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과학의 승부처는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인공지능이 과학자의 자리를 빼앗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다소 빗나가 보인다. 필자가 이번 사례에서 주목한 것은 클로드가 석 달 동안 36편의 논문 원고를 지원했다는 생산량이 아니다. 매슈 슈워츠 하버드대 교수와 19명의 공동 연구자가 18개 분야의 과제를 다루면서, 거대한 난제를 통째로 넘기지 않고 AI가 계산하고 검증할 수 있는 문제를 골랐다는 점이다. AI 과학의 진짜 병목은 답을 생성하는 능력보다 ‘무엇을 물을지’를 설계하는 인간의 판단이라는 뜻이다.
원고 생산과 과학적 발견은 다르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문헌의 패턴을 압축하고, 코드를 작성하며, 수식 전개나 가설 후보 탐색을 빠르게 반복하는 데 강하다. 특히 문제를 작은 단위로 쪼개고 정답이나 오류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때 효율이 높다. 반면 그럴듯한 설명을 실제 증거처럼 제시하거나, 잘못 세운 전제를 끝까지 일관되게 밀고 갈 위험도 있다. 여기서 ‘검증 가능성’은 다른 계산이나 실험으로 결과가 맞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36편이라는 숫자를 곧바로 36개의 과학적 성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논문 원고는 동료평가, 재현, 데이터 점검을 거쳐야 비로소 지식으로 자리 잡는다. 오히려 원고 작성 속도가 빨라질수록 검토 부담과 부실 연구의 유통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AI가 만든 결과를 사람이 승인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단계에 AI를 썼고, 무엇을 사람이 검증했으며, 오류가 발견되면 누가 수정할지까지 기록해야 한다.
연구 역량의 정의를 바꿔야 한다
우리 대학과 연구기관은 프롬프트 사용법보다 문제 분해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큰 질문을 계산 가능한 작은 질문으로 바꾸고, 각 단계에 반증 조건과 중단 기준을 붙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연구비 평가 역시 논문 수 증가만 좇으면 AI가 만든 생산성 착시를 보상하게 된다. 문제의 독창성, 검증 설계, 데이터와 코드의 재현성을 더 무겁게 봐야 한다.
이번 시도는 AI가 과학을 대신한다는 선언이 아니라 과학자의 역할이 선명해지는 신호다. 계산과 초안의 비용이 낮아질수록 좋은 질문을 고르고 틀린 답을 버리는 능력은 더 비싸진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AI 과학자’라는 화려한 간판이 아니라, AI의 속도를 과학의 신뢰로 바꾸는 연구 문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