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손끝으로 '보는' 두꺼비…캄캄한 흙탕물 속 128개의 별모양 감각기관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01 07:21
UCLA 연구팀, 수리남두꺼비 손가락 끝 '체성감각 중심와' 첫 확인…포유류 아닌 동물에서도 같은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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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Julia Sumangil / Wikimedia Commons (Steinhart Aqua, CC BY-SA 4.0)

남아메리카 아마존과 오리노코강 유역의 따뜻하고 탁한 물속에 사는 개구리 한 마리가 있다. 눈은 거의 보이지 않고, 혀도 없다. 그런데도 이 개구리는 캄캄한 흙탕물 속을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를 정확히 낚아챈다. 대체 무엇으로 먹이의 위치를 알아내는 걸까.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연구팀이 내놓은 답은 뜻밖에도 '손가락 끝'이다. 완전히 물속에서만 사는 개구리인 수리남두꺼비(학명 Pipa pipa)가 손가락 끝에 있는 미세한 별 모양 구조만으로 어둠 속 먹이의 움직임을 감지해 사냥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처음 확인됐다. 눈을 감고도 손끝에 스치는 바람 한 줄기로 누가 다가오는지 아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손가락 끝에 숨은 128개의 별

수리남두꺼비는 아마존·오리노코강 유역의 정체된 흐린 물에서 평생을 보내는 완전 수생 개구리다. 이 개구리의 손가락 끝이 별 모양으로 갈라져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분류학 기재에서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그 별 모양이 실제로 무슨 역할을 하는지는 이번에 처음 실험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이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손가락 표면을 들여다본 결과, 손가락 끝 하나하나가 먼저 4개의 갈래(1차 엽)로 나뉘고, 그 갈래 하나하나가 다시 4개씩 더 잘게 갈라지는 '4중분화(quadrification)'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에 16개의 소엽이 생기는 셈이고, 손가락이 8개인 개체 전체로 보면 총 128개의 별모양 미세 소엽이 만들어진다. 손가락 끝마다 미니어처 불가사리 여러 개를 나란히 붙여놓은 모습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다. 이 소엽 표피에는 돔 모양의 작은 돌기(유두)가 인접한 손가락 몸통 피부보다 약 4배 더 촘촘하게 돋아 있었다. 연구팀은 보정된 가는 필라멘트로 부위별 촉각 민감도를 측정했는데, 손가락 끝은 손바닥 쪽 기저부보다 약 70배 더 예민했다. 사람으로 치면 손끝으로는 머리카락 한 올의 움직임도 느끼지만 손바닥으로는 꽤 눌러야 겨우 느끼는 차이와 비슷하다. 여기에 더해 팔의 신경(완신경)과 뇌 중뇌 부위(시개)의 전기 신호를 기록하고, 조명이 있을 때와 완전 암흑일 때, 그리고 물의 흐름을 감지하는 측선 기관을 화학적으로 차단했을 때 개구리가 어떻게 사냥하는지 고속영상으로 비교하는 방식으로 실험이 이뤄졌다.

닿기도 전에 안다 — 물의 떨림을 읽는 손끝

가장 눈에 띄는 발견은 개구리가 먹이 물고기와 실제로 닿기 전부터 이미 사냥 동작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고속영상 분석 결과 개구리는 물고기가 손가락에 닿기도 전, 새끼손톱 폭 정도 되는 약 5mm(0.5cm 안팎) 거리에서부터 입으로 물을 빨아들이는 흡입 섭식 동작을 시작했다. 접촉이 아니라 물속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흐름 변화, 즉 유체역학적 교란을 먼저 감지해 사냥을 개시한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물고기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별도 기관인 측선계를 화학적으로 차단한 다음에도 개구리가 대부분의 사냥 시도에서 여전히 먹이를 포획했다는 점이다. 이는 손끝의 별모양 소엽이 측선과는 구분되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감지 경로로 작동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2017년 발표된 선행연구는 수리남두꺼비가 먹이를 포획하는 운동역학을 분석한 바 있지만, 당시에는 두꺼비가 정확히 '무엇으로' 먹이를 감지하는지는 추정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연구는 그 공백을 손끝 촉각기관이라는 구체적 답으로 메운 셈이다.

몸 표면 8%가 뇌 지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까닭

이 별모양 소엽은 팔 피부 전체 표면적 가운데 8%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팔에서 뻗어 나가는 촉각 신경의 약 60%가 이 소엽에서 시작되며, 뇌의 감각 지도에서도 이 소엽이 차지하는 영역이 약 3분의 1(33~34%)에 이른다. 몸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작은데 신경과 뇌 지도에서는 불균형하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런 구조를 연구팀은 '체성감각 중심와(somatosensory fovea)'라고 이름 붙였다. 이는 사람 뇌를 그림으로 표현할 때 입술과 손끝이 실제 신체 비율보다 훨씬 크게 그려지는 이른바 호문쿨루스 그림과 같은 원리다. 이런 개념은 1990년대 밴더빌트대의 케네스 카타니아가 포유류인 별코두더지 연구를 통해 처음 확립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수리남두꺼비 연구가 포유류가 아닌 동물, 즉 양서류에서 이런 촉각 중심와 구조가 확인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서로 다른 진화 경로를 걸어온 포유류와 양서류가 촉각 기관을 뇌에 매핑하는 방식에서는 같은 해법에 도달한 셈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들

연구팀 스스로도 몇 가지 지점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두꺼비가 미각으로도 먹이를 감지하는지는 이번 연구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내이가 가까운 거리의 물고기를 감지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도 있지만, 연구팀은 주된 경로는 아닐 것으로 추정할 뿐 실험적으로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했다. 측선계를 차단해도 사냥이 대부분 유지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측선의 공간 해상도 자체가 체계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만큼 측선의 기여도를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물이 맑은 환경에 사는 아프리카·아시아 근연종 개구리들은 손가락 끝이 갈라지지 않은 민무늬 구조인데, 이번 연구는 이들과의 직접 비교까지는 다루지 않아 '왜 이 종에서만 이런 구조가 이렇게까지 발달했는가'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실험에는 성체와 유체를 합쳐 약 19마리가 동원된 것으로 파악된다.

연구팀은 포유류인 별코두더지와 양서류인 수리남두꺼비가 약 3억5천만년 전 진화적으로 완전히 갈라진 이후 각자의 길을 걸어왔는데도, 촉각 기관을 뇌에 매핑하는 방식에서는 독립적으로 같은 답에 도달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서로 다른 생명체가 전혀 다른 몸을 가지고도 같은 감각 설계 원리에 이르렀다는 이번 발견은, 진화가 특정 문제를 풀 때 얼마나 비슷한 해법을 반복해서 찾아내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자료: UCLA(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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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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