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NASA 퍼서비어런스, 화성 예제로 크레이터 고대 강 유역 진흙암 '자연 표면'에서 복합 유기탄소 검출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01 07:00
암석을 갈지 않은 먼지 제거 표면에서만 나온 이례적 신호…생명 증거 아닌 '재료' 가능성
기사 대표 이미지
(사진 출처=NASA/JPL-Caltech/MSSS, NASA — public domain)

화성 탐사로버가 암석을 깎아내지 않고 표면의 먼지만 털어낸 자리에서, 종이 한 장 두께보다도 얕은 깊이에 복잡한 탄소 화합물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생명체가 남긴 흔적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생명을 이루는 '재료'가 화성 표면 가까이에 널리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관측이다.

고대 강바닥에서 만난 탄소 신호

NASA의 퍼서비어런스 로버는 화성 예제로 크레이터 서쪽 가장자리, 옛날 강이 흘렀던 지형인 네레트바 밸리스의 '브라이트 엔젤' 이암(泥岩, 진흙이 굳어 만들어진 퇴적암) 지층을 조사했다. 로버에 실린 SHERLOC(자외선 라만·형광 분광기)이라는 장비는 자외선 레이저를 암석 표면에 쏘아 두 가지 신호를 분석한다. 하나는 빛이 분자에 부딪혀 산란되면서 파장이 미세하게 바뀌는 라만 산란으로, 이번 연구에서 탄소 화합물의 흔적인 'G-band' 신호를 잡아낸 것이 바로 이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유기물이 자외선을 흡수했다가 형광처럼 되쏘는 신호로, 범죄 현장에서 혈흔을 찾을 때 쓰는 블랙라이트와 비슷한 원리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연구진은 화성 임무일(sol, 지구의 하루보다 약 40분 긴 화성의 하루) 1180~1218일에 걸쳐 스펙트럼 맵 18개, 총 1800개의 스펙트럼을 수집했다. 맵 하나는 가로세로 100마이크로미터 간격으로 점 100개를 찍어 각 점에 레이저를 900회씩 쏘는 방식으로, 약 1㎜×1㎜ 면적을 훑었다. 이 가운데 네 지점 표면을 조사했는데, 세 곳(아폴로 템플, 스팀보트 마운틴, 왈할라 글레이즈)은 표면을 6.8~7.8㎜ 깊이로 갈아낸 뒤 조사했고, 나머지 한 곳인 '체야바 폴스'는 갈아내지 않고 먼지만 제거한 자연 상태 그대로였다. 연구진은 이 체야바 폴스 지점이 "화성의 자연 암석 표면에서 거대분자탄소가 검출된 유일한 사례"라고 밝혔다.

'거대분자탄소'란 무엇이고, 왜 이례적인가

연구진이 찾아낸 것은 거대분자탄소(macromolecular carbon, MMC)라 불리는 물질이다. 탄소 원자들이 사슬이나 고리 모양으로 복잡하게 얽혀 큰 분자를 이룬 형태를 통칭하는 말로, 여러 유기물이 뒤섞인 상태를 가리킨다고 이해하면 된다. 연구진은 이 물질을 '케로젠'이나 '역청' 같은 생명을 연상시키는 이름 대신 중립적인 용어인 MMC로 의도적으로 불렀다.

라만 분광에서 탄소 화합물은 특유의 신호인 'G-band(탄소 원자 간 결합 진동이 만드는 피크)'로 나타난다. 브라이트 엔젤 지층에서는 수백 건의 G-band 신호가 잡혔는데, 같은 예제로 크레이터 안의 다른 지점과 비교하면 그 밀도가 두드러진다. 크레이터 바닥의 몬트페자 지점에서는 점 100개 중 단 1곳에서만 신호가 나왔고, 삼각주 앞쪽의 셰넌도어 지층 인접 지점들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이번 발견이 예외적으로 탄소가 밀집된 지점이라는 뜻이다.

이 발견은 또 다른 이유로 주목받는다. 8년 전 큐리오시티 로버가 게일 크레이터에서 유기물을 찾아낸 지점과 이번 예제로 크레이터는 화성에서 3500㎞ 이상 떨어져 있다. 지구로 치면 서울에서 자카르타까지의 거리와 맞먹는다. 멀리 떨어진 두 곳에서 비슷한 유기물 신호가 나왔다는 것은, 유기물이 화성의 특정 한 지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훨씬 넓게 분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생명의 증거는 아니다 — 연구진이 그은 선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 유기물이 생물이 만든 것인지, 운석 유입이나 뜨거운 물에 의한 열수 화학반응,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환원 같은 비생물적 과정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현재로선 판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이번에 관측된 G-band 신호는 화성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인 ALH 84001에서 확인된 비생물 기원 탄산염의 신호와 가장 가깝게 일치했다. 탄소의 정체를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뜻이다.

관측에는 한계도 뚜렷하다. 레이저가 실제로 검사한 부피를 정확히 알기 어렵고, 암석에 섞인 철 성분이 빛을 흡수해 신호를 왜곡하는 효과도 있어 유기물의 양을 정밀하게 잴 수 없었다. 탄소 결함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인 'D-band'는 이번 조사에서 관측되지 않았는데, 연구진도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또 이번 조사는 1㎜×1㎜ 남짓의 좁은 면적을 훑은 결과이므로, 지층 전체에 대한 결론으로 확대 해석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연구진 스스로 덧붙였다.

참고로 같은 체야바 폴스 암석에서는 2025년 9월 검은 테두리에 옅은 속을 가진 반점들이 흩어져 있어 '표범 반점'이라는 별명이 붙은 무늬가 잠재적 생물서명으로 주목받아 별도 논문으로 발표된 적이 있다. 이는 이번 2026년 6월 논문과는 저자진과 분석 기법이 다른 별개의 연구다. 또한 2024년에는 SHERLOC의 형광 신호가 유기물이 아니라 인산염 광물 속 세륨 이온 때문일 수 있다는 반박 논문도 나왔는데, 이번 연구는 형광이 아닌 라만 G-band를 근거로 삼아 이 논쟁과는 구분된다고 스스로 밝혔다.

확증하려면 화성까지 가야 한다

이번 관측을 생명의 증거로 확증하려면 시료를 지구로 가져와 동위원소 조성이나 분자의 좌우 대칭성(카이랄성) 같은 정밀 분석을 거쳐야 한다. 퍼서비어런스는 이미 33개 이상의 시료를 채취해 화성 현지에 보관해 두었지만, 이를 지구로 실어올 화성 시료 반환(Mars Sample Return) 임무는 2026년 1월 이후 예산이 삭감되며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

비유하자면 탐정이 현장에서 결정적인 증거물을 포장까지 마쳐 놓았는데, 그것을 감정실로 옮길 운반 수단이 끊긴 상황과 비슷하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은 "화성에 생명체가 있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생명을 이루는 재료가 화성 표면 가까이 넓게 있었을 가능성"이라는 점을, 연구진은 거듭 강조했다.

자료: NASA,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 행성과학연구소(Planetary Science Institute),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미국과학진흥협회 AAAS 발행)

저작권자 © 한국R&D신문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화학·물리·의학·생명 — 신소재·촉매·양자·물성, 의학·제약·바이오
댓글 0 최신순 추천순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0 / 400 · 회원 로그인 시 닉네임으로 작성 · 비회원 수정은 작성 후 1분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