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식물은 더위에 어디까지 순응할 수 있나…826종 자료가 가리킨 광합성의 약 60℃ 상한

뜨거운 물에 손끝이 순간적으로 닿는 것과 손을 오래 담그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잎도 마찬가지다. 같은 50℃라도 몇 초 동안 열을 받았는지, 몇 시간 동안 노출됐는지에 따라 손상이 달라진다. 그런데 식물의 더위 내성을 말할 때는 흔히 “몇 ℃까지 견디는가”라는 숫자 하나만 남는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연구진은 이 질문을 온도와 시간의 조합으로 다시 풀어, 식물의 광합성 장치가 열에 순응해 높일 수 있는 내열성의 이론적 상한을 약 60℃로 제시했다.
먼저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이 결과는 식물이 60℃에서 정상적으로 자라거나 광합성한다는 뜻이 아니다. 약 60℃는 광계Ⅱ(PSII·빛을 받아 전자의 흐름을 시작하는 광합성 장치)의 내열성이 순응을 통해 올라갈 수 있다고 예측된 일반적 상한이다. 태양광 발전소에 비유하면 빛을 처음 받아 에너지 흐름을 여는 변환장치의 열 한계를 살핀 셈이다. 이 장치의 고장은 중요하지만 식물 전체가 즉시 죽는다는 뜻은 아니다.
177종으로 고장 원리를 묻고, 826종 자료로 천장을 점검했다
니콜 N. 바이슨과 숀 T. 미칼레츠 연구진은 2026년 10월 19일 공개한 연구에서 177종·157과의 PSII 온도 반응을 화학반응속도론으로 분석했다. 열을 받을 때 기능을 잃어가는 속도가 어떤 원리를 따르는지 살펴보고, 단백질 변성과 지질막의 단순 붕괴라는 두 설명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PSII의 급성 열 불활성화 양상은 지질막의 단순 붕괴보다 단백질 변성 모형에 더 잘 들어맞았다.
단백질 변성은 열로 단백질의 입체 구조가 흐트러져 제 기능을 잃는 현상이다. 달걀흰자의 단백질이 열을 받아 굳기 시작하는 온도대가 약 60℃와 비슷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개념을 이해하기 쉽다. 다만 달걀 단백질과 식물의 광합성 단백질이 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결론도 막지질이 고온 피해나 열순응에 아무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연구진이 분석한 PSII의 급성 열 불활성화 속도에서는 단백질 변성 모형이 더 지배적인 설명이었다는 의미로 한정된다.
연구진은 이 기작을 바탕으로 광합성 내열성이 순응을 통해 높아질 수 있는 상한을 약 60℃로 예측했다. 학회 단계에서는 이를 55∼60℃ 범위로 제시했다. 이어 여러 연구에서 축적된 세계 826종 자료가 이 상한 예측을 뒷받침하는지 점검했다. 따라서 “826종을 같은 조건에서 새로 가열해 모두 60℃를 견뎠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177종은 기작과 이론을 평가한 자료이고, 826종은 세계 자료를 통해 상한 예측을 살핀 별도의 근거다. 여러 연구의 가열 방식과 처리시간, 회복시간, 임계값 정의가 다를 수 있어 종 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방법 차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손톱보다 작은 잎 조각에서 30초마다 읽은 열손상
177종 자료는 연구진이 2024년 수행한 공통정원 연구와 연결된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식물원과 밴두슨식물원에서 양치식물·겉씨식물·속씨식물을 포함한 177종의 잎 1,593장을 조사했다. 종마다 3개체에서 개체당 잎 3장을 채취해 종당 9장을 구성했다.
연구진은 잎을 지름 5.5㎜ 원반으로 잘랐다. 손톱보다 작은 잎 조각을 30분간 암순응시킨 뒤 30℃에서 60℃까지 한 시간 동안 분당 0.5℃씩 온도를 높였다. 그 과정에서 30초마다 기초 엽록소 형광인 F₀를 측정했다. 엽록소가 내보내는 희미한 형광의 변화를 읽어 광합성 장치에 이상이 생기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F₀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는 변곡점은 Tcrit, 즉 엽록소 형광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하는 PSII 임계온도로 정의했다. 최대 형광이 나타난 온도는 Tmax로 구분했다. 명확한 변곡점이 없었던 형광곡선 140개, 약 7%는 Tcrit 분석에서 제외했다. 전체 잎 표본이 1,593장이었다는 사실과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측정한 곡선 가운데 임계점을 분명히 판정하기 어려운 사례를 걸러낸 것이다.
