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산소 ‘식각 플럭스’로 결정 씨앗을 정중앙에…400곳서 단결정 수율 99% 넘겼다

작은 화단 한가운데에 씨앗 하나만 남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 연구진은 씨앗을 직접 심는 대신 화단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갈수록 약해지는 ‘제초제 같은 산소’를 내보냈다. 가장자리에서 먼저 돋은 새싹은 지우고, 산소의 영향이 가장 약한 중앙의 새싹 하나만 살아남게 한 것이다. 여기서 새싹은 이황화몰리브덴(MoS₂)의 초기 결정핵이다. 연구진이 중앙에 물리적인 씨앗이나 산소 원자를 놓은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식각 플럭스 매개 단일 중앙 핵생성(EF-SCN)이라고 명명했다. 식각 플럭스는 자라기 시작한 물질을 깎아 없애는 성분의 흐름을 뜻한다. 연구진은 2cm급 기판을 16개 구역으로 나누고 구역마다 25개씩 총 400개의 성장 자리를 만든 뒤, 99%가 넘는 단결정 성장 수율을 보고했다. 이 결과를 담은 논문 ‘Spatially deterministic nucleation of 2D semiconductors by etching flux’는 2026년 10월 7일 《Nature》 온라인판에 공개됐다.
자랄 구역을 넘어 ‘어디서 몇 개가 시작할지’ 정하다
MoS₂는 원자층 수준으로 얇게 만들 수 있는 2차원 반도체다. 이번 연구에서 측정한 단층 두께는 약 0.75nm였다. 최대 10μm급 결정은 굵기 70μm인 머리카락의 약 7분의 1 길이지만, 그 길이는 두께의 약 1만3,000배에 이른다. 이렇게 얇은 물질을 소자에 쓰려면 원하는 자리에 고른 결정이 자라도록 제어해야 한다.
기존 면적선택성장은 물질이 자랄 구역을 지정할 수 있었지만, 허용된 구역 안에서 최초의 핵이 정확히 어디에 몇 개 생길지는 충분히 통제하지 못했다. 여러 핵이 따로 자라다가 맞닿으면 원자 배열이 어긋나는 결정립계가 생길 수 있다. 결정과 소자를 정해진 좌표에 맞추기도 어려워진다. 밭의 경계만 정했을 뿐, 그 안에서 씨앗이 돋을 위치까지 정하지 못한 셈이다.
연구진은 미스컷 사파이어의 성장영역 둘레를 산화하프늄(HfO₂) 장벽으로 패터닝했다. 미스컷 사파이어는 결정면을 약간 기울여 절단한 기판이다. 이어 MOCVD, 즉 기체 상태의 원료를 공급해 기판 표면에서 박막을 성장시키는 유기금속 화학기상증착법으로 단층 MoS₂를 만들었다. 주된 미세패턴에는 전자빔 리소그래피를, 대면적 실증에는 포토리소그래피를 사용했다.
가장자리에는 강하게, 중앙에는 약하게
핵심은 HfO₂ 같은 산화물 장벽이 열처리 과정에서 내놓는 산소다. 산소 농도는 장벽과 가까운 가장자리에서 높고, 중앙으로 갈수록 낮아졌다. 가장자리는 초기 MoS₂ 핵이 지워지는 핵생성 억제영역(NSR)이 되고, 중앙은 핵이 살아남아 성장할 수 있는 핵생성 활성영역(NAR)이 됐다. 패턴의 여러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산소가 퍼지기 때문에 경계에서 가장 먼 중앙이 식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
연구진은 픽의 제1법칙에 기초해 장벽에서 멀어질수록 산소 농도와 식각률이 낮아지는 모형을 만들었다. 픽의 제1법칙은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질이 퍼지는 흐름을 설명한다. X선회절과 X선광전자분광으로 HfO₂의 열처리 중 산소 감소를 조사했고, 이미 성장한 MoS₂가 HfO₂ 주변에서 제거되는 대조실험도 제시했다. HfO₂ 조성은 750°C 진공 처리 뒤 10분 안에 HfO₁.₉₅에서 HfO₁.₈₃으로 감소한 뒤 포화했다. 이는 장벽의 산소 방출을 뒷받침하는 간접 근거다.
다만 지우는 힘과 자라는 힘의 균형이 맞아야 했다. 대표 조건에서 성장공간이 3μm일 때는 핵이 없었고, 5μm에서는 하나, 7μm에서는 여러 개가 나타났다. 공간이 너무 작거나 식각이 너무 강하면 핵이 모두 사라지고, 공간이 크거나 식각이 약하면 여러 핵이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공정 범위는 성장온도 430~800°C, 압력 1~20torr, 공정시간 200~3,000초였다. 황 전구체인 DES 유량은 0.5~20sccm, 몰리브덴 헥사카보닐 유량은 2~5sccm이었다. 산화물 종류와 두께, 열이력, 수소·황 공급량, 전구체 농도와 패턴 크기를 함께 조절해야 한다.
