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도도 미래 궤적도 모르는 드론, 12차례 무충돌 비행…MIT의 ‘조건부 수학 안전망’

김동현 기자 · 입력 2026.10.07 19:48 · 수정 2026.10.07 19:51
SANDO, 장애물이 도달할 최악의 영역을 시간대별로 계산해 궤적을 강제 제한…실물에서 엄밀한 보장이 성립한 것은 아니며 인지 지연·재계획 실패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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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날아가는 드론 앞에 사람이 갑자기 걸어 들어온다. 드론은 건물 전체 지도를 갖고 있지 않고, 그 사람이 다음 순간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도 모른다. 이런 조건에서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이 개발한 SANDO를 탑재한 드론은 실내 동적 환경 비행 12회를 모두 충돌 없이 마쳤다. 핵심은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데 있지 않았다. 장애물이 갈 수 있는 공간을 넓게 계산하고, 드론의 궤적을 그 바깥에 가두는 방식이었다.

다만 ‘12회 무충돌’과 ‘현실에서 충돌할 수 없음’은 다른 말이다. SANDO의 수학적 안전보장은 장애물 속도와 크기, 위치추정 오차, 드론의 궤적 추종오차 등에 관한 조건이 충족되는 현재 계획구간에 한정된다. 논문도 실제 기체에서는 이론의 전제가 정확히 지켜지지 않아 형식적 보장이 엄밀히 성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제한된 실내 실험에서 얻은 관측이지 충돌확률 0%의 증명이 아니다.

빈 공간도 몇 초 뒤에는 위험해진다

움직이지 않는 장애물만 있다면 한 번 확인한 빈 공간을 계속 활용할 수 있다. 사람이 걷거나 물체가 이동하는 환경은 다르다. 지금 비어 있는 통로로 몇 초 뒤 장애물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은 어디로 갈지를 나타내는 ‘경로’를 넘어, 어느 시간에 어디를 지나고 어떤 속도와 가속도로 움직일지까지 담은 ‘궤적’을 짧은 간격으로 다시 계산해야 한다.

SANDO는 ‘Safe AutoNomous trajectory planning for Dynamic unknOwn environments’의 약자다. 여기서 ‘지도 없이’란 사전 지도가 없다는 뜻이다. 드론은 Livox Mid-360 라이다를 손전등처럼 사용해 주변을 살피고, 비행하면서 국소 지도를 만든다. 라이다 점군에서 움직이는 장애물을 탐지하고 묶어 추적한 뒤 위치와 크기, 속도를 추정한다. 센서도 지도 작성도 없이 날아가는 기술은 아니다.

정확한 미래 이동경로를 예측하는 대신 장애물이 설정된 최고속도로 각 시간까지 도달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을 계산한다. 풍선이 시간에 따라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떠올리면 쉽다. 드론은 그 풍선과 겹치지 않는 터널을 찾아야 한다. 장애물의 약 0.5m/s는 시속 1.8km였고, 동적 실험에서 드론의 최고속도 설정은 실험에 따라 2·3·4m/s였다. 4m/s는 시속 14.4km다.

‘시간표가 붙은 안전 복도’를 만든다

SANDO는 이 계산으로 시공간 안전 비행 회랑(STSFC)을 만든다. 일반적인 안전회랑이 빈 복도를 표시한 평면도라면, STSFC는 ‘1초 뒤에는 이 구간, 2초 뒤에는 저 구간을 지난다’는 시간표까지 붙은 복도다. 앞으로 5초 동안 장애물이 갈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처음부터 한꺼번에 막으면 통로가 지나치게 좁아질 수 있다. SANDO는 각 시간층에 그때까지의 도달범위만 반영한다.

먼 거리를 향한 큰 길은 장애물이 밀집한 영역에 높은 비용을 주는 열지도 기반 A* 계획으로 찾는다. 그 안에서 실제 비행 궤적은 혼합정수 이차계획법(MIQP)으로 계산한다. 여러 선택지 가운데 속도와 가속도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해를 찾는 최적화 기법이다. 충돌 회피를 ‘가급적 지키는 권고’가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 제약으로 두고, 궤적 전체가 안전회랑 안에 머물도록 했다.

몇 개의 표본 시점만 검사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조건이 충족되는 동안 현재 계획구간의 연속시간 궤적 전체가 장애물과 겹치지 않도록 구성한다. 연구진은 계산에 필요한 결정변수를 줄여 특정 조건에서 최적화 시간을 최대 7.4배 단축했고, 비행 중 반복해서 새 궤적을 계산했다.

12회 무사고, 가장 불리한 순간에는 계산 78% 실패

실물 기체는 Holybro PX4 Development Kit X500 쿼드로터였다. 라이다와 Intel NUC 13의 16논리 코어 i7 CPU, 64GB RAM, Pixhawk·PX4 비행제어기, DLIO 자체 위치추정 시스템을 실었다. 인식과 지도 작성, 경로계획, 위치추정, 제어는 모두 기체의 컴퓨터에서 실시간 실행됐다. 외부 추적 장치가 장애물 정보를 계획기에 제공하지는 않았다. 다만 일부 실험에서는 결과 평가용 정답값을 얻기 위해 모션캡처를 사용했다.