이 조건에서 관측된 177종의 실제 Tcrit 범위는 약 40∼51℃였다. 이는 약 60℃라는 이론적 순응 상한과 다른 숫자다. 약 40∼51℃는 잎 원반을 한 시간 동안 분당 0.5℃씩 가열한 공통정원 실험의 관측 범위이고, 약 60℃는 반응속도론이 예측한 내열성 순응의 천장이다. 두 값의 차이를 모든 종이 앞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적응 폭으로 계산해서도 안 된다.
“몇 도인가”보다 “얼마나 오래인가”
이번 연구의 핵심은 새로운 최고온도 기록보다 열손상을 보는 방식에 있다. 열에 의한 기능 상실을 반응속도로 설명하면 온도가 높아질수록 손상이 빨라지고, 노출이 길어질수록 손상이 누적된다. 빠르게 온도를 올린 실험에서는 잎이 높은 Tcrit를 보일 수 있지만, 이 값을 자연에서 오랫동안 열에 노출된 잎의 안전온도로 그대로 옮길 수 없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도 오래 지속되면 위험할 수 있다.
실제로 채취 전 3일 평균기온은 Tcrit 변이의 32.1%, Tmax 변이의 25.2%를 설명했다. 단기적인 온도 조건이 PSII 내열성 변화에 일부 영향을 줬지만 전부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종의 차이와 잎 주변의 미기후, 수분 상태, 측정오차 등 여러 요인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측정 대상이 절취한 잎 원반이었다는 한계도 있다. 온전한 식물에서는 뿌리가 공급하는 물과 기공 조절, 증산 냉각, 잎 주변의 바람과 습도가 함께 작동한다. 공통정원은 서로 다른 종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는 데 유리하지만 자연의 햇빛과 토양수분, 바람, 가뭄 같은 복합 스트레스를 모두 재현하지 못한다. 논문 공개 뒤 약 열흘밖에 지나지 않아 독립 연구진의 재현이나 반박 결과가 축적될 시간도 부족했다.
한국 농업에 필요한 것은 ‘60℃ 품종’이 아니다
PSII는 광합성 전체도, 수확량 자체도 아니다. 엽록소 형광은 광합성 장치의 이상을 알아내는 유용한 지표지만 실제 이산화탄소 흡수량이나 생장과 수확량을 직접 측정하지 않는다. 기공 폐쇄와 수분 부족, 호흡 증가, 루비스코 비활성화, 꽃가루와 수정기관의 손상은 PSII의 이론적 상한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벼의 고온장해 민감도가 개화기, 여물시기, 감수분열기·유수형성기, 최고분얼기 순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약 60℃ 상한이 한국 작물이나 자생식물에서 직접 검증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세계 826종 자료에 한국 자생종이나 국내 품종이 얼마나 포함됐는지도 알 수 없다. 한국의 여름 기온이 60℃에 이르지 않으니 안전하다는 결론은 더더욱 성립하지 않는다. 햇볕 아래 자동차 표면이 공기보다 뜨거워지는 것처럼 잎 온도는 기온보다 높아질 수 있다. 물이 충분할 때는 증산으로 열을 식힐 수 있지만, 가뭄으로 기공이 닫히면 이 냉각 기능도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 당장 중요한 과제는 ‘60℃ 내성 품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식물체가 위험한 온도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관수와 차광, 환기, 증발냉각으로 온도와 노출시간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시설하우스에 차광률 30∼50%의 차광망과 환기·관수 등을 권고하고, 밭작물에는 토양 깊이 15㎝까지 젖도록 주 1∼2회 관수할 것을 안내한다. 다만 이 수치는 작물과 시설, 현장 조건을 무시한 일률적 처방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약 60℃라는 숫자는 식물이 버틸 수 있는 마법의 안전선이 아니다. 이번 연구가 던진 더 중요한 메시지는 열의 최고점만 보지 말고 그 열이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식물의 광합성 장치가 순응할 수 있는 천장을 이해하는 일과 실제 농작물의 생장·번식·수량을 보호하는 일 사이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질문이 남아 있다.
자료: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농촌진흥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