결정에서 트랜지스터와 이종구조까지
연구진은 결정의 외형만 보고 단결정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대표 시편에 TEM 회절, 원자분해능 HAADF-STEM, AFM, 라만분광, 광발광, SHG 등을 적용해 결정성과 두께를 확인했다. TEM 회절은 전자가 결정에서 퍼지는 무늬로 원자 배열의 규칙성을 살피는 방법이고, HAADF-STEM은 원자 수준의 구조를 관찰하는 전자현미경 기법이다. SHG는 빛의 주파수를 두 배로 바꾸는 반응을 이용해 결정의 대칭성과 방향을 확인한다.
응용 가능성을 살피기 위한 시연도 이어졌다. 연구진은 선형 단결정과 한 결정 위에 놓은 전계효과트랜지스터(FET) 4개, 대면적 FET 배열, 루테늄(Ru) 자기정렬 접촉, MoS₂–MoSe₂ 수평 이종구조를 제시했다. 이종구조의 두 물질이 섞이는 계면 폭은 약 1~2nm였다. FET는 전기장으로 전류를 켜고 끄는 기본 반도체 소자다.
전기성능에서는 최고 이동도가 117cm²·V⁻¹·s⁻¹였지만 이는 가장 높은 기록이다. 16개 FET의 평균 이동도는 74cm²·V⁻¹·s⁻¹였고 상대표준편차(RSD)는 21.8%였다. RSD는 평균에 견줘 측정값이 얼마나 퍼졌는지를 나타낸다. 한 결정에 만든 채널 4개의 이동도 RSD는 7.8%였다. 연구진은 2cm급 기판 전역의 백게이트 FET 50개도 측정했으며 최고 온전류 밀도는 12μA/μm였다. 최고 기록과 배열 평균, 서로 다른 표본의 분산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99%가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이번 99% 초과는 2cm급 실험기판의 400개 성장 사이트에서 계산한 단결정 성장 수율이다. 완성 트랜지스터의 작동 수율이나 반도체 칩 수율, 200·300mm 산업용 웨이퍼의 양산 수율이 아니다. 400곳 모두가 정확히 중앙에서 핵을 만들었다는 별도 통계도 아니다. 대면적 매핑과 형상·배향 분석으로 수율을 평가했고, 400개 패턴 모두를 원자분해능으로 검사한 것도 아니다.
확장할 과제도 남았다. HfO₂는 사전 열처리되거나 성장시간이 길어지면 산소 방출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 500°C 아래에서는 충분한 식각 플럭스를 내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은 ZrO₂ 장벽으로 430°C 성장을 별도로 시연했지만, 이를 400곳의 99% 초과 결과와 합치거나 CMOS 후공정 호환성 입증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비정질 SiO₂에서는 각 사이트 안의 결정은 단결정이었으나 사이트 사이의 결정방향은 무작위였다. 핵심 수율 검증도 MoS₂에 집중돼 다른 2차원 반도체와 산업용 기판으로 그대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여러 FET와 접촉, 이종접합을 만들었다고 해서 복잡한 집적회로와 수명, 열화, 접촉저항, 열관리, 장기 신뢰성까지 검증된 것은 아니다. 논문 공개 직후인 2026년 10월 8일 현재 다른 연구진의 독립적인 재현 결과도 확인되지 않았다. 강기범 KAIST 교수는 TDS Innovation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이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병조 UNIST 교수와 김우희 한양대 교수는 무보수 이사이고, 일부 연구자는 이 회사 임직원으로 기재됐다. 이는 연구 부정의 증거가 아니지만 상용화 전망을 판단할 때 함께 살펴야 할 이해관계다.
이번 성과의 의미는 2차원 반도체의 제조 난제를 모두 해결했다는 데 있지 않다. 산소를 챔버 전체에 똑같이 공급하는 대신 패턴 경계의 고체 산화물에서 방출하고, 옆 방향의 농도구배를 이용해 결정핵의 개수와 위치를 설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자랄 면적만 고르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결정이 시작될 좌표를 공정으로 다루려 한 것이다.
자료: KAIST, TDS Innovation, 한양대학교 ERICA, UNIST, 기초과학연구원, POSTECH, 성균관대학교, 고려대학교, 세종대학교, 서울대학교, MIT