동적 환경 실험은 모두 12회였다. 8m×8m 공간에서 장애물 1개를 둔 비행이 4회, 8m×20m 공간에서 장애물 5개를 둔 비행이 8회였다. 후반 5회에는 정적 장애물도 함께 배치했다. 단일 장애물 실험에서는 드론이 8m 구간을 다섯 번 왕복하며 직선·원·8자로 움직이는 플랫폼과 임의로 걷는 사람을 피했다. 논문이 보고한 충돌은 12회 모두 0건이었다. 동적 실험별 평균 재계획 시간은 18.4~23.5밀리초였다.

가장 불리했던 실험 11은 성과와 취약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장애물은 드론과 가장 가까워지기 불과 1.2초 전에 처음 추적됐다. 그 뒤 2.5초 동안 새 궤적을 찾으려는 시도의 78%가 실패했다. 이는 전체 비행의 실패율이 아니라 해당 짧은 구간의 수치이며, 이 실험 전체 재계획 실패율은 21.5%였다. 드론은 직전에 확정한 궤적을 계속 실행해 충돌을 피했다. 다른 실험에서는 연속 재계획 실패가 최대 700밀리초 이어지기도 했다.

시뮬레이션 결과도 입력 조건에 따라 크게 달랐다. 장애물의 정답 정보를 제공한 벤치마크에서는 모든 난이도에서 성공률 100%와 동역학 제약 위반 0%를 기록했다. 그러나 라이다 점군 인식까지 포함한 별도 시뮬레이션의 설정별 성공률은 0~80%였다. 대표 조건에서는 쉬움 80%, 중간 60%, 어려움 40%였고, 더 까다로운 일부 어려움 조건에서는 0%였다. 늦은 장애물 탐지가 충돌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됐다.

안전정리는 강력하지만 전제 밖의 현실은 남는다

수학적 보장이 성립하려면 장애물의 실제 속도가 설정한 상한을 넘지 않고, 크기를 실제보다 작게 잡지 않으며, 위치추정과 궤적 추종오차가 허용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아직 추적하지 못한 장애물이 미관측 공간 안에 있다는 모델도 맞아야 한다. 하지만 하드웨어 설정의 위치추정 오차 여유는 0.3m였고, 단일 장애물 실험에서 평균 추정오차는 0.29~0.43m였다. 전체 동적 실험의 궤적 추종 RMS 오차도 0.21~0.57m였다.

센서가 물체의 보이는 면만 관찰하면 길쭉한 물체의 깊이나 실제 크기를 과소평가할 수도 있다. 장애물의 최악 도달영역을 크게 잡으면 계산은 보수적이 되지만, 장애물이 빽빽한 곳에서는 지나갈 회랑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장애물과 경로 조각, 시간층이 늘어나면 MIQP의 계산량도 커질 수 있다. 공개 구현은 고성능 탑재 컴퓨터와 상용 최적화 도구 Gurobi에 의존한다.

다음 재계획에서도 반드시 실행 가능한 궤적을 찾는다는 ‘재귀적 실행가능성’ 역시 보장되지 않는다. 드론이 현재 궤적 끝의 정지점에 도달한 뒤 장애물이 그 자리로 들어오면 이후의 안전까지 보장할 수 없다. 실물 검증도 8m×8m 또는 8m×20m의 통제된 실내와 단순한 장애물 1개 또는 5개에 머물렀다. 야외의 강풍과 비, 연기, 먼지, 센서 가림, 낙하물, 고속 차량이나 복잡한 군중에서 검증됐다는 자료는 없다.

SANDO의 의미는 미래를 맞히지 못해도 최악의 이동 가능영역과 빠른 재계획, 연속시간 안전분석을 한 체계로 묶었다는 데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GPS 사용이 어려운 환경에서 라이다 기반 위치·자세 추정과 3차원 지도 작성, 경로 생성 연구를 소개했고, 복수 드론이 실시간 전역지도를 만들며 수색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다만 국내 자료에서 SANDO와 같은 동적 미지환경의 연속시간 충돌 회피 보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소방·항공·농업·물류·시설점검을 드론 기술 확보 분야로 제시했고, 2025년에는 도심지 드론 운용 위험도 예측 및 안전성 평가기술 개발에 15억원을 편성했다. 실제 활용으로 가려면 SANDO 역시 독립 재현과 야외 시험, 인지오차 대응, 장기간 운용, 재귀적 실행가능성 검증을 더 거쳐야 한다. 12회의 무사고는 출발점이지만, 수학의 조건과 현실의 불확실성 사이를 잇는 일은 아직 남아 있다.

자료: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MIT Aerospace Controls Laboratory,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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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dh.k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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