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짜리 아스가르드 고세균, 몸길이 최대 15배의 ‘촉수’를 뻗어 기어갔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07 19:14 · 수정 2026.10.07 19:33
살아 있는 세포에서 포착한 액틴 기반 운동…20억 년 전 복잡한 세포 탄생을 시험할 새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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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oyuki Imachi·Masaru K. Nobu et al.

자료사진은 2020년 연구의 Promethearchaeum syntrophicum MK-D1 전자현미경 사진이며, 이번 연구에서 관찰한 두 종과는 다르다.

키 1.7m인 사람에게 약 24m짜리 팔이 달려 있고, 그 팔을 앞쪽 바닥에 건 뒤 줄여 몸을 끌어당긴다고 상상해 보자. 실제로 지름이 평균 1.06㎛(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에 불과한 아스가르드 고세균에서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세포가 뻗은 세포막 돌기는 평균 3.5㎛, 최대 15㎛였다. 최대치를 몸체 평균 지름과 비교하면 약 14∼15배다. 다만 15㎛는 가장 긴 사례이지 보통 길이가 아니다.

빈대학교 크리스타 슐레퍼 연구진을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산소가 없는 밀폐 환경에서 살아 있는 아스가르드 고세균 두 종을 촬영했다. 세포들은 가느다란 돌기를 만들고 거두며 유리 표면을 이동했다. 고정되거나 얼어붙은 세포의 형태가 아니라, 살아 있는 미생물이 분 단위로 몸을 바꾸는 과정이 영상에 담겼다. 연구 결과는 2026년 9월 30일 온라인 출판됐다.

앞에 ‘밧줄’을 걸고 몸체를 끌어당겼다

연구 대상은 로키고세균 계통의 ‘칸디다투스 로키아르카이움 오시페룸’과 호드고세균 계통의 ‘칸디다투스 마르굴리스아르카이움 펩티도필룸’ HC1이었다. 두 종은 세균 편모나 고세균의 아르카엘룸을 회전시켜 헤엄친 것이 아니었다. 세포막으로 둘러싸인 가는 관 모양의 돌기를 표면에 붙이고 몸을 움직였다.

움직임은 크게 두 방식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돌기 끝을 진행 방향의 유리에 먼저 고정한 다음 돌기를 줄여 몸체를 당기는 방식이었다. 갈고리가 달린 밧줄을 앞에 걸고 몸을 끌어오는 모습에 가깝다. 다른 하나는 앞쪽으로 놓인 돌기를 따라 몸체가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활주였다. 돌기는 고정된 털이 아니었다. 새로 자라고, 짧아지고, 휘거나 옆으로 갈라지며 계속 형태를 바꾸는 세포 본체의 연장부였다.

유리에 붙은 ‘L. ossiferum’ 세포에는 돌기가 평균 5개, 적게는 1개에서 많게는 10개까지 있었다. 돌기의 굵기는 광학영상에서 0.2∼0.3㎛로 가정됐고, 앞선 극저온 전자현미경 연구에서는 평균 83㎚(나노미터·10억분의 1m)로 측정됐다. 측정법과 연구가 달라 나온 값이다. 돌기는 분당 1.5±0.6㎛씩 자랐고, 느리게 줄 때는 분당 2.0±0.7㎛, 빠르게 줄 때는 11.4±6.1㎛의 속도를 보였다.

이 미생물은 한 번 분열하는 데 약 7∼14일이 걸린다. 몸의 수를 두 배로 늘리는 데 일주일 이상이 필요하지만, 돌기의 길이와 배치는 불과 몇 분 사이에 달라진 셈이다. 유리 표면에 부착해 분석한 세포 가운데 이동한 비율은 51.4±22.5%였고, 이동 속도는 분당 1.6±0.9㎛였다. 그러나 이는 전체 배양 세포의 절반이 움직였다는 뜻이 아니다. 상등액에 남은 세포를 빼고 유리에 붙은 세포만 분석한 결과다.

추적한 9개 배양물의 이동 세포 117개 가운데 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 세포는 6개, 약 5.1%뿐이었다. 대부분은 방향을 자주 바꿨다. 먹이나 공생 상대를 목표로 삼아 이동했다고 해석할 근거는 아직 없다. 다른 종인 ‘M. peptidophilum’ HC1은 돌기를 분당 4.8±1.4㎛씩 자라게 했고, 이동 속도는 분당 3.4±1.2㎛였다.

세포 안의 ‘뼈대’ 로키액틴이 움직임을 떠받쳤다

‘L. ossiferum’의 돌기 안에는 로키액틴(Lokiactin·세포 안에서 뼈대와 운동장치 역할을 하는 액틴 계열 단백질) 기반의 세포골격이 들어 있다. 사람을 비롯한 진핵생물의 세포에서도 액틴은 형태를 바꾸고 힘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다. 면역세포가 표면을 기어갈 때도 액틴 세포골격을 재배열한다. 이번 고세균의 움직임이 외형적으로 닮았다는 뜻이며, 양쪽이 동일한 제어장치를 갖췄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이 여러 액틴 저해제를 처리하자 돌기의 생성과 성장, 형태 변화, 세포 이동이 억제됐다. 스윈홀라이드 A의 경우 50ng/mL를 넘었을 때 돌기 통제 상실과 운동 억제가 뚜렷해졌다. 영상과 염색, 단백질 분석과 여러 저해제 실험은 로키액틴 세포골격이 운동에 중심적으로 관여한다는 해석을 지지했다.

