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반응 74% 맞힌 ‘설명 가능한 AI’…환자별 종양 디지털 트윈 구축

환자의 유전정보로 컴퓨터 속에 가상 종양을 만들고 항암치료 결과를 미리 살펴보는 인공지능(AI)이 실제 임상 반응을 74%의 정확도로 예측했다. 판단 근거가 보이지 않는 일반적인 ‘블랙박스 AI’와 달리, 어떤 분자 경로가 치료 추천에 관여했는지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특징이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과 케임브리지대학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별 ‘종양 디지털 트윈’을 구축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사물이나 현상을 컴퓨터 안에 쌍둥이처럼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번에는 환자의 유전정보를 이용해 실제 종양의 특성을 닮은 가상 암세포 모델을 만들었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2가 모두 음성인 유방암이다. 이들 표지를 겨냥하는 호르몬치료와 HER2 표적치료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에게 맞는 치료 전략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연구진은 PARTNER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31명의 유전정보를 사용했다. 각각의 디지털 트윈에서 치료하지 않은 조건과 화학요법을 시행한 조건, 화학요법에 올라파립을 더한 조건을 모사했다. 컴퓨터가 내놓은 결과를 실제 임상 반응과 비교한 결과, 치료가 효과를 낼지를 맞힌 정확도는 74%였다.
올라파립은 손상된 DNA의 복구에 관여하는 PARP 단백질을 억제하는 약이다. 특히 DNA를 정확하게 복구하는 상동재조합 기능이 손상된 BRCA 변이 종양의 약점을 이용한다. PARTNER는 올라파립을 카보플라틴·파클리탁셀 선행항암요법에 추가한 무작위 2·3상 시험이다. 선행항암요법은 수술에 앞서 종양의 크기와 범위를 줄이기 위해 시행하는 치료를 뜻한다.
연구진은 기존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은 환자 13명도 분석했다. 이 가운데 12명의 디지털 트윈에서 추가로 검토할 표적치료 후보가 최소 1개씩 제시됐다. 10명에게서는 추가 치료를 적용했을 때 유방과 림프절에 침윤암이 남지 않는 ‘병리학적 완전반응’ 가능성이 예측됐다. 병리학적 완전반응은 수술로 얻은 조직을 검사했을 때 침윤성 암이 발견되지 않는 상태다.
이번 모델의 핵심은 단순히 많은 사례에서 통계적 상관관계를 찾아 답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는 데 있다. 연구진은 이미 알려진 유전자와 단백질의 신호망을 논리 규칙으로 표현하는 ‘상징형 AI’를 사용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모델이 특정 치료를 제안할 때 어떤 유전자와 분자 경로가 판단에 영향을 줬는지 확인할 수 있다.
PARTNER의 기존 결과에서는 생식세포 BRCA 변이가 없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559명에게 올라파립을 추가해도 병리학적 완전반응률이나 36개월 생존이 개선되지 않았다. 반면 BRCA 변이군에서는 간격을 두고 올라파립을 병용한 39명과 대조군 45명의 36개월 전체생존율이 각각 100%와 88%, 사건 없는 생존율은 96%와 80%였다. 연구진은 이 분석의 표본이 작아 후속 검증이 필요하다고 봤다.
연구 결과는 ‘삼중음성유방암의 치료 전략을 밝히는 종양 디지털 트윈’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환자마다 다른 분자 특성을 가상 종양에 반영하고, 예측 결과에 이르는 논리까지 살펴보는 접근이 치료 전략을 탐색하는 새로운 연구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자료: University College London, University of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Hospitals NHS Foundation Trust, Cancer Research UK, Cell Pr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