 결과 자체를 곧바로 내놓는 데 있지 않고, 전하밀도가 맞아떨어질 때까지 반복하는 구간을 AI 추론으로 줄이는 데 있다.

적용 범위도 분명하다. EdenGNN-Uni의 학습과 시험은 비자성 구조에 한정돼 자성체, 스핀 분극, 비공선 자성에서 같은 성능이 확인되지 않았다. 반경 4 Å 안의 국소 환경을 이어 붙이는 설계이므로 장거리 분극, 전하분리, 대전 결함, 강한 외부장처럼 먼 거리의 전기적 영향이 중요한 계에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300 K 분자동역학 궤적과 MoS₂ 한 사례만으로 고온·고압·표면·결함·화학반응 전반을 검증했다고도 할 수 없다.

공개된 코드와 체크포인트 역시 만능 계산기는 아니다. VASP용 사전학습 모델은 학습 때와 같은 PAW 의사퍼텐셜 버전과 호환 설정을 요구한다. OpenMX와 ABACUS에 연결하려면 제공된 패치를 적용해 다시 컴파일해야 하며, VASP는 별도 상용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발표 후 사흘이 지난 시점이라 독립 연구진의 재현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자 배열에서 전자구름의 좋은 출발점을 빠르게 그려낼 수 있다는 결과는 대형 재료 구조를 탐색하는 계산의 병목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한다. 다음 질문은 속도 자체보다 넓다. 비자성 결정 87개 원소에서 얻은 성능이 자성, 장거리 전기장, 다른 의사퍼텐셜과 계산 설정에서도 유지되는지, 그리고 오차가 큰 후보를 어떻게 가려내 다시 DFT로 확인할지가 실제 활용 범위를 결정할 전망이다. 이번 연구에 한국 기관이 참여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 푸단대학교, Materials Project, GN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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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dh.k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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