다만 액틴이 힘을 만들어 내는 직접적인 분자 과정까지 확정한 것은 아니다. 로키액틴 유전자를 제거한 뒤 운동이 사라지는지, 다시 복구하면 돌아오는지를 확인하는 유전학적 실험은 하지 못했다. 사용한 약물도 주로 진핵생물 액틴을 겨냥해 개발된 것이어서 다른 표적이나 전반적인 독성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액틴 필라멘트가 조립되고 풀리는 과정이 추진력을 냈을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힘 자체는 직접 측정하지 않았다.

산소를 피하고 공생해야 하는 세포를 살아서 보다

이 장면을 이제야 볼 수 있었던 까닭은 배양과 촬영이 모두 까다롭기 때문이다. 아스가르드 고세균은 산소를 피해야 하고 다른 미생물과의 공생에 의존하며 매우 느리게 증식한다. ‘L. ossiferum’은 순수배양이 아니라 전체 세포의 20∼60%를 차지하는 농축배양 상태였다. ‘M. peptidophilum’ HC1도 메탄생성 고세균인 ‘Methanocalculus sp.’ MC2와 70대30 비율의 공배양으로 유지됐다.

기존 전자현미경은 정교한 구조를 보여주지만 고정하거나 동결한 순간을 관찰한다. 연구팀은 질소와 이산화탄소 분위기의 밀폐 유동 챔버를 만들어 산소를 차단했다. 짧은 관찰에는 위상차 현미경, 장시간 관찰에는 미분간섭 현미경을 사용했다. 이동 경로는 TrackMate로 추적하고 세포 몸체와 돌기 끝은 ilastik으로 구분했다. 살아 있는 세포가 돌기를 어느 방향으로 뻗고 얼마나 빨리 줄이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측정한 것이다.

관찰 조건 자체가 행동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남는다. 실제 서식지인 해양 퇴적물 입자 사이가 아니라 인공적인 유리 표면에서 본 운동이다. 유리를 폴리-L-라이신으로 코팅해 더 잘 달라붙게 하자 오히려 돌기 운동과 이동 속도가 감소했다. 염색한 세포에서도 돌기 성장 속도가 분당 0.72±0.49㎛로 느려졌으며, 이 수치는 세포 6개와 돌기 7개라는 작은 표본에서 나왔다.

20억 년 전의 재연이 아니라, 기원을 시험할 실험 재료

아스가르드 고세균이 주목받는 이유는 진핵생물과 가까운 원핵생물 집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진핵세포는 세포 안에 핵과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갖춘 세포다. 아스가르드 고세균은 액틴뿐 아니라 프로필린과 겔솔린 등 진핵세포의 형태 변화와 관련된 단백질 계열을 암호화한다. 이번 연구는 액틴계 세포골격을 이용해 형태를 바꾸고 표면을 이동하는 능력의 일부 구성요소가 진핵세포 출현 이전 계통에 존재했을 가능성을 높였다.

돌기는 외부와 만나는 면적도 크게 넓힐 수 있다. 몸체를 구, 돌기를 일정한 원통으로 놓은 단순 계산에서 평균 5개의 돌기는 굵기 가정에 따라 이용 가능한 표면적을 약 2∼4.1배로 늘렸다. 퇴적물 속 영양분이나 공생 상대를 탐색하는 데 유리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실제 기능을 직접 확인한 결과가 아니라 형태를 바탕으로 한 해석이다.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할 지점도 있다. 연구가 직접 보여준 것은 현생 아스가르드 고세균 두 종의 액틴 관련 표면 이동이다. 이들이 약 20억 년 전 조상처럼 행동한다고 입증한 것이 아니다. 돌기로 세균을 포획하거나 삼키는 모습, 막 융합, 미토콘드리아 획득도 관찰되지 않았다. 현생 종과 고대 공통조상 사이에는 약 20억 년의 진화가 놓여 있어, 이 운동이 조상에게서 이어졌는지 이후 독립적으로 발달했는지도 구분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진핵세포 탄생의 한 모델을 확정한 결론보다, 그 모델들을 실제 생물로 시험할 길을 넓힌 발견에 가깝다. 여러 아스가르드 계통 가운데 두 종에서만 확인됐고 순수배양도 아니어서 공생 미생물의 대사산물이나 신호가 운동에 준 영향도 남아 있다. 진핵생물이 아스가르드 내부의 어느 가지와 가장 가까운지를 둘러싼 계통학적 논쟁 역시 계속되고 있다. 작은 세포의 긴 돌기가 과거를 그대로 보여주는 창은 아니지만, 복잡한 세포가 출현하기 전에 어떤 운동 부품이 마련돼 있었는지를 묻는 새로운 실험 재료가 된 셈이다.

자료: 빈대학교,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원, 헬름홀츠 감염연구센터, 브라운슈바이크공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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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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