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1213만 유로 유럽 소프트로봇 연구 합류…감각 갖춘 로봇 손 개발

딱딱한 기계손이 잡기 어려웠던 물건을 부드럽게 쥐고, 미끄러지는 순간 스스로 힘을 조절하는 로봇 기술 개발에 한국 연구진이 참여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인터랙션연구센터 송가혜·류강현 박사 연구팀은 유럽연합(EU)의 연구혁신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이 지원하는 첨단 로봇 국제공동연구에 합류했다.
사업의 정식 명칭은 ‘CloSer(Closed-loop Controlled Soft Robots for Precise, Reliable, and Versatile Manipulation)’다. 정밀하고 신뢰성 높으며 여러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폐루프 제어 소프트로봇을 개발한다는 의미다. 유럽 9개국 15개 기관이 참여하는 가운데 KIST는 로봇의 손과 눈에 해당하는 핵심기술 개발을 맡는다. 국내에서 축적한 소프트 로보틱스와 인공지능 기술을 국제 공동연구와 현장 실증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CORDIS에 등록된 CloSer의 협약번호는 101297189, DOI는 10.3030/101297189다. 사업기간은 2026년 9월 1일부터 2030년 2월 28일까지 42개월이다. 총사업비는 1213만3681.25유로이며, 이 가운데 EU 지원액은 999만9805.26유로다. KIST에 배정된 총비용과 EU 순지원액은 각각 85만3886.25유로로 기재됐다.
접촉을 감지하고 힘을 다시 조절하는 로봇 손
소프트 그리퍼는 유연한 소재가 물체 형상에 맞춰 변형되는 로봇 손이다. 단단한 집게처럼 정해진 형태로 물체를 누르는 대신, 손가락이 표면을 따라 휘어지며 접촉 면적을 넓힌다. 이 때문에 물체가 깨지거나 손상될 위험을 낮출 수 있고, 넓은 접촉면에서 생기는 마찰을 활용해 파지력을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 형태와 단단함이 서로 다른 물체를 다뤄야 하는 작업에서 소프트로봇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하지만 부드럽게 변형된다는 장점은 제어 측면에서는 어려움이 된다. 기존 상용 소프트 엔드이펙터 다수는 무엇이 손에 닿았는지 알려주는 촉각 정보나 손가락이 얼마나 휘었는지를 보여주는 변형률 정보를 직접 받지 못한다. 미리 정한 동작을 반복하는 개방루프 방식이나 외부 영상에 주로 의존하면, 물체와의 접촉 상태가 바뀌거나 잡은 물체가 미끄러질 때 그 변화를 즉시 힘 조절로 연결하기 어렵다. 겉으로는 물체를 잡은 것처럼 보여도 실제 접촉력과 변형 상태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CloSer는 센싱·모델링·제어 기술을 하나의 순환 구조로 통합해 이 한계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센서가 접촉과 미끄러짐, 소재의 변형을 감지하면 모델이 유연한 로봇 손의 상태와 움직임을 해석한다. 제어 기술은 그 결과를 다시 로봇 손에 전달해 쥐는 힘과 동작을 조절한다. 동작을 한 번 지시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행 결과를 계속 확인하면서 다음 동작을 수정하는 방식이 폐루프 제어다. 이를 구현하면 물체나 작업 환경이 달라져도 로봇이 현재 상태에 맞춰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연구실 기술을 다양한 현장 실증으로 연결
프로젝트는 호라이즌 유럽 ‘디지털·산업·우주’ 부문의 ‘첨단 물리 역량을 위한 소프트 로보틱스’ 주제에 속하는 혁신활동이다. 개별 센서나 그리퍼를 개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실제 작업에 필요한 감지와 판단, 제어를 연결해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무게가 실린다. 실증 분야에는 소매·창고 작업, 재활센터·의료기관, 전력설비, 해양에너지 기반시설이 포함된다. 서로 조건이 다른 현장에서 성능과 신뢰성을 확인하는 과정은 소프트로봇이 제한된 연구 환경을 넘어 다양한 작업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단계가 된다.
한국 기관이 이런 대형 공동연구에 참여할 제도적 기반도 넓어졌다. 한국은 2025년 7월 17일 호라이즌 유럽 제2축 준회원국이 됐다. 이에 따라 한국 기관은 EU 회원국 기관과 거의 같은 조건으로 제2축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프로그램의 직접 지원을 받을 수 있다. KIST의 참여는 이 기반을 활용해 국내 로봇 기술을 유럽의 연구기관·기업과 연결하고, 여러 현장의 공동 실증 과정에서 기술의 적용 범위를 확인하는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
자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CORDIS,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연구혁신총국, Tangi0 Ltd(TG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