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바닷물 담수화하며 소금은 고체로, 리튬은 덤으로 — 로체스터대 '검은 금속판'의 이중 회수술

바닷물을 마실 물로 바꾸는 태양열 장치들은 대개 오래가지 못했다. 며칠만 지나면 주전자 바닥에 물때가 앉듯 마그네슘·칼슘 성분이 표면에 눌어붙어 작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광학연구소(Institute of Optics) 연구팀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뒤집는 장치를 내놓았다. 검은 금속판이 바닷물을 빨아들여 민물을 걸러내는 동안, 남는 소금기는 액체 폐수(브라인)로 버려지는 대신 판 가장자리에 고체로 거의 전량 쌓인다. 같은 원리를 응용한 별도 장치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까지 절반가량 건져 올렸다.
왜 지금까지 막혔나
유엔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안전한 식수를 구하지 못하는 인구는 약 22억 명에 이른다. 바닷물을 걸러 쓰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역삼투압(고압으로 물을 반투과막에 밀어붙여 소금을 걸러내는 방식) 담수화는 투입한 해수의 약 42%만 민물로 바꾸고, 다단플래시(바닷물을 여러 단계로 끓여 증기만 모으는 방식) 방식은 약 22%에 그친다. 다시 말해 투입 해수의 58~78%는 소금기가 더 진해진 고농도 브라인으로 바다에 버려진다. 이 브라인 처리 자체가 환경 부담이자 비용이다. 태양빛만으로 물을 증발시켜 걸러내는 태양열 담수화는 에너지 비용이 없어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실제 바닷물로 돌리면 마그네슘·칼슘 결정이 장치 표면에 들러붙어 며칠 안에 기능을 잃는 고질적 한계가 있었다.
커피 자국처럼 소금을 밀어내는 검은 금속
로체스터대 연구팀이 만든 것은 '초흡습성 검은 금속(superwicking black metal, SWBM)' 패널이다.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단위의 극히 짧은 시간) 레이저로 금속 표면 일부를 미세하게 식각해, 그 부분만 물을 빨아들이는 '활성 영역'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손대지 않은 '비활성 영역'으로 남겼다. 활성 영역이 바닷물을 얇은 막처럼 끌어올리면 태양광이 이 막을 증류해 수증기로 날려 보내고 민물만 남긴다. 이때 물에 녹아 있던 소금과 미네랄은 활성 영역에 쌓이지 않고 비활성 영역 쪽으로 저절로 밀려나 고체 형태로 눌어붙는다. 커피 한 방울이 마르면서 가장자리에 진한 얼룩 테두리를 남기는 '커피링 효과'와 같은 원리다. 이 덕분에 소금 찌꺼기가 물이 빨려 올라오는 통로를 막지 못하고, 장치는 스스로 세정하며 계속 작동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같은 발상을 확장해, 레이저로 판 미세한 홈에 수소티탄산염(HTO) 나노입자를 심어 리튬 이온만 골라 붙잡는 별도 장치도 만들었다. 이름은 'STEEL'로, 담수화 장치와는 다른 논문으로 따로 발표된 별개의 장치다.
7일 실해수 실험과 리튬 회수
담수화 장치는 실험실이 아니라 실제 바다에서 검증됐다. 미국 파이어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아굴라스곶, 로스앤젤레스 인근 등 대서양·인도양·태평양의 진짜 해수를 떠다 7일 동안 쉬지 않고 실외에서 가동했다. 그 결과 태양광을 수증기로 바꾸는 에너지 전환 효율은 약 74%에 달했고, 낮 동안 시간당 제곱미터당 1.76킬로그램(±0.04)의 물을 증발시켰다. 밤에도 열기가 남아 시간당 제곱미터당 0.70킬로그램(±0.01)의 증발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걸러진 소금은 낮 시간당 제곱미터당 61.74그램(±2.46), 밤 시간당 24.66그램(±0.49)씩 고체로 수확됐다. 논문은 이렇게 회수된 염분 비율을 "거의 100%"라고 표현했다. 완전한 100%로 단정할 수 있는 정밀 수치는 아니지만, 액체 브라인으로 흘려보내던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거의 전량을 고체로 붙잡아낸 셈이다. 리튬 추출용 STEEL 장치는 미국 유타주 그레이트솔트레이크의 물로 별도 실험됐다. 이 장치는 1-sun(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표준 태양광 세기 한 단위) 조건에서 시간당 제곱미터당 1.04킬로그램(±0.01)의 물을 증발시키면서 리튬을 약 50% 회수했다. 연구진 발표를 인용한 2차 보도에 따르면 원수에서 0.09%에 불과하던 리튬 비중이 회수된 용출액에서는 70.12%까지 농축됐다고 하는데, 이는 논문 원문에서 직접 대조되지 않은 수치이므로 출처를 밝혀 신중히 다뤄야 한다. 무엇보다 이 농축물은 곧바로 배터리에 쓸 수 있는 고순도 리튬이 아니라, 추가 정제를 거쳐야 하는 중간 원료 단계다. 참고로 담수화 장치(SWBM)와 리튬 장치(STEEL)는 서로 다른 논문에 실린 별개의 장치이며, 두 수치를 하나의 장치 성능인 것처럼 섞어서는 안 된다.
아직 손바닥만 한 시제품
연구진 스스로 이 장치를 "개념 증명(proof-of-concept) 단계의 소형 장치"라고 규정했다. 실제 검증된 실험 규모는 약 9제곱센티미터급으로, 명함 한 장보다 작다. 바닷물을 통째로 처리하는 설비가 아니라 원리가 실제로 통하는지 확인한 시제품인 셈이다. 논문은 또 수확된 소금이 "추가 분리·정제 없이는 활용도가 제한적"이라고 밝혀, 지금 나오는 고체 염분과 리튬 농축물 모두 완제품이 아닌 중간 산물임을 인정했다. 도시 상수도 규모로 키우는 일은 "기초 물리학을 훨씬 뛰어넘는 공학적 난제"를 수반하며, 역삼투압 담수화와 경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도 "정말로 미지수"라고 언급됐다. 비용, 내구성, 유지보수, 대량생산 경로에 대한 정보는 아직 어디에도 없다. 담수화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인 Chunlei Guo 교수는 이 논문이 실린 학술지의 편집인이라는 사실이 논문 자체에 공시돼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독립 전문가의 비판이나 재현 실패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는 없다고 확정된 것이 아니라 아직 찾아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
물 부족과 리튬 수요 사이에서
이 연구가 국내 학계나 언론에서 직접 다뤄진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한국에서도 바닷물이나 염호에서 리튬을 뽑는 별개의 시도들이 진행 중이다. 포스코홀딩스는 2009~2012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해수 리튬 직접추출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2026년 6월에는 호주 앤슨리소시즈와 손잡고 미국 유타주 그린리버에 염호 리튬직접추출(DLE) 데모플랜트를 건설하는 협력계약을 맺었다. 포스텍 연구팀도 2026년 5월 태양빛으로 고농도 염수에서 리튬만 골라내는 나노여과막 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로체스터대 연구와는 무관한 별개의 트랙으로, 서로 비교 검증된 관계는 아니다. 전 세계 약 22억 명이 안전한 식수를 구하지 못하고, 전기차 확산으로 리튬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물을 걸러내는 김에 소금은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리튬은 덤으로 얻는다는 발상 자체는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지금은 손바닥만 한 시제품이 실외에서 일주일을 버텼다는 단계이며, 실제로 이 숫자들이 세계 물 부족 문제에 영향을 미치려면 아직 넘어야 할 공학적·경제적 단계가 많이 남아 있다.
자료: University of Rochester(로체스터대), Light: Science & Applications,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 Worldwide Universities Network, 포스코홀딩스, 포스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